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갈등 → 조용한 퇴사 →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연초에 캐치해야 할 팀원들의 동기부여 요소 = 엔진 찾는 법
- 팀원의 '드릴 말씀' 속에 숨은 생각을 성과로 옮기는 노하우
- 사례를 통해 보는 팀원들의 갈등과 번아웃, 무기력을 막는 엔진 캐치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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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퇴사'라는 말이 여전히 자주 들려옵니다. 딱 돈 받은 만큼만 일하려는 모습을 일컫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건 아닙니다. 조용한 퇴사에도 패턴이 있습니다. 열정적으로 일하던 팀원이 언젠가부터 이런 시그널을 보내옵니다.
"저… 지쳤어요." (번아웃)
"쟤 왜 저래?" (갈등)
"왜 일하는지 모르겠어요." (무기력)
다음은 "드릴 말씀이 있어요"일 겁니다. 결국 퇴사로 이어지는 거죠. 팀장이 팀원들의 시그널에 촉각을 세워야 하는 이유는 그래서입니다. 조금 더 일찍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단서니까요. 시그널의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 "이 인력으로 이 KPI가 말이 되나요?" 👉 업무량이 과다할 수 있습니다.
- "팀장님의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어요." 👉 팀장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 "뭐 대충 시간 때우다 가는 거지 뭐." 👉 팀원의 태도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고요.
- 하지만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 팀원의 엔진이 꺼진 겁니다.
모두에겐 각자의 엔진이 있습니다. 더 열심히 일에 몰입하게 하고, 신나게 일하게 하는 동기부여 요소 말입니다. A는 자율성이 부여되었을 때 신나게 달립니다. B는 이 사회에 기여하는 느낌이 월급보다 좋다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모두의 엔진이 다 다르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A에겐 사회적 공헌감이 별 감흥이 없거든요.
팀원들의 '드릴 말씀'이 두려운 팀장들이 가장 먼저 신경 쓰기 시작한 건 '워라밸'입니다. 퇴근 후에는 연락을 삼가고 6시 정시 퇴근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려 애써 노력했을 겁니다.
압니다. 그렇게 일하지 않았던, 팀의 성과를 책임져야 하는 팀장에겐 결코 쉽지 않은 변화였다는 것을요.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의 '드릴 말씀'을 맞닥뜨린 팀장은 동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쉬운 오답을 내려버립니다. '쟤는 어차피 나갈 거였어.'
저는 팀원의 '드릴 말씀'에 크게 흔들려본 팀장 중 한 명입니다. 대퇴사의 시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란 것을 알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팀원들을 머물게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아티클에선 팀장의 또 다른 카드, '엔진'을 다뤄보려 합니다. 마침 새로운 해가 시작됐습니다. 팀원들의 엔진을 찾고, 제대로 시동을 걸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죠. 그럼 시작해볼까요?
팀원들을 움직이는 동기부여 ‘엔진'의 종류
아직도 '엔진'이란 표현이 생소할 겁니다. 그럴 땐 구체적인 분류가 도움이 됩니다. 우리를 움직이는, 일에 몰입하게끔 동기부여 하는 엔진에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 N-HR연구소의 <커리어앤> 분류를 참고했습니다.
📌 자율 l 전통 l 성취 l 관계 l 자극 l 공동체 l 안전
단어에서 연상되는 대략적인 이미지가 있을 텐데요. 좀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각 엔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게 일하며 어떤 식으로 발현되고 있는지 말입니다. 이해의 목표는 '아, 팀원들에게 이렇게 다양한 엔진이 있구나' 하는 감을 잡는 겁니다. 'A의 엔진은 OO 같은데?' 연결하며 읽는 것도 좋습니다.
