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

🗨️ Editor's comment

 

이준 님은 퍼블리에서 PM 직무, 리더의 노하우를 담은 14편의 아티클을 썼습니다. 독자분들의 공감 리뷰를 얻으며 생생한 현업 노하우를 전해주고 계신데요. 

 

이준 님께서 바라보는 일이란 무엇이고 어떤 마음일지, 그 중심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다른 고객분들께 또 어떤 다른 공감의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여쭤봤습니다. 아래와 같은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인터뷰를 주목해주세요! 

  • 좋은 커리어를 쌓기 위해 나를 이해하고 싶은 분 
  • 작은 실수에도 큰 타격을 받는 분들을 위해, 커리어의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힘
  • 직장인들을 위한 일에서 의미를 찾고, 나답게 일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법

🎤 Interviewee

카카오 플랫폼 기획 이준 > 프로필 더보기

퍼블리 독자 여러분께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지금 어떤 일을 하시나요? 

안녕하세요, 카카오 플랫폼 기획자 이준입니다. 카카오에 수많은 플랫폼이 있는데, 그중 한 플랫폼의 기획 조직을 담당하고 있어요. 제가 맡은 플랫폼은 서비스를 위한 서비스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요, 비즈니스가 개인에게 보내는 메시지, 흔히 광고나 기타 정보를 제공하고 알리는 종류의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어요. 일을 한 지는 벌써 14년 정도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커리어 패스를 어떻게 그려 오셨나요? 

저는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처음부터 IT 분야에서 일할 생각은 없었고, 원래는 책을 만드는 곳에서 편집 디자인을 하고 싶었어요. 타이포그래피를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그러다 졸업할 무렵에 스마트폰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 분야가 새로운 개척지가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죠. 

 

전체 커리어 중 디자이너로 일한 경력은 절반이 좀 안 되는 것 같은데요. 디자이너로 연차가 쌓이다 보니 리더십을 맡게 되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로 넘어오게 됐어요. 처음 기획자로 이직한 회사가 다행히 유저 서비스가 굉장히 중요한 회사였기 때문에 유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디자이너 출신도 괜찮다고 판단했던 것 같고요. 

 

그렇게 처음 서비스 기획을 시작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플랫폼 기획으로 이동했습니다. 제가 다른 인생을 살아보지 않아서 다른 직업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기획자로서의 일만 두고 만족도를 생각해 보면, 솔직히 반반이에요.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경험과 안 좋은 경험은 항상 공존하는데, 그 비율이 절반을 넘진 않는 것 같아요. 아무리 안 좋은 일이 있어도 50%, 아주 좋은 일이 있어도 50%. 어떤 일도 절반을 채우면 더 넘어가지 않는 듯해요.

 

커리어의 순간순간, '나'에 집중하며 걸어오셨다는 생각도 들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떨 때 기분 좋고 잘 해내는지, 어떨 때 다운되는지, 어떨 때 보람을 느끼는지 아는 게 중요할 텐데요. 나를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나를 잘 알기 위해 2가지 인식이 필요해요. 

  • 스스로에게 긴 맥락의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사람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진짜 '나'를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랫동안 유효하지 않다.

저는 저 스스로에 대해 항상 잘 알고 있지만, 그게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제가 언제든지 변할 수 있으니까요. 몇 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거든요.

 

최근 성향 검사를 통해 자기 자신을 알아보려는 분들이 많은데, 어떻게든 불확실성을 따라잡아 보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와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해 보고 싶은데, 그 과정이 너무 어렵잖아요. 그래서 쉽고 재미있는 도구를 활용하려는 심리인데, 만약 스스로를 긴 맥락 안에서 관찰하고, 그런 검사에서 드러난 나는 그 순간의 모습일 뿐임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자기 인식을 좀 더 가볍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긴 시간 속의 '나'를 정의하려 하더라고요. 한번 정의한 후에는 그렇게 '정의된 나'에 딱 맞춰서 살려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에요. 

 

사람은 늘 변해요. 지금의 나를 아는 것도 순간입니다. 이 순간의 내가 어떤 상태인지 인식하고 행동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게 자기를 잘 알아가는 방법이자 나답게 행동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사회 안에서만 정의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 인식은 혼자 골방에 들어가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는 게 아니라,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 속에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발견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저도 마찬가지예요. 항상 외부와의 접촉을 통해 업데이트하며 나를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힘든 순간과 그것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법

몇 년 전과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고 하셨는데, 지금을 사회초년생 때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수많은 시행착오 뒤 어떤 점이 변했는지,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해요.

