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반보드 '진행 중'을 '완료'로 옮겨도 일이 끝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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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완료'로 체크했음에도 일이 줄어들지 않는 진짜 이유
- 팀의 야근을 부르는, 보이지 않는 좀비 같은 업무의 5가지 형태 특성과
- 이를 시각화하여 문제를 찾아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노하우
저자 알토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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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하루는 이랬다. 다음 중 몇 개나 해당되는가?
이런 극한 상황은 무려 반년이나 지속되었다. 놓치는 업무가 없도록 업무 리스트를 정리해 왔고, 일을 효율적으로 해내기 위해 다양한 업무 관리 방법론도 써봤다. 칸반보드*를 쓰고, 간트차트*로 플랜을 짜고, 간소화한 투 두 리스트만 적기도 했다.
*칸반보드: 작업을 시각화하고 진행 중인 작업을 제한하며 효율성을 최대화하는 애자일 프로젝트 관리 도구
*간트차트: 시간 경과에 따라 프로젝트 계획을 타임라인 형태로 관리하는 도구
그러나 미팅에 6~7시간을 쓰면서 그날 처리해야 하는 긴급한 업무만 겨우 했는데 하루가 다 가버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업무 리스트라는 게 쓸모가 없어졌다. 업무 관리가 전혀 안 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사실 원래 일이 많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이보다 더 바쁜 하루를 산다는 걸 안다. 그래서 그러려니 하고 버텼다. 하지만 업무 퀄리티가 낮아지고, 실수가 늘면서 업무 효능감은 떨어져갔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고 느꼈을 때, 결국 번아웃이 왔다.
그러던 차에 읽게 된 책이 도미니카 드그란디스의 〈업무 시각화 -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 관리 비법〉이다. 놀랍게도 책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일과를 거의 그대로 묘사하고 있었다. 저자는 이런 생활을 스타트업에서 흔히 겪게 되는 '영웅이라도 된 듯한 착각'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업무 시각화가 필요한 이유
저자는 회사에 도둑들이 살고 있다고 말한다. 내 시간을 몰래 훔쳐 가는 소매치기들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시간 도둑을 다섯 가지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 너무 많은 진행 중 업무
- 업무 의존성
- 계획에 없던 업무
- 상충하는 업무 우선순위
- 방치된 업무
이들을 도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잘 보이지 않아서다. 그래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솔루션은 '업무 시각화'다. 그중에서도 칸반보드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칸반보드는 너무 유명해서 이미 몇 차례 써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완전히 칸반보드를 잘못 쓰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진행상황에 따라 업무를 구분해 현황을 보기 쉽게 관리해주는 도구 정도로만 칸반보드를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이 너무 많아서 칸반보드를 업데이트할 시간조차 없었고, 칸반보드의 '진행 중'에서 '완료'로 업무를 옮기는 것마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그만뒀었다. 일이 너무 많아서 일을 관리하려고 칸반보드를 쓰는 건데, 칸반보드를 쓰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일이 되어버리니까 쓸모없다고 느꼈다.
그러나 칸반보드의 핵심은 애초에 일이 너무 많은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밀려오는 업무를 전부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칸반보드에서 할 일을 선택하여 진행 상태로 만드는 걸 당김 시스템(Pull system)이라고 부른다.
"칸반은 현재 업무량을 무시하고 업무를 밀어 넣는 대신, 업무를 할 수 있을 때 작업자가 업무를 끌어오는 시각적 당김 시스템이며 제약 조건을 기반으로 한다. 칸반 같은 시스템은 사람들이 업무 수요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업무 시각화〉 29p
이번 글에서는 책에서 다루는 핵심적인 내용들을 소개하며, 내가 개인적으로 효용을 얻었던 노하우와 생각들을 함께 적어본다. 이 책에서 큰 도움을 받았고, 감동도 받았다.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