1. 〈자율 엔진러〉 독립적인 결정권을 갖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타입
2. 〈전통 엔진러〉 조직의 체계와 업무 방식, 규율을 존중하고 유지하는 것을 중시하는 타입
3. 〈성취 엔진러〉 조직에서 기대하는 역할과 책임을 완수해 인정받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한 타입
4. 〈관계 엔진러〉 형식적, 계산적 대인관계가 아닌 구성원 개개인을 진심으로 위하는 관계를 추구하는 타입
5. 〈자극 엔진러〉 신선한 경험을 즐기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중시하는 타입
6. 〈공동체 엔진러〉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구성원들과 조직,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타입
7. 〈안전 엔진러〉 신중하게 위험요소를 최소화하여 안정적인 상태를 만드는 것을 중시하는 타입
팀원들의 엔진을 찾는 방법 '밸런스 게임'
다양한 엔진에 대해 인지했다면 실전에서 활용해볼 차례입니다. 팀원들과 함께 이야기해봅시다. 면접 보듯 딱딱한 분위기에서는 솔직한 답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테니 '밸런스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팀 회의나 워크숍 아이스 브레이킹 타임에 해봐도 좋고 원온원(1 on 1) 소재로도 추천합니다. 5개의 질문에 팀원은 어떤 선택을 했고, 그건 어떤 엔진을 의미할까요?
Q1. 2개 회사에서 협업 제의가 동시에 들어왔다.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조직과 협업할까?
- ⓐ 어려운 이웃을 돕는 비영리재단 협업
- ⓑ 굵직한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는 잘나가는 상장사 협업
Q2. 2개 업무가 동시에 발생했다.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업무에 참여할까?
- ⓐ 완전 새로운 프로젝트.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고 자율성이 큼
- ⓑ 기존에 진행해 프로젝트. 가이드가 명확하여 안정적이고 리스크가 거의 없음
Q3. 새로운 프로젝트의 PM을 맡게 됐다. TFT를 꾸릴 때 내가 선호하는 동료는?
- ⓐ 일머리는 없지만 팀과 조직에 협조적이고 항상 팀의 성공을 서포트하는 동료
- ⓑ 누구보다 일을 잘하지만 개인주의적, 경쟁적 성향이 강해 같이 일하기 힘든 동료
Q4. 업무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어떤 위험이 더 심각하다고 느껴지는가?
- ⓐ 예정했던 계획은 완료되었으나, 아이디어가 계속 더해져서 자꾸 변수가 생기는 상황
- ⓑ 돌발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새로운 시도를 차단하고 있는 상황
Q5. 프로젝트가 끝나서 리뷰 미팅을 한다. 내가 생각하는 프로젝트의 성공 기준은?
- ⓐ 초기에 세팅했던 정량적 목표를 달성한 것
- ⓑ 나와 동료들이 더 끈끈한 팀워크를 갖게 된 것
어떤가요? '엥? 여기서 ⓑ를 선택했다고?' 생각보다 선택이 갈렸을 겁니다. 그 선택이 어떤 엔진과 연결되는지를 확인해볼까요? 단, 정밀 진단은 아니기에 이 결과로만 판단해선 곤란합니다. 각자 엔진이 이만큼이나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오, 이렇게 서로 다른 엔진을 갖고 있구나' 싶으신가요?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현실적인 문제에 적용해볼 차례입니다. 미묘하게 감지되는 이상 신호들, 혹시 엔진이 멈춘 것은 아닐까요?
팀원 엔진 제대로 이해하기 1) 번아웃 번역기
흔히 번아웃은 체력적 한계에 다다랐을 때 찾아오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심리적 엔진이 꺼졌을 때도 번아웃은 옵니다. 번아웃에 맞닥뜨린 A와 B의 사례를 살펴볼까요?
📌 Case 1. 혁신을 요구받고 변수가 큰 상황에서 급격히 지친 A
팀장👩 "A 님, 평소에 데이터 분석 꼼꼼하게 처리해줘서 고마워요. 올해는 좀 더 혁신적으로, 전에 없던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이 업무를 맡아주세요."
정해진 일정을 철저하게 준수하며 안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던 A, 하지만 새로운 업무를 맡고부터는 말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일에 좀처럼 집중하지도 못하는 듯합니다. A의 엔진은 무엇이었을까요?