그때는 완전 재수 없는 인간이었죠. (웃음) 부족한 초보였어요. 지금도 그 시절이 한 번씩 생각나는데, 당시에 저는 완전히 독립되고, 모든 능력을 갖춘 하나의 존재가 되는 데만 집중했어요. 요즘 말로 하면 '일잘러*'일까요? 누구라도 신뢰할 만한 사람, '쟤한테 일 맡기면 끝이지'라고 여겨지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 '일을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건강한 의욕이지만, 지나친 욕심이 잘못된 결과를 만들곤 했죠. 내가 생각하지 못한 영역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뭐든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내 일을 잘하는 데만 지나치게 집중하고, 그래서 여러 사람에게 상처도 줬던 것 같아요. 

 

그런 시간 속에서 몇 번의 큰 실패를 경험했고, 그러면서 조금씩 관점이 바뀌었죠. 그 과정에서 제가 살아가는 방식의 중요한 키워드인 '기여'에 대해 굉장히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이제는 기여가 제가 일하는 가치의 기준이 되었고요. 

 

실패를 경험하며 관점을 바꾸셨다고 하셨는데요. 작은 실패, 실수에도 큰 타격을 받는 분들도 많은데, 이준님은 그렇게 순간들을 어떻게 이겨내실 수 있었나요? 

생각해 보면 결국 제가 제일 힘든 순간은 '내가 설 자리는 없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였던 것 같아요. 그러면 굉장히 불안감에 시달리거든요. '내가 조직에 도움이 안 되는구나. 폐만 끼치는 존재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거죠.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별 거 아닌 건데, 너무 간단한 일인데도 실수할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제일 먼저 '나 진짜 뭐지? 이런 실수나 하고'라는 생각이 들죠. 저는 그게 환영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불안감이라고 봐요. 

 

그렇게 느껴지면 최대한 빨리 불안감을 떨치기 위한 행동을 해요. 예를 들어서 나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누군가 피해를 입었다면, 그 사람의 현재 상태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접촉을 시도하고 대화의 기회를 만들어요. 그런 자리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점을 고민해서 제대로 풀고자 노력하는 편입니다. 상상이 제일 무서운 거니까, 문제 현실을 그냥 눈으로 직면하는 거죠. 그게 훨씬 나아요. 

기여하며 일하는 힘

이준 님이 생각하는 '일을 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일을 잘하는 사람은 기여의 크기가 큰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일이라는 주제를 꿰뚫기 가장 좋은 주제가 '기여'라고 보거든요.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 동료, 상사, 부하직원에게 얼마만큼 기여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일을 잘한다 혹은 못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실무적인 능력도 포괄하는 이야기인데, 이걸 위해서라도 협업을 잘 해내는지, 조직과 잘 얼라인하는지도 중요하죠. 정확히 실무적으로 평가되지 않는 아주 다양한 요소들도 있다고 보고요. 그런 부분도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 회사의 전략에서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상사가 지금 고민하는 주제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우리 조직원들이 고통받는 문제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등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일만 해내기도 바쁜데, 더 지치거나 힘들지는 않으세요? 

글쎄요. 저는 그런 고민까지 모두 일의 범주 안에 포함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겸사겸사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내가 어떤 사고의 흐름으로 일하는지를 많이 돌아봤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지치거나 힘들어도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생각했을 때 분명하게 답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제 인생의 중요한 키워드는 두 가지였어요. 

Be useful, Be kind.

버락 오바마가 딸에게 중요하게 가르친 레슨이기도 한데, 너무 공감이 가서 저도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문장이에요. 제가 삶을 대하는 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일을 대하는 태도 전체를 아우르는 중요한 맥락인 것 같아요. 

 

'Be useful'을 위해선 정말 노력하고 시간을 들이며 준비해야 해요. 요즘 제가 만나는 많은 취준생, 주니어 분들도 쓸모 있어지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는데, 그건 딱 절반이에요. 그렇지만 친절해지는 건 결심하는 순간 바로 시작 가능한 일이에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 축을 놓치는 것 같아요. 

