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50, 구글 본사에 도전하다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스스로 기회를 만들 수 있었던 마음가짐과 비하인드 스토리
- 비원어민 최초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가 알려주는
- 글로벌 커리어를 위한 3가지 팁과 끊임없이 성장하는 비결
연사 정김경숙 (로이스 김)
현)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작가 / 전) Google, Motorola, 한국릴리
* 본 콘텐츠는 링글 글로벌 커리어 컨퍼런스의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했습니다.
30년 동안 커리어를 이어오면서 직장 생활이란 게 참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업(up)이 있으면 다운(down)이 있고, 픽(peak)이 있으면 밸리(valley)도 있는, 어려운 순간을 참 많이 맞이하는 게 직장 생활이기 때문인데요.
먼저 제 커리어를 간략히 말씀드리면 저는 모토로라 코리아에서 8년, 제약 기업인 한국 릴리에서 5년 그리고 구글에서 16년을 보냈습니다.
이번 아티클을 통해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해야 지속성 있게 회복 탄력성을 가지고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구글에서 보낸 16년 중 구글 코리아에서 12년, 구글 본사에서 4년간 일했는데요. 구글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로 떠날 때 제 나이가 쉰이었어요. 남들은 은퇴를 고민할 나이에 어떻게 구글 본사에 가게 됐는지, 그 안에서 얼마나 힘들게 좌충우돌했는지 자세히 이야기해 볼게요.
스스로 기회를 만들려면 일단 물어나 보자
처음 미국에 갔을 때가 2019년 여름이었어요. 사실 그 직전까지도 미국에 갈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구글 컨퍼런스에서 손을 들고 한 가지 제안을 했던 게 모든 일의 시작이었죠.
'한번 물어나 볼까?'
구글 코리아에서 커뮤니케이션 총괄로 일한 지 10년을 넘기니 '좀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 다른 지역에서도 일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기회가 별로 없었죠. 그 무렵에 컨퍼런스가 열린 거예요.
전 세계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500여 명이 모여 매년 진행하는 이벤트인데, 행사 마지막 날에 전 세계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는 부사장과 각국의 리더가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그때 제가 손을 들어 한 가지 제안을 했어요.
나라마다 커뮤니케이션 팀이 있고, 본사에도 미국을 담당하는 커뮤니케이션 팀이 있지만, 늘 유기적으로 협업이 안 된다고 느꼈거든요. 예를 들면, 한국 방송사에서 취재 요청이 들어와도 본사에서 받아줄 사람이 없는 거예요. 미국 커뮤니케이션 팀은 미국 매체만 다루니까. 미국에 영국 BBC, 프랑스 AFP, 독일의 슈피겔 등 중요한 특파원들이 모두 모여 있는데도 같은 이유로 관리가 소홀하고요.
이렇게 놓치는 좋은 기회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질의응답 시간에 손을 들었어요. 수백 명 앞에서 손을 들고 이야기 하려니 가슴이 콩닥거렸지만, 평소 느낀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 본사에 인터내셔널 팀을 세웠으면 좋겠어요. 미국 내에 있는 전 세계 특파원들을 지원하고, 각국의 커뮤니케이션 팀을 이어주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더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어요.
좋은 아이디어라며 한번 생각해 보겠다는 답을 들은 게 2019년 7월이었어요. 컨퍼런스가 끝나고 저는 바로 휴가를 떠났고요. 노르웨이에서 트레일을 걷고 있는데, 제가 컨퍼런스에서 제안한 그 역할, 인터내셔널 팀의 헤드를 찾는다는 공고가 올라온 거예요.
그때까지도 제가 미국에 갈 거라곤 전혀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내 아이디어가 쓸모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그저 기뻤어요. 다시 한참 트레일을 걷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관심은 있으니 한번 물어나 볼까?
당시 저는 한국에서 이미 디렉터 레벨이었고 해당 포지션은 시니어 매니저 롤이었거든요. 더 낮은 레벨이라 채용 매니저에게 한번 물어나 보자 싶어 연락을 했죠. 그랬더니 바로 "로이스가 와주면 좋겠다. 와서 팀을 키우면 레벨이야 언제든 조정 가능하다"라고 이야기했던 거예요. 제가 먼저 물어보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제안이었죠.
