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보는 마음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한국 토박이가 글로벌 조직에서 성과를 내는 법, '나의 리그를 정하자'
- 구글부터 네이버, 토스까지 15년의 글로벌 커리어 여정
- 다양한 시도로 축적한 글로벌 커리어 인사이트
저자 안재균
몰로코 한국팀 리더
* 본 콘텐츠는 링글 글로벌 커리어 컨퍼런스의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했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큰 주제는 'just do it'입니다. 15년간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도전하며 한계를 극복해 왔기 때문인데요.
저는 첫 직장이던 BCG를 거쳐 구글에서 세일즈 업무를, 네이버와 토스에서는 제품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처음 직장에 들어가면 직책이나 포지션을 목표로 세우기 마련이죠. BCG에선 파트너라는 직책을 생각하고, 구글에서는 디렉터를, 토스나 네이버의 제품 팀에서 일할 땐 CPO를 목표로 두고,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커리어라는 게 설정한 목표에 맞게 꼬박꼬박 이어질 거라 예상해도, 실상은 그렇지 않잖아요. 이리저리 꼬이며 복잡해지는 게 커리어 패스입니다. 제 커리어 여정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번 아티클에서 15년의 커리어 여정에서 무엇을 얻었고, 어떤 점을 배웠는지 자세히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제 여정이 글로벌 커리어를 준비하는 많은 분들께 영감이 되었으면 합니다.
커리어 여정1: BCG에서 구글로
첫 번째 직장은 BCG였어요. 2010년부터 4년간 일했는데, BCG에서 일하며 얻은 바를 테마로 나눠보면 크게 3가지예요.
- 그로스 마인드셋(growth mindset)
- 글로벌(global)
- 전략적 문제 해결(strategic problem solving)
BCG에서 일하며 어떻게 성장할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글로벌이라는 테마는 계속 가져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또 비즈니스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게 전략적 문제 해결이라 생각하는데, 이 부분을 BCG에서 일하는 동안 많이 획득했습니다.
끊임없이 두드리면
많은 걸 배우며 애정을 가지고 일했지만, 마음속에는 늘 뱅커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전기공학부로 대학에 입학해 3년 정도 공부하다 경영학과로 전과했기 때문에 워낙 수학에 관심이 많았고, 데이터와 숫자를 바탕으로 의사결정하는 데 자연스럽게 끌렸죠.
그래서 BCG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기회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와 인터뷰를 한 과정이 메일로 남아 있는데요. 2011년에도 메일을 주고받았지만, 2013년에도 소통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만큼 쉬지 않고 꾸준히 문을 두드렸어요.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무엇을 더 해보고 싶은지 고민하며 열심히 시도한 시기였죠.
실제로 골드만삭스에서 오퍼까지 받았다가 취소됐는데, 크게 아쉽지 않더라고요. 후회가 남지 않을 때까지, 끝까지 시도해 봤기에 미련을 두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원하는 바가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계속 문을 두드려 보세요. 본업을 소홀히 하지 않는 선에서 끊임없이 시도해 보는 게 궁극적으로 좋은 커리어를 결정하는 훌륭한 밑거름이 됩니다.
속도보다 방향
그러다 BCG 내 교환 프로그램으로 호주 퍼스에서 1년 정도 근무할 기회가 생겼어요. 컨설팅이 호황인 시기는 아니라 한국에서 일할 때보다 상대적인 속도는 느렸는데, 영어로 일하는 것에 대한 챌린지를 본격적으로 느꼈던 시기였어요. 이전에는 해외 프로젝트를 담당해도 클라이언트 대부분이 한국사였지만, 호주에선 동료부터 고객사까지 모두 영어를 사용하니까, 영어로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확실히 깨달았죠.
컨설팅이라는 직종이 메시지, 언어로 상대를 설득하고 전략을 드라이브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해야만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이에요. 일상에서 사용하는 은어도 이해할 수 있어야 원어민 수준이죠. 그래야 프로페셔널하게 고객사를 커버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당시에는 영어가 정말 큰 장벽이었어요. 당연히 평가도 한국에 있을 때보다 좋지 않았죠.