 

회사에 일을 정말 잘하는 주니어분들이 들어오면, 제가 느끼는 걱정도 그 부분이에요. 일은 잘하는데, 그 일이 기여하는 범위가 내 과제, 내 인생에만 국한돼 있어요. 너무 좁고, 길게 세워져 있는 거죠. 기여할 수 있는 범위를 더 넓힐 수 있고, 주변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요즘은 '회사에선 그런 것까지 하는 거 아니야'라는 식으로 마음을 닫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은 아쉽기도 해요. 그것이 꼭 회사를 위한 희생 같은 것이 아니라, 결국엔 더 큰 나를 위한 성장일 수 있거든요. 

나답게 일하는 순간, 나답게 일하는 습관

일을 하면서 성취감이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정말 나답게 일하는 것 같은 순간이랄까요?

어려움을 느낄 때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과 연결되는 순간이 정말 짜릿하거든요. 저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데 큰 두려움은 없어요. 그래도 약간의 용기는 내는 편이죠. 가장 날 것의 모습, 나의 취약한 부분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취약한 모습까지 보여줘야 진짜 연결될 수 있다고 봐요. 

 

제가 이야기하는 기여나 공유, 연결 같은 가치가 어떤 분들에게는 아주 생소하고 낯설 수 있어요. 이런 키워드들은 제가 정신 건강을 위해 마음 챙김에 대해 열심히 연구하고 적용해 보던 시기에 깨달은 건데요.

 

사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모든 건 파장이에요. 사람을 쪼개고 쪼개서 최소 단위로 들어가면 파장의 상태거든요. 원자를 쪼개면 나오는 전자는 어떤 물질이 아니라 파장이에요. 떨림의 상태죠. 그 떨림이 모여서 '나'를 구성하는 거예요. 

 

우리가 다른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우리도 모르게 서로의 떨림, 파장을 주고받는 거예요. 존재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 서로 블렌딩이 되는 셈이죠. 실제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사람 사이의 뇌파가 어느 정도 싱크된다는 연구도 있고요. 알게, 모르게 만나는 사람들과 동화되어 가는 거예요. 결국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와 연결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어제도 그런 경험을 했어요. '일하는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는데, 제가 일하면서 정말 힘들었던 일 그리고 어떻게 그걸 극복했는지 이야기하면서 저도 그랬지만, 스피치를 듣던 몇 분이 눈물을 흘리셨어요. 참 신기하죠? 그게 저에게 엄청난 성취감을 줘요. 그렇게 누군가와 연결됐다고 느낄 때 만족감이 큰 것 같아요.

 

일하면서도 나와는 다른 직군의 누군가, 입장이 전혀 다른 누군가와 합의에 도달하면 잠들 때까지 기분이 좋아요. 표면적으로 보면 발표를 잘했을 때, 회의를 잘 끝냈을 때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 뒷단에 있는 사람들과 연결됐다고 느낄 때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게 저라는 사람이 가장 나답게 일하는 방식이지 않을까 싶고요.

 

나답게 일하기 위해서는 회사 밖에서의 시간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준 님은 회사 밖에서 어떤 시간들을 보내시나요? 일을 하며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드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확실한 원칙이 있어요. 장소에 습관을 부여하는 거죠. 사람이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장소를 기억하고 장소에 맞는 행동을 하면서 움직이거든요. 버스라는 공간에 타고, 회의실이라는 공간에 들어가고, 책상이라는 공간에 앉으면, 각 공간에 맞는 행동을 하는 거죠. 

 

저에게 집은 어떤 의미에서든 생산을 위한 공간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일찍 집에서 나오는 게 일을 하는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전략이에요. 나를 잘 깨워서 일단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가야 해요. 저는 평일엔 첫 차 시간에 맞춰서 회사로 향합니다. 주말에도 가장 빨리 문을 여는 카페에 오픈런을 하는 편인데, 어떤 분들은 체육관에 가기도 하고, 또 누구는 공원을 산책하기도 하겠죠. 그런 식으로 시간을 만드는 거예요. 이제 완전히 패턴화가 되었어요. 