기회는 우연히 주어질 수도 있고, 스스로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떨 때는 반반이고요. 구글 본사에 갈 수 있었던 건 제가 먼저 질문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한 번 물어나 볼까?' 했던 게 제 인생을 크게 바꾼 기회가 된 셈이죠.
스스로 기회를 만들자
구글에 오기 전에 일했던 제약 회사, 릴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릴리에서 2년 반은 커뮤니케이션 팀에서, 나머지 2년 반은 마케팅 팀에서 일했는데, 그때도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싶은 마음에 먼저 물어봤거든요.
릴리는 의사가 처방하는 병원 약을 취급하는 회사라 당시 브랜드 매니저는 모두 약학을 전공했어요. 저는 문과라 당연히 고려 대상이 아니었는데, 너무 해보고 싶어서 담당 부사장님을 찾아갔어요. 약학과는 아니지만, 이 제품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마케팅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결국 부사장님을 설득해 약학을 전공하지 않고 마케팅 팀에 들어간 최초의 케이스가 됐습니다. 제 뒤로 굉장히 많은 후배들이 들어왔고요.
여러분도 '한번 물어나 볼까?'라는 생각이 들면 주저하지 말고 물어보세요. 질문 하나가 커리어를 바꿀 커다란 기회가 되어 돌아올 수 있습니다.
글로벌로 나아가는 3가지 키워드
글로벌 기업에서 오래 일했다고 하지만, 사실 저는 굉장히 보잘것없는 사람이에요. 100을 넣으면 200은 기본으로 만드는 분도 있는데, 저는 100을 넣고 엄청 열심히 해야 겨우 100을 만드는 사람이거든요.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제가 깨우친 것들이 있어요.
30년간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키워드로 정리해 봤더니 크게 3가지였어요. 글로벌 커리어를 위한 3가지 팁이죠.
- 내 도메인에서 최고가 돼라 (domain knowledge)
- 자기 존재감과 브랜딩을 높여라 (build up my own personal identity)
- 영어 실력 (english)
먼저 HR이든, 마케팅이든, 세일즈든 자기 영역에서 최고가 되어야 해요. 저 같은 경우는 커뮤니케이션이었죠. 나만의 브랜딩도 만들어야 하고, 끝없는 도전이라 할 수 있는 영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 내 도메인에서 최고가 돼라
일을 막 시작한 초창기 무렵이었는데요. 저보다 잘한 동료들에게 100% 진심에서 우러나온 박수가 안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그 느낌이 굉장히 무서웠어요. 제가 집에서 막내라 샘이 많은데, 내가 이렇게 경력 초반부터 남을 시샘하면 팀워크를 해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팀원을 시기하지 않고 함께 잘 일하기 위해선 일단 내가 최고가 되어야겠다 싶었어요. 최고가 되고자 하는 원동력이 질투심이었달까요? 이어서 도메인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필수로 동반되어야 하는 두 가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직무 경험+도메인 지식 쌓기
저는 커리어의 절반은 마케팅을, 나머지 절반은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해왔는데요. 미국에서 MBA 마케팅을 전공하고 돌아와 맡은 첫 업무가 커뮤니케이션이었어요. 마케팅과 PR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또 굉장히 다르거든요. 그래서 대학원을 선택했어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언론홍보 대학원에 갔죠.
요즘은 아카데믹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워낙 다양하지만, 당시만 해도 대학원 정도가 양질의 콘텐츠와 좋은 네트워크를 만드는 유일한 기회여서 대학원을 선택했어요. 그때부터 제 별명이 학위 컬렉터가 된 것 같은데요.
모토로라 코리아에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모토로라에서 인터넷 마케팅 업무에 자원했는데, 당시에 저는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았어요. 제가 MBA를 할 때만 해도 인터넷이란 게 없었는데, 어느날 인터넷이 등장하고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이 뜬 거예요. 그때도 다시 경영대학을 다니면서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데이터마이닝을 공부했습니다. 문과생으로서 너무나 어려웠지만, 내가 맡은 일에 최고가 되기 위해 공부했어요. 그렇게 여러 대학원을 다니다 보니까, 석사만 4개가 됐고요.
주말에 시간을 내 여러 강연에 참석하는 분들도 건강한 샘을 지닌 하이 퍼포머(high performer)가 아닐까 싶은데요. 꼭 대학원을 다니라는 건 아니고, 본인의 도메인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기본으로 가져가야 하는 요소라고 봅니다.
