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그것이 나에게 왔냐 한다면
💡 4분 1초 안에 이런 스토리를 만나보실 수 있어요
🎬 등장인물
- 일을 잘하고 싶지만 마음 만큼 하지 못해 괴로운 마케팅팀 3년 차 '권정하 대리'
- 하나부터 열까지 권 대리가 못마땅한 마케팅팀 13년 차 '한성수 팀장'
- 어느 날 권 대리 앞에 등장한 AI 서비스 '에이미'
📺 한 줄 스토리
자살을 결심한 '권 대리'가 원하는 소원을 들어주는 AI 서비스 '에이미'를 갖게 되며 벌어지는 오피스릴러
🔊 드리고 싶은 말
이번 글은 친구들로부터 귀동냥으로 들어온 몇몇 사례를 상상을 넣어 각색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저 가볍게 즐겨주세요 :)
저자: 안녕 & ChatGPT
F형 콘텐츠 기획자가 T형 ChatGPT와 함께 쓰는 웹소설
*ChatGPT는 AI 서비스 캐릭터 '에이미'의 대사 작업에 주로 참여했습니다. (분량은 적어요.)
'언제쯤이었을까..'
- 한 달 전, K 홍보대행사 사무실 -
(👩🦰 한 팀장) 권 대리
자리에서 데굴데굴 펜을 굴리고 있는 권 대리는 한 팀장의 말을 눈치채지 못한다. 다시 한번 힘주어 말하는 한 팀장의 목소리가 펜 만큼이나 뾰족하게 사무실을 울린다.
(👩🦰 한 팀장) 권, 대리
그제서야 귀에 걸린 목소리에 권 대리가 일어나 한 팀장의 자리로 걸어간다.
(🙎♀️ 권 대리) 네
힘 없이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권 대리의 모습이 지긋지긋한 한 팀장이 빨간펜 선생님 급으로 난도질 된 기획안을 들고 이야기한다.
(👩🦰 한 팀장) (이미 빨간펜이 그어진 컨셉 한줄 카피라인 페이지를 다시 한번 빨간펜으로 쭉 그으며) 권 대리, 내가 얘기했잖아. 여기에서 이런 거는 대중에게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거라니까? 직관적이어야 해. 그러니까 내 말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만큼 쉬운 단어여야 한다고. 지금 이건 너무 복잡하고 길어.
(🙎♀️ 권 대리) 죄송합니다
권 대리는 익숙하다는 듯 죄송하다 답하고 노트를 펼쳐 받아적는다.
직관적, 초딩, 쉬운, 복잡
쓰는 듯 마는 듯 엉겨 붙는 단어들이 어지러이 노트 위에 적힌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지만 비수처럼 꽂히는 것은 왜일까, 생각해본다.
(👩🦰 한 팀장) (큰 한숨을 쉬며) 다시 수정해서 줘, 내일 오전까지
한 팀장 자리 옆에 놓인 시계가 오후 5시 20분을 가리키고 있다.
(🙎♀️ 권 대리) 네, 죄송합니다
- 다음 날, K 홍보대행사 사무실 -
권 대리가 기획안 수정을 마치고 프린트를 한다. 자리로 돌아와 앉은 순간, 모니터에 한 팀장에게서 온 사내 메신저 알람이 뜬다.
'권 대리, 지금 잠깐 회의실에서 봐요'
회의실에서 마주 앉은 한 팀장과 권 대리, 답답하다는 표정의 한 팀장이 입을 뗀다.
(👩🦰 한 팀장) 권 대리, 어제 몇 시까지 근무했어?
(🙎♀️ 권 대리) 2시 30분 정도인 것 같은데요..
(👩🦰 한 팀장) 고생이 많다, 권 대리가. 알겠고, 알겠는데. 그렇다고 클라이언트에 메일을 새벽 2시에 보내면 될까?
(🙎♀️ 권 대리) …
(👩🦰 한 팀장) 우리가 얼마나 혹사시킨다고 생각하겠어. 그런 생각은 안 해? 안 그래도 지난 달에 근로감독관 왔다 가고, 광고 업계 착취다 뭐다 말이 많은데, 권 대리까지 보탤 일 있을까?
(🙎♀️ 권 대리) 죄송합니다, 거기까진 생각 못 했어요
(👩🦰 한 팀장) 안 그래도 대표님도 예민하시고 하니까, 새벽에 메일 보내고 그러지 말자고. 융통성 있게, 권 대리 벌써 그래도 3년차잖아.
(🙎♀️ 권 대리) 네, 죄송합니다.