 

이렇게 패턴이 완전히 굳어지면 더 이상 사고할 필요가 없거든요. 습관이 되는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 시계를 보면서 '피곤한 것 같아…'라고 생각하면 이미 진 거예요. 당연히 누워 있는 순간에는 피곤하죠. 누워 있으면 항상 피곤해. (웃음) 장소에 습관을 부여해 패턴을 만들어야 해요. 

 

일할 때 도움이 됐던 취미나 요즘 몰두하고 있는 새로운 활동이 있을까요? 

저는 많은 분들께 취미 생활을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편인데요. 개인적으론 스포츠를 추천하고, 격한 운동일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아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어 주니까, 그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제 정신이 유일하게 쉬는 시간은 체육관에서 운동할 때뿐이거든요. 

 

사실 최근에 인생이 너무 재미없어져서, 그동안 해오던 취미도 전부 끊고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뭘 하면 좋을까'를 엄청 고민했거든요. 원인을 생각해 보니까, 저는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편인데, 최근에 그게 너무 고갈됐기 때문인 것 같더라고요. 

 

그런 점이 글을 쓰면서 많이 해소가 됐어요. 내 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 글을 매개로 협업하는 파트너분들에게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다시 성취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때부터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했어요. 세상에 여전히 내 자리가 있다는 데서 그동안 느꼈던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많이 사라졌어요. 그래서 요즘은 글쓰기가 의외의 취미 생활이 아닐까 싶어요.

 

앞에서도 잠깐 말씀드렸는데, 저는 불안이 강한 사람이에요. 꽤 오랜 시간 동안 내면의 불안을 제어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일은 좋아하고, 또 잘하고 싶으니까 제 에너지의 대부분을 일에 쏟아 넣었어요. 분산 투자를 못 한 거죠.

 

손실 난 걸 만회해 보려는 욕심에 더 쏟아버리니, 정말 바닥이 난 거예요, 모든 에너지가. 일에서 얻을 수 없는 만족감을 주는 다른 무언가를 잡았어야 했는데, 몰랐던 거죠. 그러다 글을 쓰면서 발견한 거예요. 그게 굉장히 뿌듯하고 좋았어요. 

 

혹시 비슷하게 불안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내 안의 근원을 잘 살펴보고 해보지 않았던 다른 것을을 시도해보면서 하나씩 풀어가셔도 좋을 것 같아요. 

행복하게 일한다는 것

'행복과 일'이 양립할 수 있을까요? 내 안의 가장 좋은 마음으로 일하는 게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현대 뇌 과학에서 밝혀낸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사람이 극도의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이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빌어줄 때라는 거예요. 의외인가요? 인류학적으로 봤을 때 인간은 공동체를 이루었기 때문에 생존할 수 있었거든요. 아마 그런 이유로 다른 사람의 행복을 빌어줄 때 더 큰 만족감을 느끼지 않나 추측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굉장히 일리 있는 이야기 같고, 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나도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나를 가장 만족스럽게 하고, 성장시키는 일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지금도 'Be useful, Be kind'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스스로 너무 힘들고 피곤할 때는 오직 나에게 기여할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힘든데, 내가 사는 게 중요하지. 저 사람이 무슨 상관이야' 싶을 수 있죠. 스스로 좀 더 건강해지면 바운더리를 바깥으로 조금씩 확장해 나갈 수 있어요. 

 

저도 더 넓게 확장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는데, 이것 또한 그런 이유가 커요.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퍼블리 독자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으시다면요? 

20대에 절 살렸던 책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추천하고 싶어요.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인데, 그 경험이 굉장히 짜릿했어요. '내가 누구지?'라고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길을 내어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 상담을 받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20대분들에게 선물하는 책이에요. 

 

30대에 절 살린 책은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인데, 이건 아무도 공감을 못하더라고요. (웃음) 그 안의 법칙들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제가 느낀 이 책의 핵심은 주도성이거든요. 온전히 성인으로서 제 인생을 살게끔 해준 책이라 의미가 남달라요. 

 

이미 돌아가신 분들이지만, 그들의 책이 지금까지 남아 저를 살린 것처럼 저도 그런 글을 써나가고 싶어요. 내가 없더라도 누군가는 내 글을 읽고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연결의 범위, 영향력의 범위가 제가 살아있는 평생 너머로 확장되고 이어지길 바랍니다. 제가 대단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제가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