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작가&크리에이터 (전 카카오스타일, SK스토아, 롯데홈쇼핑 마케터) > 프로필 더 보기
기록법 강의를 하러 가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어요.
꾸준한 글쓰기 습관을 기르고 싶은데, 시작이 너무 어려워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글쓰기를 좋아하면서도 퇴근 후에는 지쳐서 유튜브만 보곤 했습니다. 막상 책상에 앉으면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며 재미있게 글을 쓰는데, 예열하기까지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었어요. 그랬던 제가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고, 기록법 강의도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기록 루틴' 덕분이었습니다.
✍️ 기록 루틴
영감을 메모하고 ▶︎ 메모를 기록으로 ▶︎ 기록을 콘텐츠로 ▶︎ 콘텐츠를 브랜드로 완성하는 기록 자동화 시스템
이 기록 자동화 시스템을 내 것으로 만드는 구체적인 기록법 세 가지를 소개해 보려 합니다.
영감을 기록으로: 15초 영감 메모
기록을 콘텐츠로: 쪽글 모아 긴 글 쓰기
콘텐츠를 브랜드로: 나만의 문제 해결 기록
아래와 같은 고민을 한 번쯤 해보셨다면 기록 루틴을 만드는 세 가지 기록법을 실천해 보세요. 꾸준한 글쓰기 습관을 기르고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거예요.
열심히 사는데 기록하지 않으니 남는 게 없어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이것저것 기록은 많이 하는데 정리가 안 돼서 써먹지를 못해요.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싶은데, 내 기록을 드러내는 게 어려워요.
그럼, 흘러가는 영감을 인사이트로 만드는 15초 영감 메모법부터 살펴볼게요!
영감을 기록으로: 15초 영감 메모
'매일 30분 글쓰기'를 권하는 작가들이 많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죠. 이미 우리 일상은 회사 업무, 인간관계, 자기 계발, 집안일로 충분히 바쁘니까요. 우리에게는 더 쉽고, 더 가벼운 루틴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단 15초로 시작할 수 있는 메모 루틴을 만들었어요.
15초 영감 메모란 영감이 사라지기 전, 골든타임 15초 안에 메모하는 방법입니다. 생각의 유효기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영감의 골든타임 15초를 놓치면 분명 내가 한 생각인데 흔적도 없이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리죠.
영감 메모만 잘 해두어도, 메모들을 이어 붙여 어렵지 않게 긴 글을 완성할 수 있어요. 그 과정을 하나씩 알려드릴게요.
1) 휴대폰 첫 화면에 메모 앱 고정하기
먼저 영감을 메모할 환경부터 설정해야겠죠. 골든타임 15초를 놓치지 않으려면 영감이 번뜩이는 바로 그 순간! 메모할 수 있는 환경 세팅이 필요해요. 저는 휴대폰 메모 앱을 사용합니다.
휴대폰을 켜면 광고 메시지가 먼저 떠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탓에 종이 수첩을 활용해 보기도 했는데요. 수첩을 깜빡하고 외출한 날에는 메모를 놓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휴대폰 메모앱을 활용하되, 광고 메시지를 무시하고 단번에 오른손 엄지로 메모 앱을 클릭할 수 있도록 휴대폰 첫 화면, 오른쪽 엄지가 닿는 자리에 메모 앱을 고정해 두었습니다.
메모 앱 고정한 휴대폰 화면(좌)과 메모 내용(우) ⓒ단단
이런 식으로 휴대폰 첫 화면, 바로 클릭할 수 있는 위치에 메모 앱, 구글 킵을 고정해 두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적었습니다.
2) 영감 메모하기
이제 본격적으로 메모를 해봐야죠. 실제 저의 메모 내용을 살펴볼게요. 한 번은 온라인에서 말하기 강의를 듣다가 강연자의 한마디가 마음에 남았어요. 잊어버리기 전에 구글 킵에 이렇게 메모했습니다.
✍️메모1: 하고 싶은 것만 하던 그때의 제가 위선적으로 느껴졌어요.
유튜버 지인과 대화를 하다가 그의 말이 인상 깊어서 또 바로 메모했죠.
