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션에 '2026년 목표' 페이지를 만들고 목표를 예쁘게 적습니다. 페이지를 꾸미는 데만 반나절은 걸린 것 같아요. 요즘 핫하다는 습관 앱도 깔아봅니다. '매일 물 2L씩 마시기' '경제 기사 읽기' 같은 습관은 여기에서 착실하게 관리할 거예요. 업무 일지도 빠질 수 없죠. 깔끔한 플래너에 하루하루를 잘 기록해볼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1달이 지나면 예쁘게 세운 목표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눈앞의 할 일들만 처리하다 하루를 끝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한 계절이 훌쩍 지나가 있죠. 매년 데자뷰처럼 반복되는 '그 레퍼토리' 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이렇게 생각해요.
😣: 나는 너무 게을러...
🥺: 평생 작심삼일만 하다가 끝날 것 같아.
하지만 정말 의지가 문제일까요? UCLA 의과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새해 결심을 연말까지 지킨 사람은 고작 8%에 불과하다고 해요. 실패하는 사람이 무려 92%에 달하는 것이죠. 즉, 목표를 실천하지 못하는 건 특별히 의지가 약해서라기보다, 아주 평범한 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의지를 더 쥐어짜는 방법이 아니라 목표를 계속 붙잡아두는 '시스템'입니다. 게으름이란 본능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우회하게 만드는 시스템 말이죠. 그래서 오늘은 제 경험을 바탕으로, 목표를 계속 보게 만들고, 일상 속 행동으로 이어지게 돕는 '올인원 목표 관리 템플릿'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지금의 일정과 에너지로 판단할 수 있고, 끝이 보여서 포기하지 않게 되는 단위이기 때문이에요.
구성은 딱 두 장의 시트로 되어 있습니다.
① 목표 설정 워크시트: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목표를 딱 정할 수 있게 돕는 시트
② 올인원 목표 관리 대시보드: 정한 목표를 매일 확인하고 체크하는 메인 화면
이처럼 목표를 '다짐'으로 남기지 않고, 매일의 행동으로 연결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템플릿입니다. 그럼 먼저, 목표부터 제대로 설정해볼게요. 목표 설정 워크시트부터 살펴봅시다.
① 목표 설정 워크시트: 지속 가능한 목표를 고르자
목표를 설정하기에 앞서,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봅시다. 먼저 저부터 고백할게요. 저는 12월 31일 밤이 되면, 노트 한 면에 '내가 내년에 달성해보고 싶은 목표들'을 와르르 적어두곤 했어요.
매달 1권씩 책 읽기, 영어 회화, 블로그 글쓰기, 데이터 분석 강의 완강하기까지. 언제, 어떻게, 얼마나 할지는 크게 고민하지 않은 채, 일단 적고 봤습니다. 적어둔 당일만큼은 의욕이 넘쳤어요. 왠지 1월 1일부터의 나라면, 이 리스트를 차근차근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거든요.
하지만 결말은 모두가 아실 거예요. 그 리스트에서 끝까지 해낸 목표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거니와, 이 목표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도 깊이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 이후로 저는 목표를 세울 때 기준이 하나 생겼습니다. 이게 얼마나 멋진 목표인가가 아니라, 이걸 몇 주, 몇 달 동안 계속 붙잡고 갈 수 있는가였어요. 작은 목표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무언가를 해내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목표를 세울 때, '지속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이 템플릿의 첫 번째 시트는 바로 그 기준을 만들기 위한 워크시트예요.
처음부터 목표를 딱 정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히려 그럴수록 목표는 더 크고, 무겁고, 막연해집니다. 그래서 첫 단계는 '쏟아내기'입니다. 브레인 덤프 기법*을 활용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전부 적어볼 거예요.
* 브레인 덤프(Brain Dump)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필터링 없이 적어보는 방법
⏰ 제한시간 10분, 떠오르는 생각을 필터링 없이 적어보세요.
요즘 계속 마음에 걸리는 일
해야 할 것 같은데 미뤄둔 것
하고 싶지만 막연한 생각
피곤함, 불안, 기대 같은 감정까지 필터링 없이 전부 적습니다.
✍🏻 이런 식으로 적어보세요. (예시)
요즘 담당 콘텐츠 성과가 좀 애매하다… 잘 나온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다음 분기엔 내가 맡은 콘텐츠 중에서 몇 개는 제대로 성과를 내보고 싶음
빵 터지는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지? 역시 시즌별 관심사나 트렌드가 중요하겠지?
