들어가며

 

〈리디자인 - 일상의 21세기〉 

 

성냥이나 화장지 같은 일상적이면서도 친근한 제품들을 다시 디자인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전시회입니다. 그래픽 디자인, 광고, 건축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관점이 뚜렷한 32명의 크리에이터를 초청해 각자에게 소재를 제시하고 리디자인이라는 과제를 부여했습니다. 일상의 제품들을 더 아름답게 만들거나 개량하자는 취지가 아닙니다. 재해석을 통해 기존 디자인과의 ‘차이’ 속에서 디자인을 발견하려는 것이 목적입니다. 모든 작품이 인상적이지만 ‘리디자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성냥과 화장지의 리디자인 사례를 소개합니다. 

 

* 성냥을 재해석하여 디자인한 멘데 카오루의 성냥입니다. 
(이미지를 확인 후 글을 보시면 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성냥의 리디자인은 조명 디자이너 멘데 카오루가 맡았습니다. 떨어진 나뭇가지 끝에 발화제를 입힌 모양입니다. 땅에 떨어진 작은 나뭇가지에게 지구로 환원되기 전 마지막 일을 시켜보자는 발상입니다. 인간과 불의 몇백만 년에 걸친 관계, 그리고 불이 가진 창조와 파괴의 가능성을 소박하게 담아낸 디자인입니다. 게다가 바쁜 일상 때문에 관심을 갖기 어려웠던 나뭇가지의 아름다움을 환기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 반 시게루 화장지 이미지 1 - 종이로 만든 친환경적 건축물로 유명한 반 시게루는 네모난 화장지를 통해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상기시킵니다.  
* 반 시게루 화장지 이미지 2
 (이미지를 확인 후 글을 보시면 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화장지의 리디자인은 건축 디자이너 반 시게루가 담당했습니다. 그는 가운데 종이심을 원형이 아닌 사각형으로 만들고 거기에 화장지를 감았습니다. 이 화장지를 휴지걸이에 걸어 사용하면 휴지를 잡아당길 때 달가닥하는 저항이 발생합니다. 의도적인 불편함을 만들어 자원 절약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보통의 둥근 화장지가 쉽게 풀리는 만큼 휴지를 낭비하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자는 메시지입니다. 또한 둥근 화장지는 그 형태 때문에 수납할 때 틈이 크게 발생하지만 휴지심을 사각형으로 하면 틈이 줄어들어 수납공간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