✍️메모2: 예전에는 하고 싶은 일만 했어요. 요즘은 나의 재능이 잘 쓰일 수 있는 일이라면,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내가 좀 힘들고, 나와 맞지 않는 일이라도 단 한명이라도 나로 인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공부 모임에서 대화를 하다가 한 멤버의 말이 마음에 훅 들어오더라고요. 15초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핵심만 간략히 이렇게 메모했습니다.
✍️메모3: 하루키의 피드백 대응법
이런 식으로 영감의 골든타임 15초를 놓치기 전에 짧게 한 줄이라도 메모해 두는 거예요.
3) 매일 밤 메모 정리하기
15초 영감 메모를 왜 '기록'이 아닌 '메모'라고 하는지 눈치채셨나요? 메모와 기록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메모가 퇴근 후 의자 위에 일단 쌓아둔 옷더미라면, 기록은 종류별로 색깔별로 정리해 둔 옷장입니다. 메모는 많이 하는데 잘 써먹지 못하는 게 고민이라면, 내가 평소에 남기는 게 메모인지, 기록인지 돌아보세요.
15초 영감 메모는 시간이 없으니 일단 빨리 후루룩 써두는, 의자 위 옷더미와 같습니다. 되는 대로 쌓아둔 옷더미 속에서는 필요한 옷을 찾기도 어렵고 구겨져 있어 바로 입기도 어렵지만, 잘 정리된 옷장에서는 무엇이든 금방 찾아서 바로 입을 수 있죠. 메모와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밤 1차로 메모를 정리합니다. 아직 하루가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에, 밤에 다시 보면 내가 왜 이 메모를 썼는지 기억이 남아 있어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메모에 맥락을 추가합니다. 빠르게 대충 쓴 메모에 살을 붙여 다듬고 제목을 붙여줍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정리할 필요는 없어요. 매일 한다면 하루 딱 10분으로 충분합니다. 앞서 보여드린 세 개의 메모를 정리해 볼게요.
✍️메모1을 기록으로: 온라인 말하기 강의에서
ⓒ단단
이런 식으로 메모에 살을 붙여 정리하는 거예요. 이제 메모는 기록으로 변환되었습니다. 기록이 된 순간부터는 시간이 지나도 내가 무엇을 쓴 건지 맥락을 기억할 수 있고, 필요할 때 바로 쓸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 메모도 기록으로 바꿔 볼게요.
✍️메모2를 기록으로: 유튜버 지인과 대화 중에
ⓒ단단
✍️메모3을 기록으로: 공부 모임에서
ⓒ단단
정리 과정을 거치면 이렇게 메모가 짤막한 쪽글로 재탄생하는데요. 15초 메모와 매일 밤 10분 기록 정리를 습관화하면 좋은 점이 또 있습니다. 뇌가 알아서 메모할 영감 거리를 찾아다니게 된다는 거예요.
여행을 준비하는 시기에는 길거리에서 보는 광고나 책에서 만나는 문장,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여행지에 관련된 정보가 눈과 귀에 쏙쏙 들어오죠. 이런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거예요. 영감도 비슷해요. 15초 메모를 습관화하면 좋은 영감을 더 자주 만나게 됩니다. 우리 뇌가 '영감 찾기 모드'로 전환되거든요.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요즘 자주 생각하는 주제와 관련된 정보들을 뇌가 알아서 찾아다녀요.
그렇게 흡수하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괜찮은 정보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겁니다. 이렇게 매일 조금씩 모아둔 메모로 더 긴 글, 콘텐츠를 만들어 볼게요.
기록을 콘텐츠로: 쪽글 모아 긴 글 쓰기
15초 영감 메모를 습관화하면 하루에도 몇 개의 쪽글이 메모 앱에 쌓일 겁니다. 이 쪽글들을 이어 붙여 긴 글, 나의 콘텐츠를 만들 차례예요.
1) 쪽글 이어 붙이기
저는 시간이 날 때마다 구글 킵을 켜서 쪽글들을 정리합니다.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비슷한 쪽글은 합치고 불필요한 메모는 삭제하며 정리해요.