그나저나 계속 책상에만 앉아 있으니까 체력이 너무 떨어진 느낌
예전엔 조금만 뛰어도 괜찮았는데, 요즘은 계단만 올라가도 숨참
헬스장은 솔직히 너무 부담되고, 등록해도 안 갈 것 같음... 러닝을 다시 시작해보자
예전에 러닝할 때는 뛰면서 생각도 정리되고 바깥 공기 마시니까 기분도 괜찮았던 기억이 있음
3월에 서울 마라톤 있던데… 10km면 완전 무리한 건 아니지 않나?
매일이 아니어도, 일주일에 몇 번씩만 뛰어도 지금보단 나아질 것 같음
아 맞다 내년 봄엔 꼭 여행가야지
일만 하고 쉬는 걸 계속 미루는 느낌이라 좀 지침
짧게라도 여행 하나 딱 정해두면, 그거 기다리면서 버틸 수 있지 않을까
4월쯤이면 벚꽃도 피고 날씨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 맞다… 이 와중에 뉴스레터 개편 계획도 슬슬 짜야하는데... 다음주가 마감이었나?
이 단계에서는 정리도, 판단도 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다 적는 것이에요. 그리고 모두 적고 난 뒤, '이건 목표로 삼아볼 수 있겠다'고 느껴지는 문장에만 볼드 표시를 해주세요. 아직 목표가 명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정답을 고르는 단계가 아니라, 후보를 만드는 단계니까요.
2. 고르기 - 목표는 많을수록 망합니다
이제 후보를 조금 줄여볼 차례예요. 방금 볼드 처리한 문장들을 아래 세 가지 영역에 나눠 적어보세요.
다음으로 각 영역에서 목표를 하나씩만 고릅니다. 이번 분기 목표는 세 개면 충분해요. 목표가 많아질수록 성공 확률은 오히려 낮아집니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돼 있으니까요.
또 한 영역에 목표가 몰리면 균형이 쉽게 무너집니다. 일 목표만 많아지면 번아웃이 오기 쉽고, 자기계발 목표만 있으면 바빠지는 순간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됩니다. 휴식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쉬는 걸 계속 미루다 보면, 어느 순간 목표고 뭐고 전부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여기까지 가면 쉴 수 있다'는 중간 지점을 만들어주는 것. 이 균형이 있어야, 목표도 끝까지 갑니다.
만약 영역별로 목표를 하나씩 고르기가 어렵다면, 아래 질문에 체크해보세요. 각 영역에서 체크가 가장 많이 된 것 하나만 남기면 됩니다.
☐ 당장 처리할 To-Do가 아니라, 중요하지만 미뤄왔던 일인가?
☐ 이번에 안 하면, 다음 분기에도 또 생각날 것 같은가?
☐ 한 번 하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반복해서 하게 될 일인가?
☐ 이 목표 때문에 나머지 일상이 너무 힘들어지지는 않을까?
이 과정을 통해 저는 목표를 이렇게 정했습니다.
일: 매월, 담당 콘텐츠 중 최소 3개는 목표 조회수 0000회 이상을 달성한다.
자기계발: 3월 서울 마라톤 10km에 출전한다.
휴식: 4월 초 구례 1박 2일 여행을 간다.
3. 쪼개기 - 목표를 행동 단위로 바꿉니다
여기까지 왔다면, 목표는 꽤 그럴듯해졌어요.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에요. 많은 목표가 실패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목표는 정해졌는데, 그래서 뭘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막연한 상태죠.
콘텐츠 성과 내기, 마라톤 완주하기, 여행 가기. 다 좋은 목표지만, 이 문장만으로는 오늘부터 뭘 해야 할지 바로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단계는 목표를 행동 단위로 쪼개는 것입니다.
목표를 성과 목표와 과정 목표로 나누어봅시다.
성과 목표: 도달하고 싶은 결과
과정 목표: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 반복할 행동 2~3개
성과 목표를 도착지라 한다면, 과정 목표는 그곳까지 가기 위한 엔진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점은 성과 목표는 통제할 수 없지만, 과정 목표는 통제할 수 있다는 거예요. 조회수, 기록, 결과는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내가 오늘 어떤 행동을 할지는 내가 정할 수 있습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완벽보다 꾸준함", "이번엔 나를 너무 몰아붙이지 말자" 같은 문장도 충분합니다. 이 문장은 동기부여를 위한 문구라기보다, 내가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기준점에 가깝습니다. 매일 대시보드를 열 때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도록 배치한 이유예요.