그렇게 1년간 호주에서 일하며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도장 깨기처럼 빠르게 승진하기보다 장기적 방향성을 두고 그 방향에 맞춰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죠. 후회 없이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타이밍에서는 본인이 장기적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 느린 호흡으로 고민해 보는 일도 필요해요.
구글을 선택한 이유
2013년, 한국으로 돌아와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해야 할지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컨설팅이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컨설팅을 계속하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도 여러 기업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인터뷰를 보고 오퍼를 받은 기업만 5개였어요. PE인 칼라일(Carlyle)부터 왓챠, 라인, 5락스(5Rocks)라는 당시 스타트업도 있었죠. 더 큰 기업에서, 기존과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최종적으로 구글을 선택했습니다.
2014년부터 일하기 시작해 총 6년 반 동안 구글에서 일했는데요. 구글에서 제가 얻은 중요한 테마도 역시 3가지예요.
- 기술(technology)
- 스케일(scale)
- 이익 창출과 운영(revenue making and operation)
당시 모바일 앱 산업에서 구글의 광고 제품이 없던 상황이라, 처음 사업 팀을 만드는 시점에 한국에서 첫 번째 멤버로 합류했는데요. 파일럿 프로그램이라 망할 수도 있고, 팀이 해체될 수도 있었는데 '2년 정도 해보고 망하면 MBA 가지, 뭐'라는 아주 심플한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성장의 파도에서 서핑하며
구글에서 일하는 동안은 수많은 성장의 파도 속에서 서핑하는 기분으로 일할 수 있어서 정말 운이 좋았고, 스스로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합류해서 1~2년 동안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려 노력했어요.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임원들과 이야기하고 보고하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부분이 있었나 봐요. 어드바이저라는 틀에서 벗어나 실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 변하려 노력했어요.
입사 2년 만인 2016년에는 피플 매니저를 맡았습니다. 굉장히 어린 나이에 시작해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너무나 값진 자산이에요.
처음에는 고생을 많이 했어요. 팀으로서 성과를 내는 것과 개인으로 성과를 내는 건 너무나 다른 역량을 필요로 하는데, 그걸 잘 몰랐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동료들에게 주입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나의 성공 방정식이 팀 전체의 성공 방정식이 되는 것처럼. 사실 일을 하다 보면 그렇지 않잖아요. 오히려 다양성을 존중하며 각자의 성공 방정식을 조합하며 가야 좋은 팀이 되고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죠.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피플 매니저로서는 최악의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그런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계속 부딪히며 일했어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포기하지 않고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또 우연한 기회를 만나 6개월 정도 인도 팀 매니저를 맡기도 했고요. 공석인 자리에 직접 자원해서 들어간 건데, 시야를 넓혀주는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처음 팀을 맡았을 때 회사에서 받은 목표 매출을 500배 키운 후 팀을 나왔습니다. 물론 저 혼자 만든 결과라곤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인더스트리가 워낙 성장세였기 때문에 제가 기여한 건 5%도 안 될 거라고 봐요. 하지만 개인적으론 그 5%도 굉장히 크다고 보고, 그런 엄청난 성장을 체감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흔히 말하는 로켓 성장을 경험했으니까.
분명한 실력을 바탕으로
BCG와 구글에서 일한 10년 동안 제가 무엇을 배웠는지 정리해 봤더니, 크게 4가지였어요.
💡Lessons & Learned
- 운칠기삼! 운을 만나기 위한 유의미한 시도를 많이 해야 한다.
- 진짜 실력은 어느 정도의 시간을 단련해야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전달된다.