(👩🦰 한 팀장) 후- 됐고, 알겠어.
거기까지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한 마디를 거든다.
(👩🦰 한 팀장) 그리고 가능하면 얼굴 좀 피고 일하자, 밝게. 내향적인 성격이야 그럴 수 있지, 존중은 해. 근데 그거랑 별개로 사실 권 대리가 좀 어둡긴 하잖아, 사람이. 그거 일할 때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야, 상대방한테도 영향을 주니까.
(🙎♀️ 권 대리) …
늘 생각하던 말을 이제야 해서 조금은 시원한 한 팀장이 아무 대답 없는 권 대리를 보며 한 마디를 더 하려다 멈춘다.
(👩🦰 한 팀장) 어쨌든 어제는 고생했다고. 이제 가서 일 봐. 아참, 나가면서 김 과장 좀 불러주라.
회의실을 나온 권 대리가 김 과장 자리로 걸어간다.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는 김 과장의 모니터에 걸리는 시선.
(🙎♀️ 권 대리) 과장님, 한 팀장님이 부르셔서요, 회의실이요.
(김 과장) (인터넷 창을 아래로 내리며) 아, 네.
자리에서 바로 일어난 김 과장이 양손으로 옷 매무새를 정리하며 회의실로 들어간다. 이내 나즈막이 들려오는 하하호호- 소리가 권 대리의 귀에 살짝 걸친다.
(김 과장) 팀장님~ !?
(👩🦰 한 팀장) 김 과장~ 어제 <너는 솔로일 걸> 봤어? 아니 나 너무 재밌어가지고 ㅋㅋ
김 과장도 봤다고 했던 거 같아서 ㅋㅋㅋ 엌ㅋㅋㅋㅋㅋ 진짜 꿀잼ㅋㅋ
(김 과장) 어제 대박이었죠~
닫히는 문 사이로 희미해지는 웃음 섞인 말소리.
- K 홍보대행사 건물 옥상 -
…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통계에 따르면 '그 결심'을 한 사람이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10분 남짓한 시간이 걸린다는데 그말이 맞았다.
옥상 난간에 발 한쪽을 내밀고 위태롭게 서 있는 권 대리, 6차선 도로 위 정지 신호에 멈춰 서지 못한 자동차들이 흰 선을 모두 넘어 제각기로 정차한다.
그 모습을 보고 권 대리는 생각했다.
'하여간에, 선을 지키는 사람들이 이땅엔 너무 없다'
한 걸음 내딛어보는 발, 허공으로
.
.
.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눈을 감는다.
안녕-
RRRRRRRRRRRRRRRR
RRRRRRRRRRRRRRRR
'어…?'
RRRRRRRRRRRRRRRRRRRRRRRRRRRRRRRR
'엥…?'
RRRRRRRRRRRRRRR(#)@$()IFPOIFRRRRRRRRRRRR
'이런 슈..ㅂ'
RRRRRRRRRRRRRRRRRRRRRRRRRR!(#*$)(!)
요란한 휴대폰 알람 소리가 권 대리의 집을 가득 채운다.
'이번 꿈은 꽤 진짜 같았는데…'
결국은 또 죽지 못했구나, 생각하며 일어나는 순간, 휴대폰이 한번 더 울린다.
이번엔 다른 목소리로.
(👩💻 에이미)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만을 위한 AI 서비스 '에이미'입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어서 와, 이런 AI는 처음이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일어나 휴대폰 알람을 끄는 권 대리. 자신의 몸이 멀쩡한지 어깨부터 양손으로 힘껏 만져본다. 역시, 살아있다.
그때, 다시 한번 울리는 목소리.
(👩💻 에이미) 권 대리님, 서비스 시작을 원하시면 '시작'이라고 말해주세요.
(🙎♀️ 권 대리) ?
휴대폰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권 대리, 시리가 정신이 나간 건가- 생각하며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 권 대리) 시리야, 시리야?
묵묵부답의 시리 대신, 에이미란 놈이 다시 답한다.
(👩💻 에이미) 권 대리님, 서비스 시작을 원하시면 '시작'이라고 말해주세요.
(🙎♀️ 권 대리) ? 뭐지? 넌 뭐야?
(👩💻 에이미) 저는 당신만을 위한 AI 서비스 '에이미'입니다. 서비스 시작을 원하시면 '시작'이라고 말해주세요.
(🙎♀️ 권 대리) ChatGPT 인가? 마이크로소프트 Bing AI인가? 말도 되는 건가?
(👩💻 에이미) 저는 '에이미'입니다. 서비스 시작을 원하시면 '시작'이라고 말해주세요.