🔍 자율 / 전통 / 성취 / 관계 / 자극 / 공동체 / 안전
👉 안전
A는 리스크를 사전에 예측하고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통제하는 업무에서 뿌듯함을 느끼던 안전 엔진러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그가 정해진 공식 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획하려니 막막했을 겁니다. 회사에서 느꼈던 안정감은 온데간데 없고, 답답함과 불안함이 차올라 기존에 잘하던 데이터 분석 업무도 버겁게 느껴집니다.
✅ 솔루션
팀장으로서는 A가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늘 하던 일만 하려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요. 하지만 A는 안주하려는 게 아니라 고군분투 중입니다. 기존 업무에서 느끼던 몰입감과 안정감을 새로운 업무에서는 느끼지 못하고, 그게 표정과 행동에서 드러난다면 이것은 분명 팀장이 캐치해야 할 시그널입니다. A가 자신의 엔진을 다시 켜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자율 엔진러 동료를 한 명 붙여서 A가 느끼는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고, A의 솔직한 심정을 들어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중요한 건 'A는 안주하려 드는군'이라고 지레짐작하지 않는 겁니다.
📌 Case 2.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풀에 지친 B
팀장👩 "B, 평소에 보니 논리가 좋던데 OO 기획서 써볼래요?"
팀원 B👩💻 "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2주 뒤, 아쉽게 기획서는 통과되지 못합니다.
팀장👩 "이번 건은 아쉽네요. 고생 많았어요, 혹시 OO 리포트 분석해볼 사람?"
팀원 B👩💻 "네! 저 가능합니다!"
팀장👩 "역시, 당연히 B가 손 들어줄 줄 알았어요. 이번에도 하드캐리 부탁합니다."
2주 뒤, 리포트 분석 브리핑은 좋은 평가를 받진 못합니다. 이렇게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죠. 딱히 질타를 받거나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었지만 B의 표정은 예전처럼 밝지 않습니다.
🔍 자율 / 전통 / 성취 / 관계 / 자극 / 공동체 / 안전
👉 성취
✅ 솔루션
팀장 입장에선 저연차인 B에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모두 이런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B가 느끼는 좌절감은 B의 성취 엔진이 크면 클수록 더 클 겁니다. "이번에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어. 난 쓸모없는 존재인가봐."
B가 인정을 받고 싶어 하니 치켜세워주라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다만 B는 성취하고 인정받을 때 일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성취 엔진러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비록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소소한 성장을 관찰하고 코멘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B의 성취 엔진을 켜기 위해서요.
"이번 기획서 보니까 시각화 역량이 눈에 띄게 향상했어요. 잘 읽히더라고요."
"이번 리포트 분석 보니까 문장이 상당히 간결해졌어요. 고민을 많이 한 게 느껴져요."
팀원 엔진 제대로 이해하기 2) 갈등 번역기
나의 엔진이 존중받지 못할 때, 우리는 날카로워집니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도 실은 각각의 엔진에서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서로의 엔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쟤 왜 저래?'만 반복하며 반목하게 되거든요. 예를 들어 이렇게요.
📌 Case 3. 새로운 도전 vs 하던 것에 집중
팀에 새로운 분야의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새로운 탐색과 도전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진행 여부에 대해 A와 B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A) "우리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프로젝트지만,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기회에 새로운 영역을 공부하고 경험한다면,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B) "저는 반대예요, 그 시간에 차라리 우리가 원래 하고 있던 업무에 집중하는 게 어떨까요? 괜히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가, 기존 업무를 소홀히 한다면 새로운 도전도 의미가 없지 않나요?"
(A) "언제까지 우리가 원래 하던 업무만 안정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우리도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영역을 수용하고 업무를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새로움을 배척한다면 뒤처질 거예요. 끊임없이 도전하고 탐구해야만 앞서 나갈 수 있다고요."
(B)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기존 업무를 100% 완벽하게 잘하고 있나요? 기존 프로젝트도 분명 더 발전하고 챙겨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의미에요."
A와 B의 갈등은 팀에 불필요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서로에게 마음을 닫아서인지 의견 교환도 예전처럼 원활하지 않습니다. 팀장으로서 이 상황을 각자의 엔진으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A와 B, 두 사람의 엔진은 무엇에 가까울까요?
