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직업인으로 살아가고 싶은 후배들에게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삼성전자 평사원에서 시작해 사장까지, 고동진 삼성전자 전 사장의 38년 회사생활에서 우러나오는 통찰
  • 연차가 쌓일수록 판단·성과·관계가 어려워지는 직장인을 위한 현실 조언
  • 출퇴근길에 '언제까지 이렇게 살지?' 싶을 때, 다시 되새겨볼 만한 일의 본질

* 본 콘텐츠는 2023년 7월에 발간된 〈일이란 무엇인가〉를 퍼블리의 시선으로 발췌해 구성한 것입니다.

이 글은 지난 38년간의 조직 생활에서 제가 고민하고 실천했던 경험과 나름의 노하우를 나누고자 썼습니다. 동시에 지난 몇 년간 후배들에게 받았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기도 합니다.

 

혹 제 이야기가 '세대 차이에 의한 다름과 낡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굳이 각색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시대를 겪은 사람으로서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세대가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골라 듣지 않으리라는 믿음, 온고지신과 취사선택이 가능한 지혜를 갖고 있다는 믿음도 있었지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자 합니다. 당신에게 일이란 무엇인가요? 누군가에게 일이란 그저 먹고살기 위한 방편일 것이고, 또 누군가에겐 성장과 성공을 위한 도구일 겁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자기만의 답을 찾아 그 답을 품고 나아가면 되지요. 

 

저의 경우 일은 성공을 위한 길이자 그 자체로 목표였습니다. 저는 입사 초부터 '사장'이 목표였습니다. 가진 것 없는 제가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일'뿐이었고, 저는 오직 일로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가장 높은 자리인 사장이 목표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물론 '사장'이라는 목표가 왠지 멀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다른 목표를 세우고픈 사람도 있을 테고요. 일로 성공한다는 것이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란 말은 아닙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신이 바라는 바, 도달하고자 하는 지점을 명확히 하고, 이를 흔들림 없이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직장인은 '회사 노예', '월급 노예' 같은 단어들로 폄하될 대상이 아닙니다. 

성실성과 꾸준함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멋진 사람,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이런 후배들이 건강한 직업인으로 30~40년을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희망과 생각들이 요즘 제 머리를 맑게 만듭니다. 

 

각자 일로 추구하는 것은 다르지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후회 없이 일할 수 있을까요? 그 이야기를 전해보겠습니다.

창의력은 머리가 아니라 발에서 나온다

흔히 창의력은 타고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발굴하고 개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창의력입니다. 특히 일에서의 창의력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Unsplash/Cristian Escobar

2007년 개발관리팀장을 맡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주말이면 늘 실무자들과 협력 업체를 방문해 현재 진행 중인 과제에 문제점은 없는지, 생산으로 이관 시 병목현상은 없는지 계속 확인했습니다. 사실 제 일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관련 부서의 이야기만 듣고 전체 일정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직접 방문해서 교차 점검(cross-check)을 했던 겁니다. 

 

처음에는 저와 함께 현장에 나가는 실무자는 물론, 협력 업체 임원과 담당자 모두 불편한 기색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니 점차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데면데면하게 굴던 사람들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그야말로 샘 솟듯 나오더군요.

 

가장 괄목할 부분은 동행한 실무자의 성장이었습니다. 사고의 폭이 확연히 넓어지면서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예측하고 고려할 수 있게 되었죠.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만 대화하면 아무래도 그 폭이 넓지 않습니다. 비슷한 생각과 한정된 주제를 가지고 말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면 각기 다른 아이디어들이 오가면서 새로운 생각이 도출되기 마련이죠. 즉 창의력이 싹트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