2) 네트워크 만들기
네트워크도 정말 중요해요. 노하우(know-how)나 노왓(know-what)은 언제든 변할 수 있지만, 노후(know-who)는 그 사람에게 끊임없이 배울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고 배우는 네트워킹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동료들과 어울리고 교수님과 대화하며 네트워킹했지만, 요즘은 링크드인 같은 소셜 네트워크도 많고 외부 모임도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그런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시길 바라요.
2. 자기 존재감과 브랜딩을 높여라
자신을 브랜딩할 때는 가식적이지 않은,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구글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던 시점에 재미난 일이 있었어요.
1) 퍼스널 아이덴티티
스포츠 기업에서 마케팅하던 분이 구글에 입사해, 잠깐 우리 사무실에 출장을 온 적이 있어요. 그분 성함이 굉장히 흔했어요. 예를 들어 '존'이라고 해볼게요. 어느 날 출근했더니 책상 위에 스티커가 하나 놓여 있는 거예요.
📧 The REAL John: If you have any questions about marketing, contact me.
당시만 해도 참 오버한다고 생각했어요. '남의 사무실에 잠깐 온 건데 이런 걸 다 두고 가네?'라고 생각했는데, 그 후에 마케팅에 관해 궁금한 게 있으면 '맞다. The REAL John이 있었지' 하면서 메일을 보내게 되더라고요?
같은 이름을 지닌 수많은 사람을 제치고 한 번에 본인을 떠오르게 한 거잖아요.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확보하는 하나의 방식이었던 거예요. 이 방법이 정석이라는 건 아니지만, '자신을 브랜딩하는 데 관심이 있고, 아이디어를 이런 식으로도 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구글 초창기에 들어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제 이름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출근하면 늘 "안녕하세요. 로이스예요"라고 열심히 인사를 건넸어요. 원래 내향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일하면서 훈련된 외향인이거든요. 곳곳을 돌아다니며 동료들은 물론, 카페테리아 셰프님께도 인사했죠. 시간이 흐르니 어느새 인사가 나만의 브랜딩으로 자리 잡았더라고요.
미국에서는 새로운 브랜딩이 필요했어요.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가 새롭게 팀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어떻게 나를 알릴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일단 새로 팀이 생겼다는 걸 알리기 위해 90일 동안 100명 만나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엑셀 시트에 팀별로 이름을 정리해서 정말 100명을 만났습니다. 개인적인 소개는 물론, 이 팀이 앞으로 어떤 도움을 줄지 설명했죠. 그러고 나니까 일이 너무 수월해지는 거예요.
미국도 굉장한 인맥 사회거든요. 도움을 요청할 때 한 번이라도 만났던 사람과 이메일만 했던 사람은 차이가 있어요. 한 번이라도 봤던 사람이 요청하면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보려고 노력해요. 감정이입이 되니까. 반면 이메일만 했던 사람은 단칼에 거절하기가 더 쉬워요.
인맥을 쌓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게 정말 중요하고, 그 자체도 브랜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팀워크
점점 갈수록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옆 부서 또는 다른 나라의 팀과 함께 해야 하는 업무가 많습니다. 그래서 협업을 잘하는 것도 브랜딩이 된다고 생각해요.
구글에 피어 보너스(peer bonus)라는 제도가 있어요. 예를 들면, 옆 팀의 존 님과 미팅을 했는데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를 준 거예요. 그래서 고마웠다고 표현하면 존 님 통장에 보너스가 꽂힙니다. 미팅을 준비하며 멀티탭을 찾고 있었는데 어떤 분이 가져다주신 거예요. 그래서 고마웠다고 칭찬하면 바로 보너스가 지급되죠. 내 돈 나가는 것도 아니고, 5분 이상 걸리는 일도 아닌데,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
어떤 팀원을 고맙다고 칭찬하면 그 내용이 제 매니저와 상대의 매니저에게도 메일로 전달돼요. 사소한 일이지만, 팀원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매니저가 알 수 있는 거예요.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리마인드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죠.
이것도 자기 브랜딩이 될 수 있어요. 협업하며 고마웠던 점이나 도움받은 부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다른 팀원을 칭찬하는 것만으로도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요. 다른 사람을 돕고 칭찬하는 일이 나의 브랜딩이 되면 일할 때 훨씬 수월할 겁니다.