- 리그를 잘 정하고 진득하게 가면 한국 토박이로 글로벌 조직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 영어로 일하는 데 있어 부족한 유창함은 콘텐츠와 자신감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운이 7할이라니! 허무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지난 15년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어쩌면 운이 9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 운을 만나려면 유의미한 시도를 많이 해야 합니다. 제가 BCG에서 계속 은행의 문을 두드렸던 것처럼, 구글에서 한계에 굴하지 않고 계속 자진해 손을 들었던 것처럼요. 여러 시도를 해보는 과정에서 더 큰 운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BCG에서 4년, 구글에서 6년 반을 일했는데, 짧은 시간은 아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1~2년 경험은 맛보기에 가깝지, 진짜 실력을 증명하긴 부족하다고 봐요. 진짜 실력을 키우기 위해 어느 정도 단련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양하게 해보는 것도 좋지만, 사람이 익어가듯 긴 시간 농밀한 경험도 중요하거든요. 구글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계속해서 확장해 가는 과정이라 여기며 오랜 시간 일했던 것 같아요.
리그를 잘 정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 건, 제가 만약 컨설팅을 계속 했다면 글로벌 커리어를 쌓아 더 높이 올라가기가 더 어려웠을 거예요. 구글에서는 승부를 볼 수 있는 카테고리가 다양하고, 커뮤니케이션만 되면 충분한 것으로 인식하는 환경이거든요. 컨설팅과 테크는 업의 본질이 다르니까요. 리그를 잘 정하면 글로벌 조직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죠. 원어민처럼 말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만나면 분명히 좋은 성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영어로 일을 잘한다는 게 꼭 유창함으로만 증명되는 건 아니에요. 내 콘텐츠가 있고 자기 실력이 분명하면 메시지만 잘 전달해도 충분합니다. 결국 내 실력이 쌓이는 시간이 있어야 영어가 조금 미진하더라도 균형을 유지하며 글로벌 커리어를 계속 키워나갈 수 있는 지점이 있어요.
커리어 여정2: 구글에서 토스로
2019년에 구글 세일즈 파트너십 팀에서 제품 팀으로 넘어갔는데요. 클라우드 팀으로 옮긴 지 2개월 만에 글로벌 조직 개편으로 제 포지션이 사라져 버린 거예요. 글로벌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이죠.
이렇게 포지션이 없어지면 구글에선 60~90일 정도 시간을 주는데요. 다음 단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었던 타이밍이었어요.
직감을 믿어야 할 때
〈손자병법〉에 "이우위직(以迂爲直) 이환위리(以患爲利)"라는 경구가 나옵니다. '다른 길을 찾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고난을 극복해 오히려 기회로 삼는다'는 뜻인데요. 외부 환경에 의해 갑자기 제 자리가 사라졌으니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지만, 다른 길을 찾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침착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했습니다.
그때 운이 좋게도, 당시 구글플레이 코리아의 헤드를 맡았던 분의 소개로 네이버의 제품 팀 임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4개월 만에 그만두기로 결정했습니다. 검색 제품 팀이었는데, 네이버에서 가장 오래된 제품이라 안전성을 중심으로 조금 느리게 흘러가는 문화였거든요. 성장 주도형인 제 성향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죠.
'혹시 내가 한 조직에서 6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스스로 질문하며 치열하게 고민하다, 내 직감을 믿어보기로 하고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어요.
10년 이상 일하며 다양한 고민을 해본 분이라면 자신의 직감을 믿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저도 제 직감을 믿었고, 주변의 여러 동료들과 대화하며 스스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열심히 고민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나만의 색깔로 일한다
다시 한번 운이 좋게도, 같은 해 연말 무렵 토스 제품 팀에서 리더를 뽑는데 지원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어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면서 토스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정말 신나게 일했어요. 제품이라는 영역을 제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는데, 토스가 제품 팀 주도로 일이 돌아가는 환경이라 더 신나게 일할 수 있었죠.
토스에서 일하는 동안 두 개 제품을 맡았는데, 그 과정에서 만들어낸 저만의 색깔은 팀을 턴 어라운드(turn around)시킨다는 거였어요.
