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도 능력이다? ‘능력주의’의 변화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우리는 거지다" 거지방과 짠테크가 유행하는 이유
  • '연봉 vs. 일의 가치' 당신의 선택은? 돈과 일을 바라보는 요즘 직장인들의 두 가지 시선과 해석 
  • 그럼에도 직장인을 위한 변함 없는 두 가지 조언

* 본 아티클은 2023년 10월 발간된 〈트렌드 모니터 2024〉의 본문을 퍼블리의 시선으로 발췌해 구성한 것입니다.

* <2024년 트렌드, 4가지 키워드로 요약해 드림> 바로가기 

"우리는 거지다"라고 부르는 것을 받아들인다

'경제적 부'를 직접적으로 '능력'과 연결하는 현상은, 반대로 경제적 부를 갖지 못한 자신을 스스로 비하하는 표현을 수용하는 형태로 표출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최근 유행하는 '거지방' 확산 현상과도 관련이 깊다. '거지방'은 2023년 4월경부터 2030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의 이름으로, '짠테크'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들과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는 것이 목표다. 

거지방 ⓒ 시크릿하우스

이 거지방이라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는 독특한 의례(ritual)가 있는데, 하루 동안의 '짠 테크' 실천 내역을 상호 교류한 이후, 다 같이 독특한 구호를 외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점이다.

 

구호는, "우리는 거지다"이다. 어쩐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불편한 이 의례적 표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여기서 스스로를 '거지'라는 단어로 지칭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말에서 '거지'라는 말은 비속어에 속한다. 대부분 '거지 같다', '거지같이 행동하다', '거지 같은 날씨' 등과 같이 사용되어, 어떤 사람이나 상황을 비하하거나 비난할 때 주로 나타나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식적인 상황에서는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 거지라는 단어를 스스로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거지라는 멸칭의 자기 수용은 경제적 부를 가지지 못하는 상황을 자신의 노력 혹은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받아들이는 결과다. 청년층의 일자리 부족이나 경제 상황, 혹은 정책적 문제, 사회적 문제일 수도 있는 현재의 경제 형편의 문제를 온전히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능력'이라는 것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사회적 배경, 자원, 인간관계를 총동원한 것이 곧 '능력'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능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능력의 의미에 대한 조사 결과 ⓒ 시크릿하우스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 결과를 보면 '능력이 있다'라고 할 때 사람들은 그 사람의 실제적인 능력(외국어 실력–57.7%(5순위), 지식 수준–57.5%(6순위))이나 '문제 해결 능력'(69.4%, 2순위)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능력'의 의미로 떠올리는 것은 '그 사람이 이룬 경제적 부(수입)'(71.1%, 1순위)였다.

 

'능력주의(能力主義, meritocracy)'라는 용어를 구체적으로 재정의한 영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영(Michael Dunlop Young)은 부(富)나 권력과 같은 희소한 자원을 분배할 때 사람의 재능, 노력 및 성취도를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것을 전제하는 개념으로 이 용어를 설명했다. 즉, 원래 능력은 개인의 재능, 노력(정도), 성취도를 평가하는 기준이었지, '결과로서의 부(富)'를 의미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능력주의를 바라보는 시선 ⓒ 시크릿하우스

한국 사회의 대중들도 이런 본래적인 '능력주의' 의미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하는 듯 보인다. 보상의 크기를 그 사람의 '배경'이 아니라 '개인의 순수한 능력'에 따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능력주의는 그 사람의 출신과 관계없이 순수한 그 개인의 능력에 따라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다-77.7%, 능력주의는 그 사람의 부모 재력과 관계없이 순수하게 그 개인의 능력에 따라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다–75.7%).

능력주의를 바라보는 시선 ⓒ 시크릿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