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리더가 되려는 고민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리더 박웅현이 말하는 진짜 리더십과 조직문화 이야기
  • 팀원을 이끌고, 임원을 설득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힘은? 어려운 순간을 돌파해 나가는 리더십의 본질 
  • 오래, 함께 일하는 마음과 태도에서 잊지 말아야 하는 것

🔎 인터뷰 미리보기 

  • We go bold or go home.
  • 어른으로 대해주면 어른으로 일합니다.
  • 뚫고 나가는 리더십은 평소 팀원들과의 관계, 신뢰가 전제될 때 가능합니다. 이건 돌출 변수예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고 봅니다.
  • 갑을 을처럼 대하고, 을을 갑처럼 대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북돋우며 동기부여를 심어주면, 그 사람의 가장 좋은 상태를 끌어낼 수 있어요. 그러면 결과물 자체가 달라져요.
  • 자신을 위한 범퍼를 만들고, 최선이 아닌 차선까지만 하세요.

Interviewee 

TBWA 조직문화연구소 소장 박웅현 > 프로필 더 보기

퍼블리(이하 생략): 안녕하세요, 퍼블리 독자분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웅현(이하 생략): 광고를 오래 만들어 온 박웅현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일기획에서 일을 시작하신 이래 TBWA의 CCO, 지난해에는 조직문화연구소 소장에 부임하셨는데요. 언뜻 '광고'와 '조직문화'의 일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조직문화에 관심을 두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광고는 결국 브랜드 컨설팅이기도 한데, 이걸 총체적으로 진행해 오면서 회사의 크기와 직종을 불문하고 우리 시대의 자이트가이스트(zeitgeist)*가 조직문화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자이트가이스트(zeitgeist): 시대정신(한 시대에 널리 퍼져 있는 정신적 태도, 생각, 이념)

 

광고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천천히 이야기해 볼게요. 

 

광고의 핵심을 다시 본 경험, '진심이 짓는다' 

2009년 대림산업에서 경쟁 PT 없이, 바로 광고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주셨습니다. 어떤 광고를 만들어 드릴지 여쭤보니 "그것부터 좀 고민해 주세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4달을 공부했어요. 경쟁 PT 준비는 보통 3주에서 한 달이 걸리는데, 4달을 꼬박 준비했습니다. 

 

광고는 소비자에게 닿는 메시지지만, 준비 과정에선 4C(Company, Competitor, Consumer, Category)를 모두 알아야 합니다. 이 중 가장 깊이 알아야 할 게 광고를 의뢰한 기업이에요. 무엇보다 그 기업을 잘 알아야 합니다. e편한세상의 캠페인을 준비하면서도 해당 기업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어요. 4달 동안 C 레벨 이상을 전부 인터뷰했고, 신입사원부터 건축 현장에서 뛰시는 분들, 회사에서 언급하는 키 맨을 모두 만나 인터뷰했어요. 

 

이런 기업 분석 과정에서 기업의 핵심 역량, 경쟁사와 대비되는 이 기업만의 DNA, 속성을 알 수 있었는데요. 당시 e편한세상의 핵심 키워드는 '실용성'과 '편의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키워드가 당시 아파트 광고에서 각광받는 단어는 아니었어요. 판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서 아파트는 향후 시세 차익이 중요하다 보니 실용성보다는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가 더 중요한, 그런 카테고리의 핵심적인 특징이 있었거든요. 

 

아파트는 투자의 대상이라는 게 시대적 흐름인데, 이 흐름을 따라가려면 e편한세상은 없는 역량을 새로 개발해야 하는 거예요. 여기서 우리는 대담하게 e편한세상의 코어인 실용성과 편의성을 자랑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집값을 높이기 위한 과시용 가치가 아니라, 주거 공간으로서의 실질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만든 아파트라는 점을 어필하기로요. 

ⓒ대림산업

그래서 '진심'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다른 곳은 아파트를 멋있게 짓지만, 우리는 진심으로 짓는다는데 포커스를 두고,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아파트임을 어필한 것이죠. 

 

이 광고가 시작이었어요. 광고의 핵심이 기업의 역량을 분석하는 것이고, 광고가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잡는 데서 시작한다는 걸 실행해 본 첫 번째 경험이었죠. 

 

외부에서 내부로 광고를 확장하다, 사내 포스터 

광고를 외부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아이덴티티로부터 시작되는 만큼, 내부 임직원에게 알리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내 포스터를 따로 만들어 붙이기도 했죠. e편한세상 캠페인에선 예를 들면 "오늘 우리의 회의에는 진심이 담겨 있는가?" 같은 포스터를 붙이는 것이죠. 

 

저희가 이름을 지었던 한식 브랜드 올반은 '올바르게 만들어 반듯하게 차린다'라는 뜻인데, 우리가 만드는 것들이 얼마나 올바르고 반듯한지 생각해 보자는 포스터를 내부에 붙였어요. 추후 올반에서 제공하는 커피가 공정무역 원두로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구성원들이 기업의 핵심 가치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면서 고객에게 내놓는 하나까지도 올바르게 할 수 없을까 고민한 결과였죠. 2009년부터 이런 과정을 거쳐서 2015년에 본격적인 기업의 브랜드 컨설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조직문화에 있다 

수많은 기업을 컨설팅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문화가 올라왔어요. 구성원을 어떻게 만족시키고, 행복하게 만드는지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똑같은 건설 회사, 똑같은 생수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이 어느 순간 '우리 회사 괜찮은 거 같아'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관건이죠. 결국 구성원이 가장 중요한 고객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시대정신, 자이트가이스트(zeitgeist)하고 하죠. 동시대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사고의 경향인데, 한 4~5년 전쯤에 지금의 시대정신이 조직문화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실제로 만나는 분들로부터 이에 대한 고민을 많이 듣기도 했고요. 

 

결국, 회사의 크기와 직종을 불문하고 조직문화가 화두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우리 시대의 자이트가이스트가 '조직문화'인 거예요.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조직이 따로 필요하겠다는 판단에서 TBWA의 별도 조직으로 조직문화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조직문화연구소와 광고는 다른 결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연결되는 의미가 있었네요. 그래도 조직에서는 공식적으로 새로운 일, 팀을 만드는 것이다 보니 우려하는 분들도 계셨을 것 같아요. 

물론 처음에는 그동안 안 해본 걸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어요. 그때 "우리들의 능력에 대한 무모한 확신을 갖자"라고 말했죠. 믿고 따라와 달라고요. 그렇게 점점 컨설팅 케이스를 늘려 나갔어요. 어떤 기업은 회의 문화를 바꾸고 싶다고 조직의 교육 컨설팅을 부탁했는데, 우리가 교육 컨설팅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우리 능력에 대한 무모한 확신을 가지고 도전해 성과를 냈어요. 그렇게 안 해 봤던 것도 열심히 시도한 거예요.

 

사실 저도 떨렸죠. 하지만 그동안 내가 해온 일이 단지 광고를 만드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00 페이지의 복잡한 서류를 읽고, 한 달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들은 넘치는 말들을 딱 A4 한 장으로 정리해 내는 것. '이건 누구도 못 하는 일 아닐까?' 싶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