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이 없는 게 아니라, 너무 익숙했을 뿐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인구 4000명이 안 되는 작은 섬을 바꾸고 있는 기획자의 '환경문화주의'
  • 다니고 싶은 고향 회사를 만드는 리더의 개인 존중, 다양성 존중 철학
  • 함께 일하는 상대를 고를 수 없을 때, 상대의 본질을 이해하는 방법

* 본 콘텐츠는 2024년 4월 발간된 〈내일을 예고합니다―미래를 만드는 아시아의 기획자들〉을 퍼블리의 시선으로 발췌해 구성한 것입니다.

"사업 때문이라기보다 고시키지마를 어떻게든 나아지게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아일랜드 컴퍼니의 대표 겐타 씨가 진지한 눈빛으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가 진행하는 수많은 활동은 모두 이러한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인구 4000명이 안 되는 작은 섬에, 겐타 씨는 왜 이렇게 강한 애정을 갖는 걸까요?

"옛날 항구에 커다란 용나무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어부들이 물고기를 말리거나 주민들이 저녁에 바람을 쐬며 담소를 나누곤 했어요. 누구의 땅이라고 정해져 있지 않은 노는 땅이 곳곳에 있었죠. 하지만 섬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이런 곳들이 거의 사라져버렸어요. 사라져버린 소중한 장소와 시간을 지금 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되찾고 싶었습니다."

"지방의 매력을 작게 나누어 보면, 도시에 있는 것이 지방에도 모두 있습니다." ©북스톤

지역개발을 통해 주민들은 편리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지만, 고시키지마만의 매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마을의 일원으로서 편리함과 지역의 매력 모두를 지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겐타 씨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겐타 씨도 처음부터 고시키지마가 매력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닙니다.

"어릴 적에는 고향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멋진 건축물과 전통문화가 가득한 교토에서 공부하고 싶었죠. 그런데 막상 교토에서 대학을 다니며 지역의 매력을 작게 나누어 보니까, 교토에 있는 것들이 고시키지마에도 모두 있다는 걸 깨달은 거예요. 이 섬에 매력이 없던 게 아니라, 너무 익숙한 곳이라 고시키지마의 매력을 자각하지 못했던 거였어요."

©북스톤

교토에서 살면서 고시키지마의 매력을 재발견한 겐타 씨는 대학 졸업 후 섬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농업부터 시작해 두부 제조판매, 음식점, 호텔 등으로 영역을 차례차례 확장하며 고시키지마만의 매력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그가 2021년에 개업한 오소노 베이커리는 현대판 용나무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 베이커리는 월·화·금 오전과 주말에만 빵을 팔고, 다른 시간에는 영어회화 교실, 영화상영관 등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주민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공간의 본래 용도에 얽매이지 않고 주민들의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은 과거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했던 용나무를 떠올리게 하죠.

 

더욱이 오소노 베이커리는 지역 주택의 목재나 고가구를 재활용해 만든 곳으로, 고시키지마의 역사를 다시금 짜맞춘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민들은 이곳에 모여 시간을 보내며 고시키지마의 역사적 매력을 느낍니다. 이처럼 겐타 씨는 고시키지마가 지금까지 이어온 문맥 속에서 환경을 재구성해왔습니다. 

 

한편, 고령화율이 50%가 넘는 고시키지마에서는 노년층이 지낼 수 있는 곳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요양 서비스가 잘 되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제도에만 의지해 주민들끼리 서로 돕는 문화가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염려도 됩니다. 저는 반경 400m 이내에 사는 이웃들끼리 평소에도 서로 도와주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맞이하고 싶은 노후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