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사람들
💡 10분 안에 이런 걸 알려드려요!
- 개인의 취향과 감각을 비즈니스로 이끈 기획자들의 비하인드
- 트래픽이 몰리는 공간, 인증을 부르는 공간을 만드는 기획자의 생각법
- 콘텐츠와 사람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방법
본 콘텐츠는 2023년 6월 발간된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을 퍼블리의 시선으로 발췌해 구성한 것입니다.
온라인 커머스가 더욱 활발해지며 오프라인의 기존 생존 공식이 작동하지 않는 지금, 오프라인 리테일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비대면 기조가 절정을 이루었던 팬데믹 기간 동안 오히려 흥했던 오프라인 공간들이 있었다. 거리에는 사람이 없어도, 이들 공간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온라인에 넘쳐나는 인증 글이 다시 흥행을 부채질했다. 이곳에서라면 미래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생존 공식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은 '강렬한 콘텐츠'로 요약된다. 어떻게든 찾아가게 만들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략이다. 과거에는 매력적인 '물건'만으로도 백화점에 갔다. 온라인에서 지구 반대편 물건도 공수할 수 있는 지금은 좋은 물건보다 매력적인 경험이 필요하다.
물건이 아닌 경험 콘텐츠를 팔아야 한다. 상품이 아니라 정서를 판다.
오프라인 매장이 겨냥해야 할 것은 멋진 공간 콘텐츠, 체험거리뿐만이 아니다. '사람'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온라인에서 맺는 수많은 의미 없는 관계가 아닌, 관심사를 기반으로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싶다.
온라인 공간에서 아무리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사람과 사람이 직접 얼굴을 보고 만나는 일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매끈한 온라인의 세계에서는 충족시킬 수 없는 복잡다단한 맛이 오프라인 세상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와 사람에 주목한 오프라인 공간을 기획한 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소나 음식, 제품의 끝에서 그것을 만든 사람들이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생활 방식은 어떤가요?'라고 말을 거는 이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간은 물론, 콘텐츠와 사람에 주목해야 하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기획자들도 기획의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획을 더했을 뿐인데, 1만 벌이 팔렸다: 밀리언 아카이브 정은솔 대표
아직 개발의 훈풍이 불지 않은 북성수 끝자락은 성수동 하면 으레 떠올렸던 소규모 공장이 여전히 살풍경하게 펼쳐져 있는 지역이다. 옷가게가 어디에 있을까 찾기도 전에, 20대 젊은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어느 골목으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은솔 대표가 운영하는 밀리언 아카이브에서 판매하는 옷은 못해도 30년, 대부분은 50년 이상의 세월을 거쳤다. 색색의 화려한 옷부터 범상치 않은 패턴의 옷, 탄탄한 데님에 부드러운 플란넬, 하늘하늘한 실크까지,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의 총출동이다.
밀리언 아카이브는 빈티지 의류를 판매하는 국내 매장 중 제대로 된 브랜딩을 보여준 거의 첫 사례이다. 밀리언 아카이브는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옷들의 기세에 눌려 제대로 들춰보지도 못하고 두 손 들고 나오는 기존의 빈티지 의류 매장의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이왕이면 빈티지 의류를 처음 접하는 이들도, 한 번쯤 호기심에 구매할 수 있도록 정돈된 진열을 고수한다. 상설 매장이지만, 마치 팝업 매장처럼 일정 기간 동안 한 종류의 옷만을 파는 방식도 밀리언 아카이브만의 특징이다.
그저 하나의 재고로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쌓여 있었을 법한 옷들이, 약 50여 년의 세월을 거쳐 이곳 서울에서 새로운 주인을 만난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을 촌스러운 옷들이, 2023년 누군가의 SNS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많은 빈티지 숍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밀리언 아카이브가 특별한 이유.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기획의 힘이다.
Q. 어디서 영감을 얻은 것인가?
결국 경험이 영감을 부른다. 런던에 6개월 정도 머무르며 브릭레인 마켓에서 빈티지 의류를 판매했다. 한국에서 캐리어에 가득 가져간 빈티지 옷을 팔다가 나중에는 동대문 도매 사이트에서 해외 배송으로 보내주는 주얼리를 가지고 장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