이 쪽글이랑 이 쪽글은 서로 비슷한 맥락이 있네? 합쳐 보자.
이건 굳이 남겨둘 필요 없는 쪽글이네. 왜 쓴 거야? 지우자.
처음에는 100~200자였던 쪽글은 이 과정에서 600자 이상의 글이 됩니다. 따로 시간을 내서 할 필요도 없어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커피를 내리면서, 지하철에서 잠깐씩 틈날 때마다 하면 됩니다. 그렇게 틈틈이 정리하면 일주일에 600자 분량의 글이 두세 편 나오더라고요.
며칠 사이 구글 킵에 새로운 메모를 추가하고 기록으로 정리했더니, 아래 이미지처럼 총 6개의 구글 메모가 만들어졌습니다.
앞서 정리한 3개의 메모를 포함한 구글 킵 메모 6개 ⓒ단단
이제 기록들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찾아봐야 해요. 메모를 살펴보니 "회사 밖에서 평가받고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한 글이더라고요. 당시는 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회사 밖에서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불안과 압박감이 컸어요.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피드백 대응법에 위로를 얻었고 나답게, 그러나 세상과 조화롭게 성장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정리된 쪽글에서 공통된 주제를 발견했다면, 동일한 컬러를 지정해서 시각적으로 인지하기 쉽게 표시해 줍니다. 저는 아래 이미지처럼 다홍색 컬러로 "회사 밖에서 평가받고 돈을 번다는 것"과 관련된 쪽글들을 표시했어요.
공통 주제의 글을 같은 컬러로 표시 ⓒ단단
다홍색 쪽글만 모아 자연스러운 순서로 이어 붙이고 어울리는 제목과 소제목을 붙여줍니다. 공통된 주제 아래 조합했기 때문에 간단히 이어 붙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맥락을 가진 콘텐츠가 됩니다. 실제 다홍색 쪽글을 이어 붙이고 정리해 완성한 저의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보여 드릴게요.
✍️ 기록을 콘텐츠로: 공통 주제의 쪽글 조합해 인스타 콘텐츠로
[인스타그램] 회사 밖에서 평가받고 돈을 번다는 것
📌 건강하게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자세
프리워커로 일하다 보면 피드백에 쉽게 흔들리게 된다. 잘해도 못해도 매달 정해진 월급이 나오는 회사와 달리 프리워커는 내가 잘한 딱 그만큼 돈을 벌 수 있으니 피드백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피드백을 수용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프리워커의 목표는 완벽해지는 게 아니라 뾰족해지는 것이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좋은 서비스는 이도 저도 아닌 서비스다.
📌 건설적인 피드백인지 판단하는 질문
☑️ 피드백을 준 사람이 내 잠재 고객인가?
기록 생활에 관심이 많고 이미 일상에서 기록을 실천하고 있으며 더 좋은 기록을 쌓기 위해 시간과 돈을 기꺼이 낼 수 있는 사람인가? 생활비의 5~10% 정도를 공부와 기록에 투자하는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어차피 내 서비스를 돈 내고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내 잠재 고객에게 집중하자.
☑️ 혹시 토나와 유형의 피드백인가?
토나와 유형의 사람은 부자 의사 이하영 원장이 책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행동하지 않고 말만 하고 평가하는 사람"을 말한다
TONAWA: Talk Only No Action With Appraisal
그런 사람들은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모든 면에서 높은 기준을 제시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완벽해지기보다 뾰족해지기를 원한다.
☑️ 내가 개선할 수 있는 피드백인가
맞는 말이지만 지금 내 역량으로는 도저히 개선할 수 없는 문제라 시작도 못 하겠다면? 일단 포기하고 그냥 하는 게 낫다. 욕 좀 먹으면 어때. 나의 목표는 욕 안 먹는 게 아니라 욕먹더라도 계속 나아가서 내가 하려던 일을 기어이 하는 것이다. 하면서 발전하면 된다. 대신 그 과정을 함께해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자.