3) 리더십
결국 타인의 성공과 연결될 때 비로소 내 성공도 이루어집니다. 리더십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팀원과 굉장히 잘 지낸다고 자부하는 리더 중 한 사람인데, 제가 가져가고자 했던 리더로서의 브랜딩은 팀원의 성공과 성장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었어요. 팀원이 성장하면 리더도 성장할 수밖에 없거든요.
구글에는 상위 매니저와 1대1 미팅이 많아요. 매주 제 밑에 팀원과 미팅하고, 바로 위 VP와 미팅을 하죠. 상위 매니저만 만나다 보니 차상위 매니저와는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서, 한 달에 한 번은 저를 스킵하고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도록 했는데, 그 시간이 참 귀했어요. 팀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제 위의 VP가 알게 되니까 팀원을 승진시킬 때도 크게 설득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떻게 일하는지 평소에 이미 알고 있으니까.
퍼스널 브랜딩을 고민할 때 나 자신에 대해서만 고민하지 말고, 함께 일하는 동료나 매니저로서 브랜딩도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3. 영어 실력
마지막은 영어입니다. 제게도 영어는 원수 같은 존재예요. 문과여도 언어 감각은 정말 없거든요.
1)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단어 외우고 문법 공부하며 겨우 학력고사는 마무리했지만, 우리 세대는 듣기를 해본 적이 없어요. 단어 철자는 완벽하게 외워도 어떻게 읽는지,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조차 모르고 대학에 들어간 거죠.
유학을 떠나면서 영어를 더 배웠지만, 저는 정말 최소한으로, 딱 졸업할 만큼의 영어만 했다고 생각해요.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분들보다야 낫겠지만, 영어로 원활한 토론이 가능할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그렇지만 그 정도 영어로도 일하기 괜찮았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제 생각은 이랬어요.
😎 세상의 인간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지. 일은 못 하는데 영어만 잘하는 사람과 일은 잘하는데 영어가 좀 아쉬운 사람, 나. 세상의 인간은 다시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영어는 잘하는데 싸가지가 없는 사람과 영어는 못하지만 착한 사람, 나.
영어가 아쉬워도 일 잘하고 착한 게 낫잖아요? 그게 먹히던 시절이었고요. 그런데 구글에 가니까 영어도 잘해, 일도 잘해, 성격까지 좋은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영어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가 마흔이었어요.
마침 제가 다니던 검도장에 유명한 스피킹 강사님이 계셨어요. 당연히 미국에서 살다 오신 줄 알았는데, 교환 학생도 가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저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더니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첫 수업을 시작하고 한 달 동안은 단어가 가진 소리, 발음을 처음부터 다시 배웠어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게 신의 한 수였어요. 분명히 잘 말했는데도 상대가 못 알아듣는 경험, 다들 있으실 거예요. 이상하게 동료가 말하면 바로 알아듣죠. 똑같이 이야기했다고 생각하는데 상대가 내 말만 못 알아들으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그게 다 잘못 배웠기 때문이더라고요.
발음을 새로 배우니 영어가 잘 들리기 시작했어요. 더 잘 들리고, 더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되니까 영어를 배우는 게 정말 재밌었어요. 그렇게 10년을 공부했습니다. 40살에 시작해서 10년을 공부했는데, 갑자기 50살에 미국에 가게 된 거죠.
2) 루틴과 환경을 만들자
영어를 10년 준비했으니 나이 쉰에 미국에 가기로 결정할 때도 주저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물론 겁은 났죠. 한국에 출장 온 분들은 우리가 비원어민이기 때문에 조금은 배려해서 천천히 이야기하잖아요. 미국에선 다들 원래대로 이야기할 텐데, 얼마나 빠르겠어요. 게다가 커뮤니케이션 부서는 정말 말로 먹고 사는 친구들이 다 모여 있거든요.
저도 한국에서는 1.2배속으로 이야기하고, 보도 자료도 30분이면 두 장 금방 만들죠. 빨간펜 선생님 역할도 얼마든지 할 수 있고요. 그런데 미국에선 제가 파이널 리뷰어(final reviewer)가 안 되는 거예요. 아무리 열심히 잘 써도 누군가 한번은 봐줘야 하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정말 목숨 걸고 영어에 매달렸어요.