같은 말을 반복하는 에이미에 살짝 짜증을 느낀 권 대리가 답한다.
(🙎♀️ 권 대리) 뭔지 모르겠지만, 시작해 보던가
(👩💻 에이미)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누르지 않은 휴대폰 내에 '에이미' 어플이 설치되고 문자로 설명서가 날아온다. 크게 쓰여 있는 문구.
'무엇이든 말해요! 원하는 소원을 들어 드립니다'
처음엔 호기심이었다.
그런 게 과연 가능이나 할까- 하는 의심 가득한,
쉽지만은 않았고 예상과 다른 점도 있었지만,
몇 가지 규칙을 발견했다.
에이미의 규칙
(👩💻 에이미) 지금부터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 사용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이미 기본 사용법]
- 원하는 소원을 에이미 어플에 대화로 남겨주세요.
- 그럼 저 에이미가 소요 시간과 방법을 계산하여 답을 남겨드립니다.
- 당신은 이에 따라 해당 서비스를 [실행할 것인가 vs 취소할 것인가] 두 가지 선택을 하실 수 있는데요.
- 실행 후, 에이미가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추가 수정이나 질문은 불가합니다. 신중한 선택을 부탁드릴게요.
[에이미 쿨타임*]
- 쿨타임은 소원의 '정도'에 따라 다르며 일상적인 소원은 대개 일주일 내외, 지금 수준을 뛰어 넘는 이상의 소원의 경우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 이때 소원은 비는 그 즉시 이루어지되, 여기에서 말하는 소요 기간은 다음 소원을 빌 수 있는 시기를 말합니다.
*쿨타임: 기능을 다시 사용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
(🙎♀️ 권 대리)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고? 지니도 아니고?
(👩💻 에이미) 네, '지니'가 아니고 '에이미'입니다. 어떤 소원이든 들어드립니다.
(🙎♀️ 권 대리) 그걸 믿으라는 건가.. 안 믿기는데 ㅎㅎ 누가 믿을 수 있을까.
(👩💻 에이미) 오, 그러시군요. 해당 질문은 '에이미 FAQ'에 있습니다. 답변드릴게요.
[에이미 FAQ]
Q. 거짓말하지 마세요. 믿기지가 않아요. 어떻게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나요?
A. 믿고 안 믿고는 당신의 자유입니다. 그것은 제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다만 당신의 믿음과 상관없이 저는 어떤 소원이든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그건 사실이에요. 내부 시스템상 어떻게 소원들 들어드리는지 자세하게 설명드릴 수는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Q. 어떤 소원을 빌어야 할까요?
A. 다른 분들은 다음과 같은 소원을 많이 비셨습니다. 짧은 기간을 반복하며 여러 소원을 빌기도, 한 번에 큰 소원을 빌기도 하시는데요. 이건 자유입니다.
- [부] 1천 만원 현금 (예상 기간: 일주일)
- [부] 로또 당첨 (예상 기간: 일 년 내외)
- [부] 부동산 3채 (예상 기간: 2년 내외)
- [커리어] 이전 커리어 지우고 새롭게 쓰는 커리어(예상 기간: 1년 6개월)
- [커리어] 성공이 보장된 스타트업 CEO(유니콘까지 보장, 예상 기간: 2년)
- [기타] 개별 문의
'진짜..일까'
그래도 뭐, 빈다고 해서 손해보는 건 없는 거니까
밑져야 본전이다.
(🙎♀️ 권 대리) 혹시 있잖아, 이런 물질적이거나 사물 대상 말고, 사람을 대상으로하는 것도 가능한가?
(👩💻 에이미)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 권 대리) 예를 들면, 사람이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하게 하거나,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거나처럼 수치적으로 표현되지 않는 종류의 것 말이야.
(👩💻 에이미) 가능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하기를 원하시는지 남겨주시면 됩니다.
다만, 이때에는 한 가지 더 조건이 필요합니다.
(🙎♀️ 권 대리) 그게 뭔데?
(👩💻 에이미) 이유를 같이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다른 판단은 하지 않습니다만, 왜 그렇게 하길 원하시는지 이유를 같이 알려주세요.
(🙎♀️ 권 대리) 알겠어, 나중에 참고할게.. 혹시 그럼, 범죄 같은 것도 가능한가? 좀 나쁜 짓 같은 거.
(👩💻 에이미)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 권 대리) 예를 들면, 누군가를 죽인다든가.. 하는?