☑️ 내 단점을 보완할 피드백인가, 강점을 강화할 피드백인가
많은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이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특성은 동전의 양면이다. 단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하면 맨들맨들 두리뭉실해진다. 단점 보완하다가 강점이 희미해지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자.
내 단점은 즉흥성과 변수를 잘 허용하지 않는 것인데, 대신 강점은 원칙, 시스템, 안정감이다. 그래서 나와 비슷하게 예측 가능성 안에서 자유를 느끼는 분들이 내 이야기를 좋아한다.
내가 단점 보완하겠다고 어색하게 즉흥적으로 변수를 허용하면? 나의 안정감이 좋아서 왔던 분들은 떠나고, 즉흥과 변수를 좋아하는 분들은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굳이 나에게 오지 않는다.
☑️ 하루키의 마인드를 기억하자
하루키는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 꼭 그 부분을 고치되, 피드백대로 고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피드백 받은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별로라는 것은 인정하되, 수정의 방향성은 "하루키답게" 지키는 자세다.
📌 응원과 지지의 피드백을 준 사람 잊지 않기
우리는 누구나 부족하고 모나고 별로인 모습이 있다. 그래서 특별하고 소중하고 손 내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서로의 구멍을 따뜻하게 바라봐 줄 수 있는 다정한 사람들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그들이 나에게 건넨 애정과 관심은 당연하지 않다. 그것이 절대 당연하지 않음을 기억한다면 나의 [선택적 피드백 수용]은 나를 나에게 더 활짝 열린 세상으로 데려갈 것이다
📌 가격은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제안하는 것이다 (켈리 최)
솜님의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봤다.
저 아는 포토그래퍼는 한 달에 딱 한 건만 일을 받아요. 대신 그 한 건의 단가 자체를 높게 책정하죠. 그 가격을 지불해 가면서까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하고만 일해요. 대신 그 한 건에 정말 최선을 다한대요. 그래서 입소문은 점점 나고요. 그렇게 만들어진 나머지 시간에는 자신을 채우는 데만 집중해요. 그렇게 일과 삶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더라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것만큼 위선적인 태도가 있을까? 돈은 내 가치의 환산값이다. 그래서 돈은 중요하고,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회사 밖에서 가격을 협상하기 시작하면 삶의 베이스라인이 무너지기 쉽다. 최저가로 입찰되기 위해 회사 밖을 나온 게 아닌데, 불안해지면 가장 먼저 건드는 게 가격이다. 그럴수록 제값을 받아야 한다. 그 돈을 주고서라도 나를 원하는 사람에게 내 모든 것을 쏟아붓자. 그런 사람이 지금 당장 없다면 발 벗고 찾아 나서고 나올 때까지 남는 시간은 나를 키우는 데 쓰자.
공통 주제 메모(좌)를 모아 완성한 인스타 콘텐츠(우) ⓒ단단
2) 한 달에 한 번 쪽글 대청소하기
이런 식으로 한 달쯤 지나면 구글 킵에 엄청난 양의 쪽글이 쌓입니다. 이걸 다 끌어안고 갈 수는 없어요. 양이 늘어나면 어떤 쪽글과 어떤 쪽글을 이어 붙여야 할지 맥락을 찾기도 어렵고, 이미 콘텐츠로 만든 쪽글과 정리 중인 쪽글이 섞여서 기록도, 머릿속도 뒤죽박죽이 될 테니까요.
저는 한 달에 한 번 구글 킵의 쪽글을 대청소합니다. 월말이 되면 아직 부족하더라도 쪽글들을 모아 인스타그램 콘텐츠, 블로그 콘텐츠로 만들어 올려요. 그 후 구글 킵 메모 앱을 깨끗하게 비웁니다. 콘텐츠로 발행하지 못하고 남은 메모들은 별도의 장기 기록 보관소에 저장해 두면 됩니다.
단, 메모 앱과 기록 앱은 서로 분리해 독립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뒤죽박죽 정리 안 된 옷과 말끔하게 정리된 옷이 한 공간에 있으면 정리가 어려워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정제된 기록과 정신없는 메모를 분리해 두어야 정리도 쉽고 활용도 쉽습니다.
