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갈등을 원합니다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의견이 다른 동료, 후배, 선배와의 소통이 두려운 리더를 위한 갈등을 쿨하게 다루는 방법
  • 회사 내 대립하는 커뮤니케이션의 감정 소모를 줄이는 마인드셋
  • 조직원과의 예민한 대화를 뒤끝 없이 진행하는 커뮤니케이션 실전 팁

저자 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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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저의 부모님은 사회복지 쪽 일을 하고 계세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집안의 분위기도, 저에 대한 훈육도 특이한 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와 다툼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민감했고 최대한 갈등을 만들지 않는 것이 자유롭게 제 마음을 표현하는 것보다 중요해 보였어요.

 

그러다 보니 저는 갈등을 다뤄본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고 그만큼 미숙했습니다. 외적으로는 두루 원만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취약하기 때문에 피했다고 봐야겠죠. 그래서 간혹 갈등이 일어나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어느 수준까지는 속으로 꾹 눌러 참아요. 그러다 터지면 손절각을 보는 심각한 상황이 되곤 했어요. 초보운전이 더 과격한 거 아시죠? 미숙하니까.

 

사회에 나오고 보니 저랑 배경은 달라도 비슷하게 행동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람에게 크게 데인 적이 있어서든 그냥 성격이 그래서든 많은 사람들은 갈등을 피하고 싶어 하고, 갈등이 일어나면 여파가 오래가더라고요. 이제 회사에서 일 좀 한 우리는… 복도에서 마주치기도 싫은 누군가를 한 명씩은 갖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건 조직의 이익을 심각하게 깎아 먹습니다. 조직은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도록 만들어졌거든요. 하나의 팀에 직무가 다른 사람들을 모으기도 하는 것처럼 바로 눈에 보이는 것도 있지만, 직무가 같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팀이더라도 문제를 이해하고 솔루션을 찾는 방식, 각자가 경험한 것들, 깊이 들어가면 일하는 각자의 인생관, 동기가 어디서 나오느냐의 문제, 심지어 MBTI조차 조직의 다양성을 만들어서 특정한 한 사람이 달성할 수 없는 것 이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 이준 

다양성은 차이를 만들고 차이는 갈등을 가져오니까, 말하자면 조직은 갈등을 원합니다. 없다면 일부러 만들려고 할 정도가 아닐까요? 그래서 갈등은 회사에서 반드시 일어나게 돼 있고 이걸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위기가 되기도 하고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 아니 그걸 몰라서 그러냐고요! 마음 맞는 사람들이랑만 일하면서 스트레스 받기 싫단 말이죠…

그 방법,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계속 이야기해볼까요?

과몰입 금지, 회사는 롤플레이예요

 무대엔 화난 연기를 하는 사람은 있어도 화난 사람은 없어야 한다.

- 영화 <Fame>(2009)

위 대사가 나오는 영화 <Fame>의 주인공은 연기 지망생이었는데요, 그의 연기를 본 멘토가 주었던 피드백이에요. 연기자는 분노에 찬 과거가 있었고, 그걸 그대로 연기에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멘토는 그 부분이 프로답지 못하다고 지적한 거였죠.

 

이 장면은 저에게 회사에서의 갈등을 롤플레이(roleplay, 역할극)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사이트를 주었습니다. 극 중 연기자가 역할에 따라 누군가를 미워하고, 극심한 갈등에 처할 수 있죠. 그런데 그건 연기자의 삶과는 무관해요. 연기자가 받을 스트레스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자신의 배역을 얼마나 제대로 소화하고 있냐는 연기에 대한 것이지 그 극 중 인물이 겪는 갈등 자체 때문은 아닐 거고요. 극 중 역할과 연기자 자신의 삶은 별개입니다.

 

우리가 회사에서 생긴 갈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그건 아마 회사에서 일하는 나의 정체성을 연기자가 아닌 극 중 인물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회사는 롤플레이예요. 회사는 우리를 극 중 인물이 아닌 그 역할을 하는 연기자로 채용했죠. 그리고 나와 다른 역할을 맡은 연기자들과 함께 조직에 있도록 했고요. 갈등이 일어난다면?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거지 그 사람이 내 인생을 망치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이 사실을 알면 우리가 갈등을 받아들이는 프레임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