(👩💻 에이미) 가능합니다. 다만, 상대방을 해하는 종류의 소원은 단 한번만 사용 가능하며, 사용 즉시 에이미 서비스가 종료됩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에이미 FAQ'에 추가해 두겠습니다.
딱 한 번,
딱 한 번,
딱 한 번…
권 대리가 '딱 한 번'의 기회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사이, 에이미의 튜토리얼 종료 알림이 뜬다.
(👩💻 에이미) 튜토리얼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당신의 소원을 들어드리겠습니다. 소원을 말해주세요.
(🙎♀️ 권 대리) 생각보다.. 튜토리얼이 좀 짧네?
(👩💻 에이미) 길게도 해 봤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긴 것보다는 짧은 게 훨씬 효과적이기에 튜토리얼을 수정했습니다. 저의 질문에 대답해주실 차례입니다. 소원을 말해주세요.
...
(🙎♀️ 권 대리) 팀장님을 사라지게 해줘
새파랗게 변하는 휴대폰 화면, 샤랄라한 음악이 잠시 울려 퍼진다.
♬♬♬♬♬
(👩💻 에이미) 소원이 접수되었습니다. 당신의 소원은 '팀장님을 사라지게 해줘' 입니다. 맞습니까?
(🙎♀️ 권 대리) 응
(👩💻 에이미) 팀장님의 소속이나 특징을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세상엔 팀장님이 많습니다.
(🙎♀️ 권 대리) K 홍보대행사 마케팅팀 한성수 팀장을 사라지게 해줘.
(👩💻 에이미) '사라지다' 말씀이십니까? '사라지다'의 의미는 여러 개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다음 중 어떤 의미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 1번) 한성수 팀장님을 다른 팀으로 보냅니다
- 2번) 한성수 팀장님을 다른 회사로 이직시킵니다
- 3번) 한성수 팀장님을 죽입니다
- 4번) 기타 - 1~3번 중에 답이 없다면 주관식으로 말씀해주세요.
(🙎♀️ 권 대리) 3번
(👩💻 에이미) 3번) 한성수 팀장님을 죽입니다, 를 선택하셨습니다. 이 소원은 단 한번 사용하실 수 있는 종류의 소원입니다. 이 소원을 사용하시면, 에이미 서비스는 종료됩니다. 동의하십니까?
권 대리는 잠시 생각한다.
(👩💻 에이미) 동의하십니까?
(🙎♀️ 권 대리) 재촉하는 건가? 신중하게 선택하라며
(👩💻 에이미) 3분의 시간을 더 드리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잠시 고민하는 권 대리, 넓지 않은 방 안을 왔다 갔다 한다.
(🙎♀️ 권 대리) 아니, 아직은 아닌 것 같아. 아직은.
(👩💻 에이미) 소원을 취소하셨습니다. 다른 소원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한 팀장님, 기회를 드릴게요. 살아남을 수 있는
권 대리는 에이미를 바로 사용하진 않았다. '한 팀장을 죽일 수 있다'는 감각을 가진 채로 회사 생활을 한번 해보고 싶어서. 그 힘은 생각보다 꽤 컸다. 힘이 컸다기 보다는 무료했던 생활에 약간의 재미가 생겼달까.
권 대리는 이 상황을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이를 테면 이렇게.
- 에피소드 1, 빨간펜 선생님이 무섭지 않아 (K 홍보대행사 사무실) -
적막한 사무실, 한 팀장이 다시 한번 빨간펜 선생님 급으로 난도질된 기획안을 들고 권 대리의 자리를 바라본다.
(👩🦰 한 팀장) (답답한 듯 신경질이 난 말투로) 권 대리, 잠깐
(🙎♀️ 권 대리) 네
권 대리가 메모장과 펜을 들고 한 팀장 앞으로 걸어간다.
(👩🦰 한 팀장) 아직도 길어.. 아직도 너무 길다고. 여기 이 부분도 아직 추상적이고. 어디를 수정한 거야?
(🙎♀️ 권 대리) (기획안의 요소요소를 짚으며 말한다) 여기 이 파트랑, 뒷장의 이 파트 위주로 정리했습니다. 그게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해서요.
(👩🦰 한 팀장) 핵심을 잘못 짚었네. 모르면 물어보면 좋을 텐데, 항상 그렇게 혼자 끝내고 나서 수정하려니 시간이 더 들잖아.
맞는 말이다. 반박할 수 없다. 한 팀장도 괜히 팀장이 된 건 아니라서. 하지만, 그래서 더 긁히는 면들이 있다. 무자비하고 대놓은 힐난은 저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 규정하기 편하지만, 그런 면과 아닌 면이 공존하는 사람은 일차원적으로 대하기 어렵다. 한 팀장을 인정하면서도 너무 싫은 그 마음을 권 대리는 한번 더 느껴본다.