🔍 자율 / 전통 / 성취 / 관계 / 자극 / 공동체 / 안전
👉 A 자극 vs B 안전
A는 도전과 탐색을 추구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이들은 단순 반복 업무에 금방 지루함을 느끼고, 새로운 업무에 거침없이 뛰어들죠. 반대로 B는 안정과 유지가 가장 중요한 사람입니다.
새로움을 좇기보다는 기존의 것들을 잘 지키고 돌발상황이 발생할 확률을 최대한 낮추려고 하죠. 둘 중 어느 하나가 정답은 아닙니다. 다만 '쟤 왜 저래?'에서의 '왜'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볼 수는 있습니다. 각 팀원과 원온원 시간을 가지며 팀원의 의견과 그 이유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아, A가 무모해서 그런 것보다는 그런 게 중요해서 그런 말을 했구나.'
'B가 나를 의도적으로 배척한 게 아니라 그런 걸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랬구나.'
📌 Case 4. 동료 챙기기 vs 성과 중심
장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리뷰 회의가 열렸습니다. C, D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C)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업무에서 어려움을 겪는 팀원들에게 너무 무심했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성과도 중요하지만,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결과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동료들의 마음은 놓친 것 같아서 아쉬워요."
(D) "전 오히려 조금 더 날카롭게 피드백을 주지 못한 게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수가 나지 않아도 될 부분에서 났었고, 이후엔 강하게 의견을 전달해 확실한 실수 방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직장인입니다. 직장은 매출을 내기 위한 곳이고요. 동료들 눈치 보다가 우리의 매출을 놓친다면, 그게 정말 성과일까요?"
(C) "성과, 매출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결국 그 성과와 매출을 내는 건 사람이란 말입니다. 팀원끼리 더욱 돈독해지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다 보면 더 큰 프로젝트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 초석을 다지자는 의미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D) "글쎄요. 우리의 관계가 성과에 어떤 도움을 주는 걸까요? 개개인이 맡은 업무만 잘해도 결과는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오히려 120%씩 업무를 해줘야 좋은 성과가 나겠죠. 제 말이 틀렸나요?"
여러분도 한 번쯤 경험해본 갈등일 텐데요. 이번에도 이 갈등을 각자의 엔진으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C와 D, 두 사람의 엔진은 무엇에 가까울까요?
🔍 자율 / 전통 / 성취 / 관계 / 자극 / 공동체 / 안전
👉 C 관계 vs D 성취
D 눈엔 C가 '대책 없이 물러터진 동료'로, C 눈엔 D가 '매정하고 이기적인 동료'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반목하고, 불필요한 갈등으로 에너지를 쓰게 되죠. 하지만 둘 다 정답입니다. 성과에 대한 집념과 동료에 대한 애정, 둘 다 팀워크의 재료입니다.
그렇다면 둘은 반목이 아니라 상보하는 관계 아닐까요? C는 동료의 마음에, D는 실질적 성과에 집중할 수 있으니 말이죠. 그러려면 서로의 상이한 엔진을 터놓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앞서 소개한 〈밸런스 게임〉을 활용하셔도 좋고, 〈커리어앤〉과 같은 정밀 진단을 받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팀원 엔진 제대로 이해하기 3) 무기력 번역기
번아웃이나 갈등처럼 확 드러나진 않지만, '드릴 말씀'으로 이어지기 십상인 게 바로 '무기력'입니다. 혹시 팀에 요즘 들어 집중하지 못하고 빈둥거리는 시간이 늘었다 싶은 팀원이 있다면 '무기력' 시그널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례를 들어 들여다보죠.
📌 Case 5. "팀장님이 마이크로매니징을 하신다…"
팀장👩 "A, 영상 콘티 기획안 봤는데, 잘하셨어요. 근데 15년 차인 제가 보기에는 바꿔야 할 부분이 많네요. 의견 정리해서 드릴 테니 꼼꼼하게 반영해주세요."
팀원 A👩💻 "음.. 알겠습니다…"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A는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오탈자와 띄어쓰기, 표의 오와 열까지 빨간 줄을 그어주는 팀장의 피드백이 마이크로매니징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자신의 의견이 지워지는 상황이 반복되며, A는 무기력해지는 기분입니다.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아 웹서핑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 갑니다.
