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한때 신입이었고, 후배였다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내 앞가림도 하기 어려운데 후배가 들어온 주니어에게 필요한 조언
- 프로젝트를 나눠주고 케어해야 하는 중간관리자를 위한 시스템과 팁
- 어떤 선배가 좋은 선배일까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배의 한 가지 답
저자 김은선
17년 차 광고인, 크리에이티브 그룹 리더 > 프로필 더 보기
"리더십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몇 년 전, 팀장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지사장님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리더들의 의견을 듣고,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만난 자리였습니다. '모범을 보이는 것',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일을 잘 하게 만들어주는 것' 등의 대답이 나왔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팔로워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팔로워가 없는 리더는 의미가 없으니까요."
솔선수범도 좋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저는 팔로워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을 해보거나 정의를 내려본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받자 나온 대답이 그러했습니다.
리더십이란 단순히 셀장, 파트장, 팀장과 같은 직책을 가진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 한 명이라도 후배가 있다면, 선배의 역할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할 일도 많고 혼자 살아남기도 힘든 시대, 후배까지 굳이 챙기고 키워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어쩌면 몇몇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여기는 회사지, 학교가 아니니까요.
"20대 안 뽑아요. 청년 신규 채용 일자리 역대 최소" (SBS뉴스, 2024.11.25.)
"인사담당자의 83.9%, 직무 무관 경력이라도 중고신입 선호" (동아일보, 2024.01.30.)
실제로 사회 분위기도 그렇습니다. 경력직 신입, 중고 신입이라는 단어를 들은지도 꽤 된 것 같습니다. 바로 실무에 투입되어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지,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는 신입을 선호하지 않는 거죠.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제가 다니는 회사의 공채에도 중고 신입이 많았습니다. 작은 광고대행사에서의 3~4년 경력을 다 버리고 처음부터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지원해 입사한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후배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취업의 과정을 뚫고 입사한 후배들에게 회사는, 선배는 무엇을 해줄 수 있고 해줘야 할까요?
2012년에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 기억 나시나요? 영화 포스터에 이런 카피가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 한때 신입이었고 후배였습니다. 사수의, 선배의 도움과 가르침이 간절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를 떠올려 보며 후배를 키워야 하는 이유와 키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사원의 티를 갓 벗은 대리 시절부터 실무를 하기도 바쁜데 후배들까지 이끌어야 했던 차장 시절, 여전히 어설펐던 초보 팀장까지의 경험담을 통해 이제 막 선배가 되기 시작한 분들이 방향을 잘 잡아나가시면 좋겠습니다. 레퍼런스가 되어도 좋고 타산지석이 되어도 좋습니다. 이 글을 다 읽은 끝에는 나다운 선배가 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정신 차려보니 4년 차, 나에게도 첫 후배가 생겼다
28살, 일한 지 4년쯤 되자 어느 정도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생겼습니다. 대단한 카피까지는 쓰지 못했지만 사원답게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내면서 차장님, 부장님께 종종 칭찬을 받았습니다. 일종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할까요?
그런 생활에 만족하고 있을 때쯤 신입 디자이너가 입사를 했습니다.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하고 입사한 후배였습니다. 덜컥 후배라는 존재가 생긴 저는 어쩔 줄 몰랐습니다. 내 앞가림도 아직 잘 못 하는 것 같은데 왠지 선배로서 뭔가를 알려줘야 할 것 같은 책임감에 부담스러웠습니다. 게임으로 비유하면 하나의 스테이지가 끝나고 그 다음 스테이지로 덜컥 넘어가게 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