🎯 이번 분기 목표 3개
여기에는 앞에서 정한 분기 목표 세 가지를 고정해 둡니다.
이 칸의 역할은 목표를 계속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목표는 잘 세워도, 안 보이면 바로 잊혀집니다. 그래서 이 대시보드에서는 할 일을 적으러 들어와도, 기록 체크를 하러 들어와도 늘 목표를 한 번 더 보게 되는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 과정 목표 + 습관 추적기
이 영역은 목표를 실제 행동으로 바꾸는 핵심 구간이에요. 앞에서 정한 과정 목표들, 즉 '이 목표를 위해 반복하기로 한 행동'들을 여기 적고 매일 체크만 해줍니다.
못 했으면 비워둬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완벽한 기록이 아니라, 반복의 흔적입니다. 체크가 쌓일수록 그래프가 올라가고, "나 지금 계속 하고 있구나"라는 인지가 생깁니다. 이 과정이 자연스러워지면 굳이 의지를 끌어올리지 않아도 행동이 이어지기 시작해요.
🗓️ 위클리 플래너
보통의 플래너처럼 오늘 할 일을 적고, 끝난 일에 체크합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 플래너는 항상 목표와 같은 화면에 있다는 점이에요. 할 일은 할 일대로 적지만, 목표는 늘 옆에 놓여 있는 상태지요.
그래서 하루를 마칠 때쯤,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오늘은 과정 목표를 빼먹진 않았나?" 이 질문을 꾸준히 던지게 만드는 것, 그게 이 플래너의 가장 큰 역할입니다.
📝 이번 주 회고록
이번 주를 돌아보고, 나에게 알맞은 방식을 찾는 자리입니다. 이번 주에 무엇이 잘 됐는지 또는 잘 안 됐는지를 가볍게 적어보고, 다음 주를 위해 아래 두 가지만 정리해보세요.
다음 주에도 계속할 것
다음 주엔 줄이거나 바꿀 것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과정 목표는 이 회고를 통해 언제든지 조정하거나 추가해도 괜찮다는 것이에요.
너무 빡빡했다면 → 횟수나 난이도를 줄이고
이미 습관이 됐다면 → 유지하고
잘 안 맞았다면 → 다른 행동으로 과감히 교체합니다.
회고의 목적은 반성이 아닙니다. 현실에 맞게 목표를 계속 손보고, 계속 실천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죠.
매일 이렇게 사용하세요
올인원 목표 관리 대시보드는 하루를 빡빡하게 관리하기 위한 도구는 아닙니다. 매일을 조금이라도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게 돕는 도구예요. 사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① 매일 아침 [올인원 목표 관리 대시보드]를 엽니다.
이번 분기 목표 3개를 가볍게 훑어봅니다. "내가 지금 이 목표들을 향해 가고 있었지" 정도의 상기면 충분해요.
② 바로 이어서 대시보드 오른쪽에 있는 [위클리 플래너]에 오늘 할 일을 적습니다.
보통의 플래너처럼 오늘 할 일을 적고, 완료 표시를 합니다. 위클리 플래너는 목표를 관리하는 칸은 아닙니다. 대신, 목표를 잊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내게 만드는 역할을 해요. 할 일은 할 일대로 적되, 목표는 늘 옆에 놓여 있는 상태죠.
③ 하루가 끝나면 [행동 목표 + 습관 추적기]에 체크합니다.
오늘 한 행동에 체크만 해주세요. 길게 기록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체크가 쌓이면 그래프가 올라가고, 내 노력이 눈으로 보이기 시작해요. 이 작은 변화가 "내가 계속 하고 있다"는 신호가 됩니다. 매일 눈에 보이는 기록과 변화는 "조금만 더 해볼까?"라는 마음을 만들고, 다음 행동을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합니다.
④ 주말에는 [이번 주 회고록]을 씁니다.
한 주동안 과정 목표를 수행하며 느낀 점들을 간단히 적어보세요. 나에게 맞았던 방식과 맞지 않았던 방식을 솔직하게 기록하면 됩니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다음 주에도 계속할 것과 다음 주엔 줄이거나 바꿀 것을 정리하세요.
이 회고를 통해 과정 목표는 언제든지 조정할 수 있습니다. 성과 목표는 그대로 두고, 과정 목표는 현실에 맞게 다듬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