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에서 처음 팔아본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내가 해온 일도 돈이 될까?" 이미 해온 일에서 부업 아이템을 발견한 과정
- "경력은 긴데 왜 문의가 없지?" 고객의 문제로 다시 쓴 프로필 Before & After
- 첫 외주 10만 원에서 월 최대 매출 600만 원까지, 실제 견적서와 단가를 올린 기준
거의 20년을 일하고 처음으로 잠깐 멈췄습니다
한 업계에서 19년을 일했습니다.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됐습니다. 새 브랜드를 맡으면 시장과 소비자를 파악하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방향을 잡았습니다. 제안서를 만들 때는 전체 흐름을 정리했고, 팀이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기준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쉬지 않고 일하다 처음으로 휴식기가 생겼습니다. 한동안은 좋았습니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업무 메신저를 확인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오래 일했으니 조금 쉬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오래 쉬면 감을 잃는 건 아닐까?'
당장 회사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일을 완전히 놓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외주 플랫폼에 프로필을 하나 등록했습니다.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은 없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해보면서 감각을 유지하고 싶었을 뿐이었죠.
프로필에는 당연히 경력을 내세웠습니다. '카피라이터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 이력을 보고 문의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첫 일은 리플렛에 들어갈 문구 작업이었습니다. 몇 가지 안을 제안하고 10만 원을 받았습니다.
다음은 제설기 소개서였습니다. 그전까지 자세히 알아본 적도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받은 자료를 읽고 제품을 이해한 뒤, 어떤 순서로 설명해야 할지 정리했습니다. 작업비는 7만 5천 원이었습니다.
가격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다른 작업자들의 가격을 찾아보니 1만~2만 원대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많았고, 정해진 시세라는 게 따로 없어 보였습니다. 자료를 읽고 구조까지 짜는 일치고는 낮은 금액이었지만, 조정해달라는 요청이 오면 웬만하면 받아들였습니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해보자'에 가까웠달까요?
그런데 몇 건을 진행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고객들이 문구나 문서 디자인이 필요해서 저를 찾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작 그분들이 하는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자료는 많은데 정리가 안 됩니다."
"내용이 별로 없다 보니 비어 보이는 것 같아요."
"카탈로그만 있는데 회사 소개서를 만들 수 있을까요?"
"AI로 입점 제안서 초안을 만들긴 했는데 이게 맞을지…"
"자료가 있긴 있는데 어디서부터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고객이 찾는 사람은 카피라이터도, 디자이너도 아니었습니다. 자기 문제를 정리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겁니다. 이걸 알고 나자 프로필을 쓰는 방식도, 견적을 보내는 방식도, 가격을 정하는 기준도 달라졌습니다. 10만 원으로 시작한 외주는 일이 가장 많았던 달에 600만 원 가까운 매출이 됐습니다.
고객은 카피라이터를 찾은 게 아니었습니다
처음 프로필을 등록할 때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적었습니다. 문구를 쓸 수 있고, 제안서를 만들 수 있고, 스토리텔링도 할 수 있고, 브랜드 전략까지 볼 수 있다고 말이죠. 경력이 긴 만큼 나열할 것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고객에게 그 목록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까?"
몇 건을 진행한 뒤 들어온 요청들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소개서가 필요하다던 고객의 진짜 문제는 우리 회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서를 만들어달라던 고객은 자료가 너무 많아서 무엇을 핵심으로 전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제안서를 의뢰한 분 중에는 아직 방향이나 컨셉조차 잡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준을 바꿨습니다. '나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보다 '이 고객은 지금 무엇 때문에 막혀 있는가'를 먼저 봤습니다. 프로필도 그 기준으로 다시 썼습니다. 제 경력을 앞세우는 대신,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앞에 뒀습니다.
🏷️ 처음 쓴 프로필
대형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이 만드는 PPT
✨ 다시 쓴 프로필
예쁘기만 한 PPT가 아니라 설득되는 PPT를 만듭니다. 19년 차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구조 설계부터 시각화까지 직접 작업합니다.

생각해보면 새로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광고대행사에서 늘 하던 일이었습니다. 광고주가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 핵심을 찾고,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으면 순서를 정하는 것. 상대가 어떤 순서로 이해해야 설득될지 고민하는 게 제 일이었으니까요. 그때부터 외주 고객도 작은 광고주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만드는 건 문서였지만, 실제로 파는 건 정리와 판단에 가까웠습니다.
이제는 의뢰를 받으면 "어떤 자료를 만들까요"라고 묻기 전에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 의뢰를 받으면 먼저 묻는 3가지
- 이 자료는 누가 보나요?
- 보고 난 사람이 무엇을 이해하거나 결정해야 하나요?
- 지금 가장 정리가 안 되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이 세 가지를 묻고 나면 작업 방향이 선명해집니다. 그보다 먼저, 고객이 자기 문제를 다시 보게 됩니다.
견적서에 목차를 넣었더니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작업이 늘면서 걱정이 하나 생겼습니다. 저는 디자이너가 아니었습니다. 디자이너들과 오래 일했고 결과물의 방향을 판단해왔지만, 디자인을 전공하지는 않았습니다. 소개서나 제안서 시장에서 디자이너와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분명한 약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견적을 보내는 방식을 하나 바꿨습니다. 금액과 일정만 적는 대신, 문서의 목차를 먼저 짜서 함께 보냈습니다. 어떤 순서로 구성할지, 왜 그 순서인지까지 적었습니다.
반응이 달랐습니다. 목차를 보고 그 자리에서 진행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는데 벌써 절반쯤 진행된 것 같다는 말도 들었고, 카피라이터 출신이라 그런지 다르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