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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두면 될 줄 알았습니다
"만약 지금 당장 회사를 떠난다면, 나는 무엇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대기업에 재직하던 시절, 저는 남들이 보기엔 꽤 안정적인 직장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회사를 떠나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면서, 사직서를 내기 전 6개월 동안 이 질문을 치열하게 던졌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많았지만 내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는 설명하기 어려웠고, 결국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우선 하던 일을 다 끊어내보자'며 회사를 나왔습니다. 회사를 그만두면 다 될 줄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그 결과 지난 4년 동안 저는 '직'과 '업'을 번갈아 가며 세 번이나 커리어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대기업 브랜드 매니저] 인정받는 직무와 직급, 그러나 회사에 오래 있을수록 '회사 안의 나'에 익숙해져 회사 밖의 나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시절
[커리어 공백기 (전업맘)] 회사를 떠나고 나서야 내가 가진 능력보다 '회사라는 이름'을 더 믿고 있었다는 사실을 뼈 아프게 깨달은 암흑기
[스타트업 팀장 (현장 복귀)] 대기업에서의 경험이 그대로 경쟁력이 될 줄 알았으나, 회사가 달라지니 일하는 방식도 인정받는 방식도 완전히 달랐던 혼란기
[프리랜서 및 자문 대표] 회사도, 직함도 나를 대신 설명해 주지 않아 '왜 당신이어야 하는가'를 오롯이 나 혼자 증명해 내야 하는 홀로서기
커리어 공백기, 스타트업, 프리랜서 시장으로 나와 가장 크게 넘어졌던 경험을 거치며 깨달은 답은 하나였습니다. 커리어의 진짜 선택권은 회사 이름이 아니라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회사를 다니는 동안 내가 만들어 놓은 '안전망' 위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글에서 제 커리어 여정에서의 성공담이나 실패담을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세 번의 커리어 전환을 거치며 제가 뒤늦게 배운 것들, 그리고 지난 4년 동안 직접 부딪히고 실패하며 정리한 '회사 밖에서도 나를 지켜주는 세 가지 도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 이 글을 다 읽으면 가져갈 수 있는 것 🎁
회사의 것과 나의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커리어 자산 정리표]
선택의 순간마다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세우는 [가치관 우선순위 진단표]
커리어의 변곡점에서도 흔들리지 않도록 점검하는 [커리어 안전망 점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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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름을 빼면, 뭐가 남을까? — 커리어 자산 정리표
"회사 이름 빼고 이야기해보세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 앞에서 막힙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우리는 보통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니까요.
"저는 ○○회사에서 일합니다."
"브랜드 매니저입니다."
"마케팅을 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회사 이름과 직함으로 자신을 설명합니다. 그런데 회사 이름과 직함을 빼고 나면 어떨까요? 오늘 명함이 사라져도, 여전히 누군가가 나를 찾을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가진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 회사가 만들어 준 것입니다. 반대로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회사를 떠난 뒤에도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문제를 구조화하는 능력, 사람을 설득하는 힘, 브랜드를 시장과 사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야,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능력처럼요.
'나의 커리어 자산 정리표'는 지난 4년 동안 세 번의 커리어 전환을 거치며 만들게 된 도구입니다. 이 표는 회사 생활과 '안전 이별'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회사가 만들어 준 것과 내가 만들어 낸 것을 구분하는 순간, 비로소 커리어의 선택권이 생깁니다. 지금 가진 자산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자산을 더 쌓아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성 방법은 간단합니다. 왼쪽에는 '회사가 만들어 준 것', 오른쪽에는 '퇴사 후에도 가져갈 수 있는 것'을 적습니다. 막상 적어보면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당연히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가운데 상당수는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작동하는 자산이었거든요. 반대로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회사를 떠난 뒤에도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항목 별로 하나하나 채워나가다보면 최종적으로 '퇴사 후에도 가져갈 수 있는 자산'을 정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세 가지는 제가 회사 밖으로 나와 가장 크게 넘어졌던 이유이자, 결국 저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들어 준 기반이기도 했습니다.
1️⃣ 반복 가능한 전문 역량
시장 분석, 브랜드 전략 등 환경이 바뀌어도 쓸 수 있는 전문 역량입니다. 독립 직후에는 0에서 1을 만드는 진짜 역량이 부족함을 깨달았지만, 환경이 바뀌어도 쓸 수 있도록 업무를 체계화하면서 비로소 온전한 전문 역량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2️⃣ 실패와 개선을 반복해 온 나만의 실전 경험
제품을 출시하고, 브랜드를 운영하며 축적해온 이 자산은 다행히 제 몸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는 회사의 것이었지만, 그 안에서 실패하고 배우며 쌓은 경험은 온전히 제 것이었습니다. 밤새워 고민하며 프로젝트를 끝까지 실행해 본 '성공과 실패의 감각'은 커리어 전환기마다 저를 버티게 한 가장 강력한 밑천이 되었습니다.
3️⃣ 동료와 고객과의 신뢰 관계
회사 명함이 아니라 내 실력과 태도를 기억해 다시 연락해 주는 동료와 고객과의 관계입니다. 독립 후 가장 놀랐던 것은 예상했던 사람보다,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대기업 시절 제 명함이 아니라 '일하는 태도'를 기억해 주신 분들이 먼저 컨설팅을 제안해 주셨습니다. 결국 오래 남는 것은 단순히 회사에서 맺은 인맥이 아니라, 함께 일하며 쌓아온 신뢰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