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함 속에서 날 지탱해 줄 디딤돌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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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10년, 프리랜서 6년, 그리고 투자사 대표까지. 커리어를 넘나드는 저자의 인사이트
  •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 전문성보다 탁월성이 필요한 이유
  • 불확실성, 불안정성의 어둠 속에서 더 빛나는 '꾸역꾸역'의 힘

* 본 콘텐츠는 2024년 4월에 발간된 〈일하는 마음〉을 퍼블리의 시선으로 발췌해 구성한 것입니다.

이 글을 한 문장으로 소개하자면, 내 한계 안에서 나름 씨름했던 흔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극히 개인적인 흔적이기에 시원하고 명쾌한 답 같은 건 없다. 

 

다만, 나의 '일하는 마음'이 자신만의 열심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려는, 그래서 외부의 평가 이전에 스스로 만족하며 자기 성장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분들께 와닿지 않을까 싶다. 그런 분들에게 제 씨름의 기록이 어떤 식으로든 지지 혹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연다.

 

이제 전문성이 아닌 탁월성의 시대

2017년 11월 25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성수동에서 '리워크RE:WORK'라는 이름의 컨퍼런스가 열렸다. 옮기자면 '일에 대한' 컨퍼런스라고 할 수 있는 이 행사의 캐치프레이즈는 "전환, 실험, 노동"이었다. 이에 걸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일을 구성하고 실험하는 사람 34명을 연사로 초청했다. 

 

나는 '어쩌다 전환의 기술'이라는 세션에 스피커로 참여했다. 이 세션에는 나 외에도 두 사람이 함께 마이크를 잡았는데, 《이상한 정상가족》을 쓴 김희경 작가와 씨프로그램이라는 벤처기부펀드의 엄윤미 대표였다.

 

'어쩌다 전환'이라는 키워드는 우리 셋이 주기적으로 만나 뭔가 함께 해볼 프로젝트가 없을까 공상을 펼치곤 할 때 우리의 대화를 관통했던 주제다. 세 명 모두 '이직移職'으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업의 전환을 한 차례 이상 감행한 적이 있고, 앞으로도 우리 삶에 그런 전환이 더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예감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객석을 빼곡히 채운 청중 중 한 명이 던진 질문은 전문성에 대한 것이었다. 직업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에 경력에 대해 전환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유연한 태도가 전문성을 구축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간주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의견은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공히 변화하는 전문성의 개념을 향하고 있었다. 한 가지 일에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직종의 이름으로 전문성을 쌓는 방식은 하나의 자격 획득으로 경력 전체를 보장받을 수 있던 시대에나 유효한 것이다. 물론 여전히 그런 전략이 통하는 분야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분야의 수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으며, 원한다고 모두에게 그런 전략을 추구할 기회가 허락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전통적인 의미의 전문성을 어떻게 갖추느냐보다는 자신만의 탁월성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전문성이 한 가지 이름의 직업과 결부되는 것이라면, 탁월성은 일을 바라보는 접근법,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수 있는 중심 기술과 연결된다. 

 

중심 기술은 사실 하나의 서사이자 이름 붙이기다. 기자였다가 번역가이자 작가로 일하고, 또 비영리단체의 권리옹호부장에서 사업본부장을 거친 김희경 작가는 자신의 중심 기술이 "정보를 구조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업과 직위는 계속 바뀌었지만, 정보를 구조화하는 것이 언제나 자신의 일이었다는 것이다. 

 

크고 작은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며 '우연히' 다음 단계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에 자신을 열어두는 것,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찾아가는 것. 전통적인 이름으로 담을 수 없는 파편적 경험들을 관통하는 '이름'을 붙이고 말하는 것. 

자기 기준을 갖고 일한다는 것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느 순간 내 안에 교복 입은 학생이 있어서 '이 일은 몇 점짜리일까', '칭찬받을 수 있을까'라며 스스로를 붙잡고 있다고 느꼈다. 내 안의 교복 학생을 떠나보내고 마음껏 백지에 쏟아낼 때, 그때가 창의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삶을 걸고 사회를 바꿔 가는 이들이 주변에 분명히 있다. 그들로부터 변화는 시작한다."*

*최보윤, "내 안의 교복학생 떠나보내니… '벤처 자선' 아이디어 샘솟아" (조선일보, 2018.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