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자에는 발표의 원리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있을 뿐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발표 설계-진행-마무리의 3단계로 알아보는 직장인의 실전 발표 노하우
- 이성적 논리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 듣는 이의 호감을 사는 표현법
- 신뢰를 얻는 발표를 통해 직장에서 자신을 브랜딩하는 방법
저자 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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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창업 경연대회에서 발표를 마치고 돌아와서 심사 결과가 도착할 메일함을 새로고침 하면서 생각했습니다.
제일 어이없는 결과가 뭘까? PPT나 만들어 달라고 연락 오는 거 아냐?
너무 기대를 하면 실망도 크니까 스스로 최악의 상황을 떠올려서 마음을 달래려고 했던 거죠. 심사위원 중 한 분은 제 명함을 달라고도 했었으니 분위기가 나쁘진 않았을 텐데.
하지만 저는 그 경연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도착한 메일은 거기 소금을 뿌렸어요. 실제로 행사 관련자 중 한 분으로부터 파워포인트 제작 대행을 하는지 문의를 받았기 때문이죠. 이렇게 제가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아마 제가 발표 슬라이드 작업은 잘했었나 봐요? 체계적인 섹션으로 구분된 멋진 슬라이드를 능숙하게 넘기며 읽는 게 그 시절 제가 생각하던 발표였고, 아이템은 좋으니 발표 자료에 공을 들이면 결과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둘은 다른 이야기란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경력을 쌓아가면서 회사에서 진행되는 일상적인 회의, 프로젝트 계획 발표, 업무 공유, 크고 작은 프레젠테이션, 외부 강연까지... 많은 자리에서 발표를 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점점 발표, 그러니까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 있고 나 혼자 떠드는 시간에 대한 감을 잡아가기 시작했어요.
방법을 알았다 싶으니까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시간을 좋아하게 됐어요. 누구보다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자신이 생긴 거죠. 제 발표에 대한 좋은 피드백들이 쌓였고 예민한 이해관계를 가진 분들이나 탑 리더십에 발표하게 될 때도 기분 좋은 긴장과 여유가 있었습니다. 뭔가 알고 있는 발표자가 된 거예요.
그런데 이게 오랜 시간 감으로 쌓아온 노하우라 다른 사람들의 발표를 도와줄 때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설명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던 차에 제 발표도 좀 더 전문적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서 발표 기술에 대한 교육에 참석하게 됐는데, 깜짝 놀랐어요. 제가 발표를 준비하는 접근법과 발표 방식, 태도가 이미 훌륭한 전략이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인증마크를 받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젠 저의 발표 방법을 하나의 글로 정리할 자신이 생겼습니다. 저는 이 방법들을 일상적이고 딱딱한 실무 주제의 발표에서도, 대형 강연에서도 적용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저에게 말을 잘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발표의 원리를 알고 있는 것뿐입니다.
여러분도 이 원리를 알고 나면 발표를 통해 일을 수월하게 추진할 뿐 아니라 사람들과 마음으로 연결되고, 전문가로 브랜딩도 되는 특별한 경험을 쌓으실 수 있을 거예요.
📍 잠깐, 이 아티클에서 발표란?
프로젝트 킥오프, 담당 업무 소개, 실적 보고, 아이디어 제안, 강연, 세일즈 피칭… 등 회사에서 업무상 진행되는 모든 종류의 '사람들 앞에서 내가 말하는 시간'을 발표라고 정의해 볼게요. 조금씩 밸런스는 다르겠지만 제가 소개할 원리와 팁들은 이런 상황들에서 모두 적용 가능해요!
발표는 설득이에요
가끔 다른 사람의 지루한 발표 자리에 앉아 속으로 점심 뭐 먹을지 고민하고 계시죠? 그 지루한 발표의 탄생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발표자가 정해지고(대체로 내가 그걸 꼭 해야 하냐는 실랑이를 수반합니다), 관련 자료를 취합하고, 슬라이드에 분류해서 넣은 뒤 현장에서 그걸 넘겨가며 읽습니다. 우리가 지루해하는 발표가 이렇게 태어납니다.
이런 발표가 지루한 이유는 단순히 '전달'을 위해 구성되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모든 발표는 '설득'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사람들 앞에 서게 되는 이유는 내가 가진 정보와 생각을 전달해서 듣는 사람들의 행동이나 사고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예요. 이 작업은 설득이죠.
내가 쓴 기획서를 동료들 앞에서 리뷰하거나 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유할 때, 프로젝트 멤버들을 모집하는 경우나 해커톤 결과물을 발표할 때를 생각해 보세요. 모두 뭔가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를 가지고 청중들 앞에 섰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죠.
🤨 아니 잠깐만, 무슨 소리예요. 저는 그냥 내용을 전달하기만 하는 발표를 해봤다고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단순한 정보 전달 비중이 높은 발표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상황이나 실적에 대한 보고를 하더라도 거기엔 지원을 요청하거나 향후 행동에 대해 설득하는 측면이 있어요. 동료들에게 내 업무를 설명하는 자리는 내가 그것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는 것과, 내가 맡은 일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득하는 면이 있고요. 결국 내용을 전하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발표도 목적은 설득에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발표는 설득의 원칙을 따르게 됩니다. 설득을 바라보는 다양한 프레임들이 있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 (The art of Rhetoric)〉에서 말한 설득의 3요소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