저는 메모 앱인 구글 킵에는 메모만 보관합니다. 그중 쓸 만한 메모들은 기록으로 변환해 콘텐츠로 발행하고, 콘텐츠가 되지 못하고 남은 기록은 기록 앱으로 옮깁니다. 저는 에버노트를 활용하는데, 어떤 기록 앱이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모두 괜찮습니다.
3) 내 기록에서 키워드 발견하기
이렇게 메모를 기록으로 정리하고 긴 글로 발행하는 과정에서 요즘 나의 고민과 관심사, 즉 나의 키워드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15초 영감 메모를 남길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회사 밖에서 평가받고 돈을 번다는 것"이라는 제 고민을 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찾아낼 수 있었던 것처럼요.
이후 쪽글 정리를 반복하며 '나다운 독립', '자립'이라는 키워드도 찾아낼 수 있었고, 이 키워드는 이후 제 콘텐츠의 단단한 중심축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키워드를 먼저 찾아야 그에 맞는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키워드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나만의 키워드는 기록과 정리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것입니다.
나만의 키워드를 발견하고 나면, 영감을 받아들이는 단계부터 경험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친구와 대화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강의를 들으면서 내 키워드를 떠올리며 질문과 답을 찾아나가기 때문입니다.
내 키워드에 대한 나만의 질문과 답을 찾아나가는 것, 이게 바로 15초 영감 메모와 쪽글 모아 긴 글 쓰기 시스템의 어마어마한 결과이자, 기록으로 우리를 브랜드로 완성하는 비밀입니다.
콘텐츠를 브랜드로: 나만의 문제 해결 기록
그렇다면, 내 키워드에서 출발한 나만의 질문과 답은 어떻게 우리를 브랜드로 만들어 주는 걸까요?
퍼스널 브랜딩 강의를 듣다 보면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타인에게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금방 지치고 의미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콘텐츠든 우선 '내 문제'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살기에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만의 해결 과정 기록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힌트와 용기를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현직자 인터뷰나 강의를 듣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마케팅 전문가가 쓴 마케팅 교과서가 넘쳐나는데도 그보다 훨씬 비싼 돈을 내고 현직자 강의를 듣는 이유는 그 사람의 문제 해결 방법이 궁금해서일 거예요. 책에서 접한 이론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당장 적용할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쉽게 떠오르지 않잖아요. 그럴 때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 비로소 내 문제에 적용할 창의적인 해결책을 생각해 낼 수 있어요.
그렇다면 나만의 질문과 답은 어떻게 기록하고 쌓아 나가는 게 좋을까요? 15초 영감 메모, 쪽글 모아 긴 글 쓰기에 이어 세 번째 기록법, 고민 해결 노트를 소개합니다. 고민 해결 노트 템플릿 링크를 열어 함께 살펴볼게요.
[📝노션 템플릿📝 이용 방법]
템플릿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개인 노션 계정이 필요합니다. 계정이 없으신 분은 노션 홈페이지에서 먼저 계정을 만들어 주세요.
페이지 우측 상단에 표시된 [복제] 를 클릭하여 본인의 노션 워크스페이스에 템플릿을 복사하시면 됩니다.
고민 해결 노트 템플릿은 '준비하며 → 진행하며 → 끝나고'의 과정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매달 하나의 고민을 질문으로 바꿔, 질문에 대한 나만의 액션을 실천하고, 그 결과를 쌓아가는 과정을 작성하는 과정입니다.
이 기록법의 핵심은 고민을 질문으로 바꾸는 거예요. 제자리를 맴돌던 고민을 질문으로 바꾸면 자연스럽게 우리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게 됩니다. 인간의 뇌는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든 답하려고 하는 특성이 있거든요.
✍️고민 해결 노트: 고민을 질문으로
고민: 무례한 업무 요청을 받을 때마다 감정과 에너지 소모가 심해…
질문: 무례한 업무 요청을 받을 때 흥분하지 않고 지혜롭게 대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 질문을 정했으면 진행 과정이 시작됩니다. 질문에 대한 작은 액션을 매주 정하고 실천한 후 결과를 기록합니다. 저는 매주 금요일 오후, 구글 캘린더에 30분짜리 고정 일정 알람을 설정해 두고 고민 해결 노트를 작성했어요.
