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브랜드의 좋은 점, 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기 어려울까?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초보 마케터부터 신규 사업 담당자까지, 브랜딩 실무자를 위한 마인드 셋
- 우리 브랜드의 좋은 점, 어떻게 전하면 좋을까? 다양한 사례로 보는 실전 브랜드 설계 노하우
- 브랜드의 고유한 '언어'를 발견하고, 디테일을 쌓아나가는 6가지 질문 리스트
* 본 콘텐츠는 2023년 11월 발간된 〈오래가는 브랜드의 생각법〉을 퍼블리의 시선으로 발췌해 구성한 것입니다.
어느 날 한 지인이 의논할 일이 있다며 나를 찾아왔다. 어머니의 음식 레시피로 사업을 하고 싶다며, 브랜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우선 질문을 던졌다. "어떤 마음이 들었기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느냐"고.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문득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다시는 이 음식을 먹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레시피를 계속 남겨 많은 사람들에게 맛보게 해주고 싶다. 온갖 좋은 재료가 다 들어갔다, 정성이 가득하다, 맛있다, 믿을 수 있다…"
이렇게 말하는데 점점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이러면 여느 가정간편식과 다른 점이 없네? 우리 어머니 레시피만의 좋은 점이 무엇인지 내가 설명하지 못하고 있구나' 스스로 문제를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이게 좋은 디자인인 것 같다'라고 말하는 디자이너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왜냐면 설명할 수 없는 디자인은 없기 때문입니다. 형용사조차 '숫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컨설팅 때 자주 하는 말이다. 주관적인 감각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좋음'을 남도 '좋다'고 느끼게 하려면, 설명이 분명해야 한다.
처음 일을 시작하는 많은 이들이 대개 이렇다. 자신들이 만드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너무 잘 알고 있다. 분명 내가 하려는 일이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이고, 기존의 것과 다른 장점이 있다. 그래서 자신만만하게 사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고객들은 '이거나 저거나 별다른 게 없네'라고 생각한다. 고객들이 그 차이를 몰라주니 섭섭하고 답답하다. 야심 차게 시작한 일인데, 처음의 열정과 신선함은 곧 사라지고 만다. 결국 수많은 비슷한 것 중 하나를 내놓게 되고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에게서 잊힌다.
남의 것을 참고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신의 것에서 좋은 것,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법도 생각해 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나만의' 좋은 점을 표현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아야 정말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고,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
브랜딩 첫걸음 4단계: 나만의 복숭아 만들기
누구나 스타벅스 같은 로고를 만들고 싶고, 배스킨라빈스의 분홍색과 같은 상징색을 갖고 싶어 한다. 그런데 왜 우리 브랜드는 선명한 이미지를 갖지 못할까? 이유는 '나의 본질을 표현하는 나만의 상징'이 없기 때문이다.
나만의 상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설명하는 언어가 많아야 한다. 그 언어들 중에서 '남들은 흉내 낼 수 없는 나의 본질'도 찾을 수 있고, '바늘처럼 뾰족하면서 사람들을 매료할 수 있는 나만의 상징'도 찾을 수 있다.
우선 자신을 설명하는 언어부터 만들어보자. 고객의 입장에서 특정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건, 그 기업의 본질을 표현하는 상징이 없다는 것이다. 설령 그런 상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상징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 힘이 약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컨설팅을 할 이유가 있다.
[STEP 1] 내 브랜드에 대해 말하기: 30초 안에 30가지 키워드 쓰기
본격적으로 컨설팅을 시작하면, 첫 번째로 그 기업의 구성원들과 함께 '복숭아에 대해 말하기'를 시행해 본다. 복숭아에 대해 말하기란, 복숭아를 가지고 30초 안에 떠오르는 30가지를 써보는 것이다.
이 과정을 해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 기업 구성원들의 현재 상태가 드러난다. 언뜻 쉬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어렵다. 30초가 매우 빨리 지나간다. 쉬운 말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10개도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아예 한두 개밖에 적지 못해 진행이 안 되는 곳도 있다.
왜 그럴까? 첫 번째 이유는 전에 해본 적이 없어서다. 자기 시각에서 무언가를 관찰하고 자유롭게 말해본 경험이 없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이걸 해서 뭐해?'라는 생각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 장난 같은 브레인스토밍을 하려고 내가 여기 다니는 게 아니다.' 이런 부정적인 태도가 자유로운 연상 작용을 방해한다.
그럼 이런 유치한 일을 왜 할까. '남의 말'이 아니라 '나의 말'을 찾기 위해서이다. 외부 사람들이 자신의 기업을 보고 뭐라고 평가하는지 말해보라고 하면, 의외로 편안하고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남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반면 자기 기업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바를 이야기해 보라고 하면, 이상하게 솔직해지지 않는다.
어떤 브랜드든 찾아야 하는 것은 남의 눈을 빌려서 하는 평가가 아니라, 이 브랜드를 만드는 나만의, 우리만의 고유한 마음이다. 그러려면 자기 마음 깊은 곳을 파헤쳐야 한다. 솔직해져야 하고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 그 기초 작업으로 복숭아에 대해 30가지 말하기를 먼저 해보는 것이다.
우리 기업의 브랜딩을 새롭게 하는 일은, 무엇이든 '내 일처럼'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복숭아에 대해 10개도 이야기할 수 없다면, 아직 내 일처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마음가짐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럴 때는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끄집어내기가 어렵다.
복숭아를 가지고 말하기를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누구일까? 바로 어린아이들이다. 어린아이들은 자기만의 생각을 눈치 보지 않고 마구 쏟아내고 재미있어한다. 브랜딩은 바로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해야 한다. '나는 이게 너무 좋아요'라는 마음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브랜드를 만들 수 있고, 오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