A의 엔진은 무엇에 가까울까요?
🔍 자율 / 전통 / 성취 / 관계 / 자극 / 공동체 / 안전
👉 자율
✅ 솔루션
리더의 피드백은 성장의 숏컷입니다. 실제로 피드백을 먼저 청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A가 게으르거나 어리석은 팀원이란 뜻은 결코 아닙니다. A는 '믿고 맡겨줬을 때' 훨훨 나는 팀원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위임하기 힘들다면 팀원과의 협의를 통해, 위임의 수준과 기한을 정해두고 가능한 선에서 하나씩 믿고 넘겨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정말 필요한 컨펌과 원칙일까?'를 돌아보며 의미 없는 프로세스가 있다면 조금씩이라도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조금 더 중요한 열쇠는 팀원과 리더 사이의 공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의심하는 리더의 빨간 줄은 마이크로매니징으로 읽히지만 나를 신뢰하는 리더가 그은 같은 빨간 줄은 피드백으로 느껴지곤 합니다. A와 당신 사이에는 어떤 공기가 형성되어 있나요?
📌 Case 6. "내가 열심히 일할수록 이 세상은 나빠질 뿐인걸?"
(B) "우리 팀이 구입해야 하는 두 가지 원료 특성을 분석해봤습니다. 원가로는 '나' 원료가 7%가량 낮지만 '나' 원료는 얼마 전 문제가 된 환경오염 측면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았어요. 해서 안전성이 검증된 '가'로 계약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팀장) "하지만 우리 팀의 목표는 원가 절감입니다. '가' 원료는 너무 비싸요. 우린 '나' 원료로 계약하겠습니다."
B의 한숨이 깊습니다. 원가 절감이 팀의 목표이니 누구도 반대하는 이가 없지만 평소 탄소 절감과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았던 B로서는 도무지 일할 맛이 나지 않습니다. 자, B의 엔진은 무엇에 가까울까요?
🔍 자율 / 전통 / 성취 / 관계 / 자극 / 공동체 / 안전
👉 공동체
✅ 솔루션
팀장으로선 B가 지나치게 이상만 쫓는다고 여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내가 사는 사회와 환경에 이로운 역할을 하는 것이 지상과제일 수 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창립자는 그래서 기업을 통째로 '지구'에 환원했죠.
팀의 성과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니 원가 절감을 위한 선택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한 가지가 있습니다. B에게 혀를 끌끌 차선 안 됩니다. ESG는 시대의 화두입니다. B의 관점은 어찌 보면 팀의 또 다른 성과와 직결될 수 있습니다. 팀장이 이를 존중하고, 계속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면 말이죠.
활용 Tip. 팀원들과 함께 만드는 〈나의 엔진 명함〉
자, 이렇게 엔진이 무엇이며 이를 활용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훑어보았습니다. 부지런한 팀장님들은 팀원들과 함께 이 글을 읽으며 서로의 엔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한 번 각자의 엔진을 나눴다고 해서 모두가 그것을 기억할 것을 기대해선 안 됩니다.
그때 현실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 '엔진 명함'을 만들어보는 겁니다.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직함 외에 나를 설명하는 한 줄로 커스텀된 명함이 근래 자주 눈에 띕니다. 실제로 대학내일은 지난 22년, 내부적으로 전사적인 브랜딩을 실시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명함 커스텀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만큼 나답게 일하고픈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것인데요. 여기에 나의 '엔진'을 적어보는 겁니다. 이는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 우선 자신의 엔진을 스스로 리마인드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야.'
- 그리고 그 엔진을 조직의 목표와 얼라인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팀장과 동료, 고객과 협력사에도 나의 엔진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명함 뒷면에 '진심으로 돕는 동료'라고 적었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관계' 지향이 강하고, 이를 저 한 줄에 녹였습니다.
또 다른 저자인 김주연 님은 '평화를 빕니다. 피스메이커'라고 적었습니다. 저희 둘의 엔진은 분명 다릅니다. 또 다른 동료 한 명은 '고객의 매출 신장이 우리의 유일한 성과입니다'라고 적었더군요.