노션의 고민 해결 노트 페이지 ⓒ단단
단번에 완벽한 해결책을 도출하기는 어렵기에, 지난주 액션의 결과는 새로운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새로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다음 주 액션을 적고, 다음 주 금요일에 다시 결과, 고민, 액션을 기록합니다. 이 사이클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더라고요.
고민→액션→결과를 반복하며 문제 해결 ⓒ더퀘스트
아래는 "무례한 업무 요청을 받을 때 흥분하지 않고 지혜롭게 대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문제 해결 기록 사례입니다. 매주 기록하면서, 서서히 무례한 업무 요청에 지혜롭게 대응하는 방법들을 시도해 볼 수 있었고, 동료들과 부딪히지 않고 부드럽게 소통하면서도 원하는 것을 조율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되었어요.
고민 해결 노트 작성 예시 ⓒ더퀘스트
이걸 언제까지 반복하냐고요?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을 때 마무리하면 가장 좋지만, 세상에는 쉽게 해결되는 고민보다 지지부진하게 해결되지 않는 고민이 더 많죠.
저는 일단 3개월이 지나면 무조건 노션 고민 해결 노트 페이지의 진척 상황 태그를 '진행 중'에서 '완료'로 바꿉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작성한 기록들을 하나의 긴 글로 엮어서 정리합니다. 그리고 난 후 이 글을 SNS에 올려요.
이렇게 내 문제에서 시작한 나만의 문제 해결 과정은 나를 도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인사이트를 주는 콘텐츠가 됩니다. 나아가 이 콘텐츠가 차곡차곡 쌓이면 일과 삶의 문제를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과 태도를 형성할 수 있고, 여기서 나라는 브랜드가 완성됩니다.
우리의 경험은 이미 충분합니다
많은 분들이 '나는 경험이 부족해서 기록할 것도, 콘텐츠로 만들 것도, 브랜드로 완성할 것도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고민은 5년 차 미만 주니어도, 10년 차 시니어도, 20년 차 리더도 똑같이 합니다. 오히려 연차가 쌓일수록 연차에 걸맞은 전문성이 없다고 고민하죠.
물론 어떤 분야든 일정 수준의 실력을 갖춰야 인정받을 수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분야의 구루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 기본기를 쌓았다면 그다음은 세상에 나를 드러내고 같이 호흡하면서 성장할 차례입니다.
우리의 경험은 이미 충분합니다. 회사에서 마케터로서 고객의 마음을 읽으려 했던 시간, 기획자로서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했던 순간, 개발자로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 과정, 일상에서 아침 루틴을 지키려 노력했던 시간, 책을 읽고 기록하며 얻은 인사이트까지. 나에게는 사소해 보이는 경험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인사이트, 나아가 더 나은 삶을 만들어 줄 실마리가 됩니다.
세상 어디에도 똑같은 경험은 없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일이라도 각자가 겪는 과정, 느낀 감정, 문제 해결 방법은 모두 다르니까요. 그래서 우리의 경험은 그 자체로 고유한 가치가 있습니다. 경험의 순간, 15초 메모로 기록하고 기록을 엮어 콘텐츠로 만들고, 고민 해결 노트로 나의 과정을 묵묵히 쌓다 보면 그 누구에게도 없는 나만의 브랜드가 나도 모르는 사이 쌓입니다.
기록이라는 단단한 무기를 손에 쥐고, 불안한 미래 앞에서도 반짝이는 나만의 길을 찾아보세요. 조금 느리더라고 가장 확실하고, 재미있고, 지속 가능한 길이 되어줄 겁니다.
ⓒ더퀘스트
📢 퍼블리 아티클 〈글을 술술 쓰게 되는 글쓰기 저글링 시스템〉을 3년 동안 발전시킨 기록법이 책 〈내 일을 위한 기록〉이 되었어요. 이 글은 그중 2장과 4장의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해 본 글이에요. 기록 루틴을 넘어, 나를 브랜드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살펴보고 싶다면 책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