구글에서 피플 매니저로 트레이닝을 잘 받았기 때문인데, 와해되기 직전의, 붕괴되기 직전의 팀에 들어가서 팀 문화를 재정비하고 성과를 재창출할 수 있도록 리빌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저만의 색깔을 확실히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2년 반 동안 일하면서 주중에는 보통 새벽 1~2시까지 일했는데, 그게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정말 열정적으로 일했는데, 그 과정이 〈THE TEaM〉이라는 토스 다큐멘터리에 잘 담겨 있죠. 이렇게 열심히 일하면서 크게 두 가지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 (hands-on)
- (customer product ownership)
특히 네이버와 토스에서 일하며 제품을 만든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어요. 시장의 문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저 리서치도 여러 번 진행하면서 정말 고객지향적으로 일하는 게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이제는 그동안의 여러 가지 경험을 종합해 적용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제너럴 매니저(general manager)라고 판단했어요. 이를 계기로 몰로코로 이동을 결정했습니다.
요즘 몰로코에서 제가 고민하는 포인트는 '좋은 경영이란 무엇인가'인데요. 아직 배우는 중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좋은 경영은 1) 좋은 팀과 좋은 문화를 만드는 것, 2) 성과와 결과를 내는 거예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첫 번째가 훨씬 중요합니다.
좋은 팀을 만들지 못하면 성과는 그냥 무너지는 경우도 많아요. 성과가 잘 나오는 데는 시장의 흐름과 운이 중요하기 때문에 컨트롤할 수 없는 요소가 너무 많거든요. 좋은 동료와 좋은 팀이 있어야 이걸 잘 관리할 수 있어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를 내지 못하면 좋은 경영은 아니기 때문에 두 가지 테마를 두고 열심히 고민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커리어를 만든다
구글을 나와 네이버, 토스를 거쳐 현재 몰로코에 이르기까지, 5년 동안 배운 점도 정리해 봤습니다. 역시 4가지예요.
💡Lessons & Learned
- 좋은 평판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기에 차별화된 경쟁력이 된다.
- 커리어 고민과 방향에 대해 터놓고 깊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 그간의 경험·도전·성공·실패로 만들어진 나의 판단력을 믿자. 결정했으면 move on!
-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자.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자!
좋은 평판이란 게 언뜻 추상적으로 느껴지지만, 생각보다 추상적이지 않아요. 다른 사람에게 나에 대해 물었을 때 나오는 답변이 곧 평판이죠. 많은 사람에게 좋은 답변이 나올수록 기회도 많아집니다.
결국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요. '이 사람과 다시 일하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듣는 게 커리어 측면에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좋은 커리어를 만들어 가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커리어의 방향성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3~5명 정도 있으면 정말 큰 힘이 돼요.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정말 깊은 이야기까지 커리어와 관련한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꼭 만드셨으면 좋겠어요. 농밀한 경험을 충분히 몰입해서 해봤다면 어떤 경우에는 자기 직감을 믿고 가보는 것도 좋은 결정에 이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길었던 제 커리어 여정을 한 마디로 종합하니 'Just do it'이 떠올랐습니다. 하고 싶은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열심히 하다 보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너무 고민하지 말고 가끔은 그냥 실행하고 부딪혀 보시면 좋겠습니다.
[FAQ] 익숙함을 내려놓고 새로운 환경에 부딪혀보는 근육
바쁘게 살다 보면 시간이 정신없이 흐르는데요. 다양한 여정을 거치면서 어떻게 중간중간 커리어 방향성을 검토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회초년생일 때는 저도 특별한 직책을 목표로 뒀는데, 커리어가 그렇게 흘러가지 않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그냥 방향성만 고민했어요.
크게 3가지 방향이었는데, 하나는 '확장성'이에요. 하나를 깊게 파기보다 나의 영역을 확장하자는 거였고, 다음이 '테크'라는 키워드, 마지막이 '멀티 플레이어'였어요. 어떤 문제를 만나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떤 회사에 들어가야겠다' 또는 '어떤 포지션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기보다, 3가지 큰 방향성에 맞춰서 나아갔어요. 그래서인지 특정한 회사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해서 엄청 실망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빠르게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었죠. 그런 의미에서 방향성을 고민해 보시면 좋겠어요.