저는 아침, 저녁으로 뛰고 걷는데, 그러면서 늘 영어 오디오북을 들었어요. 1년에 80권 정도를 들으니까 일주일에 1.5권은 듣는데요. 처음 한 10권은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정말 이렇게 안 들릴 수가 있나 싶었거든요. 남녀가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리 들어도 이게 부부 관계인지, 모자 관계인지 전혀 모르겠는 거예요.
그렇게 20권쯤 되니까 조금씩 알아 듣겠더라고요. 지금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만, 끈질기게 꾸준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루틴과 시스템을 만들고 꾸준히 반복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다른 저만의 공부법이라면, 어딜 가든, 무엇을 보든 '영어로 이건 뭐지?' 생각하고 찾아봐요. 영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계속 자신을 노출시키는 거예요. 주변에 보이는 사물은 물론, 시장 볼 목록도 영어로 작성해 보는 거죠.
예를 들면, 김밥 재료를 사면서 '우엉이 도대체 영어로 뭐지? 생각해 본 적이 없네?' 하면서 찾아보고 외워요. 화장대 위에 면봉이나 족집게를 보면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일상을 영어로 채우며 하나하나 어휘를 늘려나가려 노력합니다.
결국, 꾸준함과 체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글로벌 커리어를 위한 3가지 팁은 1) 내 도메인에서 최고가 되고 2) 자기 존재감과 브랜딩을 높이고, 3) 영어 실력을 갖추는 것인데요. 이 과정을 제대로 실천하려면 집중력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체력이 필수예요.
일하면서 한창 바쁠 때 가장 먼저 스킵하고 포기하는 시간이 운동이잖아요. 그런데 체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100번은 강조하고 싶어요. 오래 가려면 체력 없이는 어려워요. 그래서 체력을 기르는 데 투자하시길 꼭 당부드립니다.
스스로 브랜딩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데 조심스러운 분들은 글로벌 커리어를 쌓기 위한 조건들이 외향적인 사람을 위한 거라 느끼실 수 있어요. 사실은 저도 극소심한 트리플 A형이거든요. 내향적인 사람이 모두 외향적으로 변할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 바꿔보고 싶은 면이 있다면 가볍게 시작해 보는 건 좋은 것 같아요.
내향적인 성격이지만 네트워킹을 해보고 싶다면, 한두 개 원칙을 정해서 시작해 볼 수 있어요. 요즘은 좋은 툴이 많아서 모르는 사람에게 랜덤하게 인사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링크드인에서 팔로우를 할 수도 있고, 누군가 보낸 이메일에 반응해 줄 수도 있죠.
이건 내외향의 차이라기보다 관심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메일에 관심을 보이며 답장하고 댓글도 남기는 거죠. 그런 일대일의 관계가 조금씩 커지면서 더 넓은 관계로 확장된다고 생각합니다.
내향적인 분들이 가진 장점이 분명히 있고, 그게 조직 안에서 굉장히 소중하거든요. 그래서 외향적인 분들께 부탁하고 싶은 건, 요즘은 외향적인 사람이 조금 더 스포라이트를 받는 사회잖아요. 주변의 동료가 내향적이라는 이유로 덜 주목받는 일이 없도록 같이 협력해서 일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느리게 천천히 가지만, 오래 지속하며 글로벌로 나아갈 수 있었던 저만의 경험을 이야기해 봤습니다. 느린 속도에 조급할 필요 없어요. 꾸준함과 체력으로 끈기 있게 가다 보면 충분히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 바쁘다면 이거라도!
- 글로벌 커리어를 위한 3가지 팁
- 내 도메인에서 최고가 돼라: 직무 경험과 도메인 지식 쌓기, 관련 네트워크 형성하기
- 자기 브랜딩을 높여라: 사소한 것(ex. 늘 인사하는 사람)도 퍼스널 아이덴티티, 협업하고 싶은 사람(ex. 칭찬 잘하는 팀원)이 되는 것도 좋은 브랜딩
- 영어 실력: 루틴(ex. 조깅+오디오북) 만들고, 영어에 몰입하는 환경 조성
- 3가지 팁 실천하려면 꾸준함 필수, 체력을 길러 끈기 있게 실천하자!
- 무엇이든 관심 있다면, 일단 물어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