분명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이만큼이나 달랐습니다. 별도의 한 줄을 적지 않은 이도 있는데요. 강력한 인상을 줄 수 있겠으나, 문구가 줄 수 있는 불호감의 리스크를 줄이는 선택을 하신 걸 보니 '안전' 엔진이 떠오릅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팀원은 어떤가요? 당장 명함 디자인을 바꿀 수는 없다면 팀원과의 스몰토크 주제로 활용해봐도 좋습니다. "요즘 이렇게 명함을 커스텀하는 조직이 여럿이던데요. 우리 회사도 시도해본다면 명함 뒷면에 뭐라고 적고 싶으세요?"같이 말이죠.
팀원도 팀장도, 나답게 일하고 싶습니다.
이 아티클을 쓰면서도 내내 이런 말이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와, 진짜 팀장 하기 힘들다. 성과 내고 팀원들 워라밸도 챙겨줘야 하는데… 이젠 동기부여 되는 엔진까지 살펴보라고?"
어떤가요. 제가 여러분의 마음을 읽었나요? 한 명의 팀장으로서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대개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어제의 방식'일 때가 많았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느껴질 때, 많은 경우 저는 '오늘의 방식'을 배웠습니다. 팀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팀장에겐 그들의 엔진을 들여다보는 것이 오늘의 방식이라고 믿습니다.
한 번 거꾸로 생각해볼까요? 경영자나 임원이 여러분의 엔진을 알기 위해 시간을 쓴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이00 팀장님은 언제 신나서 일하나요?"
"박00 팀장님은 어떤 상황에서 동기부여 되나요?"
정확히 그 느낌을, 여러분의 팀원도 느낄 겁니다. 나의 엔진도 나의 리더에겐 중요한 정보구나. 내가 이 조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존재하지 않는구나. 이곳에서는 나다움이 존중받을 수 있구나.
그 느낌이 층층이 쌓였을 때, 모두가 자신의 방식으로 목표에 몰입하는 최고의 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드릴 말씀' 대신 '좋은 의견'이 있다고 앞다퉈 손들면서요.
좋은 팁을 하나 드리며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팀원들에게 먼저 팀장인 여러분의 엔진을 이야기해보세요. 사실 제가 그래봤는데요. 대놓고 팀원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도우려 했던 동료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또… 맡겨진 일은 어떻게든 120%를 해내는 동료로도요."
그럼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겁니다.
"팀장님은 관계, 성취 엔진러네요. 그러고 보니 저는…"
나의 엔진을 존중 받은 사람은 동료의 엔진도 (비록 공감할 수 없다 할지라도) 존중할 수 있습니다. 그뿐일까요? 내게 없는 것이 동료에게 있으니 서로를 도울 수 있습니다. 대학내일 인재성장팀은 사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관계 엔진러인 A는 동료들의 직무적 갈증을 채워주려 신나게 애씁니다. 성취 엔진러인 B는 그게 조직에 필요한 비즈니스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게 의견을 보태고요.
몰랐으면 싸울 일이었을 텐데 알고 나니 서로 도울 일이 됩니다. 몰랐으면 대책 없이 한숨만 쉬고 있었을 텐데 알고 나니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고민할 수 있습니다. 이게 제가 경험한 엔진의 힘입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팀원도 각자의 엔진으로 일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 바쁘다면 이거라도!
- 〈자율 엔진〉 독립적인 결정권을 갖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
- 〈전통 엔진〉 조직의 체계와 업무 방식, 규율을 존중하고 유지하는 것을 중시
- 〈성취 엔진〉 조직에서 기대하는 역할과 책임을 완수해 인정받고자 하는 열정이 가득
- 〈관계 엔진〉 형식적, 계산적 대인관계가 아닌 구성원 개개인을 진심으로 위하는 관계를 추구
- 〈자극 엔진〉 신선한 경험을 즐기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중시
- 〈공동체 엔진〉 세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구성원들과 조직, 사회적 가치를 중시
- 〈안전 엔진〉 신중하게 위험요소를 최소화하여 안정적인 상태를 만드는 것을 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