이전 직장의 익숙함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고, 다음 직장에서 느낄 낯섦도 두려운데요. 이직을 여러 번 하시면서 이런 점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직을 여러 번 했지만, 한 회사에서 짧게 일하진 않았거든요. 개인적으로 1~2년 단위로 자주 이직한 사람을 선호하진 않아요. 3~4년 이상 한 곳에서 깊게 일해보는 걸 추천하는 편인데, 그래도 이직은 꼭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익숙함을 내려놓고 새로운 환경에 부딪혀보는 근육은 굉장히 필요하고,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더욱 중요해질 거라고 보거든요. 변화에 적응하는 힘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직이라는 개념 자체를 하나의 스텝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일단 부딪혀보셔야 하고요.
저도 구글로 이직해서 이전 직장에서의 습관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고, 토스에서 제품을 담당할 때도 제품의 문제 해결은 비즈니스 문제 해결과 방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일단 부딪히면서 해보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릿(grit)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하는데, 그게 부딪혀서 버티고 끝까지 해보는 이야기잖아요. 결국은 그게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업무적으로 성장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평소 자기 계발은 어떻게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우선 남들보다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서 1시간 늦게 퇴근한 적도 많아요. 저는 시간의 복리 효과를 믿는 편이거든요. 지금 1시간이 당장은 티가 안 나겠지만, 몇 년 동안 쌓이면 누구도 따라올 수가 없기 때문에 그런 노력이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계발도 80%는 업무를 통해 이루는 것 같아요. 다른 데서 찾기보다 일하면서 자기 계발도 하려는 편이거든요. 나머지 20%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노력해요. 여행도 좋아하고, 제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사람들에게 자극도 받을 수 있는 자리에는 적극적으로 서려 하고요. 직접적인 경험을 많이 해보려고 노력하는 게 저의 자기 계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커리어를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라고 하셨는데, 방법이 고민입니다. 이후 관계를 잘 유지할 방법도 있을까요?
제가 커리어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전부 같이 일하던 회사 분들이에요.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시간을 찐하게 같이 보낸 분들이죠. 대학교에서 학술 동아리도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 안에서 농밀하게 시간을 보낸 친구들과도 자연스럽게 커리어 이야기를 하곤 해요. 같이 찐하게 시간을 보낸 동료들과 먼저 이야기해 보시면 좋겠어요.
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시는데, 좋은 팀과 좋은 문화란 무엇일까요?
우선, 동료에게 어떤 질문을 받거나 껄끄러운 이야기를 들어도 감정적으로 편안한 상태, 즉 심리적 안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동료가 편안해한다는 걸 모두가 같이 느끼거든요.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게 일단 가장 기본이고, 두 번째는 성장, 그로스 마인드셋이에요. 팀 동료들을 보면서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에너지가 좋은 팀의 구성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기복이 생기고 정말 힘든 순간도 있는데, 이런 에너지가 없으면 무너지기 쉬워요. 안 좋은 상황에서도 충분히 반전시켜 올라갈 수 있다는 그로스 마인드셋과 방향성이 있으면 위기를 극복해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그로스 마인드셋이라는 에너지 레벨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는, 결국 팀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야 해요. 여기서 핵심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려는 태도예요. '어떻게 다른 팀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팀, 좋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 바쁘다면 이거라도!
- 커리어는 직책이 아니라 방향성, 끊임없이 시도하고 느린 호흡으로 고민하기
- 나에게 맞는 리그를 잘 정해 진득하게 일하면 한국 토박이도 글로벌 조직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음
- 영어로 일하는 데 부족한 유창함은 콘텐츠와 실력으로 커버
- 좋은 평판은 단기에 만들어지지 않기에 차별화된 경쟁력이 됨
- 커리어 고민과 방향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자!
- 그간의 경험·도전·성공·실패로 만들어진 나의 판단력을 믿자!
- 함께 일하고 싶은,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커리어를 만들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