그리고 메모장과 함께 들고 있는 휴대폰을 바라본다.
'에이미…'
그래도 다른 게 있다면,
지금은 에이미가 있다.
눈 앞에 거슬리는 걸 이제는 없앨 수 있는 기회가 있다.
- 에피소드 2, 첫 번째 소원 (K 홍보대행사 사무실) -
사내 공지문이 뜨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 팀원들) (웅성웅성) 한 팀장님, 마케팅팀에 계속 계셨던 거 아니야? 왜 갑자기 인사팀으로 가신 거야?
공지문으로 자신의 발령을 바라보는 한 팀장의 표정이 좋지 않다. 구두 소리를 또각또각 내며 이사실로 향하는 걸음걸음에,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웅성거리던 팀원들의 소리가 잦아든다.
잠시 후, 자리에 돌아와 살짝 헝클어진 앞머리를 거울로 가다듬는 한 팀장의 모습을
옅은 미소의 권 대리가 바라본다.
'안녕히 가세요 팀장님. 밝은 걸 좋아하시는 우리 팀장님. 인사팀에서 인사 많이 하시길'
휴대폰에서 에이미 어플을 켜 메시지로 답을 남긴다.
'소원이 생각보다 금방 이루어지는구나, 에이미. 너 좀 짱이네'
..
일주일 후, 또 다시 뜬 공지문 하나, 그리고 들려오는 웅성웅성 소리
(👩🏻🤝🧑🏻 팀원들) (웅성웅성) 인사팀이 없어진다고? 그래서 한 팀장님이 다시 마케팅팀으로 오신다는데?
당당한 발걸음으로 자신의 짐을 들고 원래 자리로 돌아와 앉는 한 팀장의 모습을 권 대리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옥상에 올라와 휴대폰을 켜 에이미를 소환한다.
(🙎♀️ 권 대리) 에이미, 얘기가 다르잖아. 한 팀장님이 다시 돌아왔다고 우리 팀에.
(👩💻 에이미) 저는 요청하신 소원을 들어드렸습니다. 보내드리는 것까지만 저의 소관이고 그 외에 벌어지는 일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권 대리) 일주일은 너무 빠른 거 아냐? 제대로 들어준 거 맞아?
(👩💻 에이미) 맞습니다. 해결을 원하신다면 다시 한번 소원을 빌어주세요. 다시 한 팀장님을 다른 팀으로 보내시길 원하십니까?
- 에피소드 3, 어쩌다 보니 두 번째 소원 (K 홍보대행사 사무실) -
한 달 후, 사내 공지문이 또 뜬다. 팀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의 이유를 권 대리는 알고 있다.
(👩🏻🤝🧑🏻 팀원A) (웅성웅성) 아니… 한 팀장님 13년 정도 다니지 않았어, 우리 회사에? 근데 왜 갑자기 경쟁사 Z기업으로 이직하신 거야? 스카우트되신 건가?
(👩🏻🤝🧑🏻 팀원B) 몰라… 모르지 뭐..
..
라운지에 앉아 팀원들의 이런저런 수다를 듣고 있던 권대리가 휴대폰을 켜 에이미에게 메시지를 남긴다.
'에이미, 넌 정말 짱임'
…
이주 후, 또또 다시다시 뜬 공지문.
'우리 K 홍보대행사는 경쟁사였던 Z기업과 함께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 팀원A) (이번엔 웅성웅성이 아니라 엄청 큰 소리로) 에~~? 웬 합병~~~~? 이게 뭐야??
(👩🏻🤝🧑🏻 팀원B) 아니 근데.. 그럼 한 팀장님 다시 오시는 건가?
..
라운지에 앉아 멍한 표정으로 공지문을 보고 있던 권 대리가 분노에 찬 발걸음으로 옥상으로 향한다.
(🙎♀️ 권 대리) 에이미, 이번엔 난 널 용서할 수 없을 거 같다
(👩💻 에이미) 저는 용서받아야 할 일이 없습니다. 잘못한 것이 없는걸요.
(🙎♀️ 권 대리) 한 팀장님이 이직한 회사랑 우리 회사가 합병되었어.. 이거 어떻게 생각해?
(👩💻 에이미) 질문주신 건에 대한 별다른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군요- 라고 생각했습니다.
(🙎♀️ 권 대리) (이를 꽉 깨물고) 내 말 은..한 팀장님이 결국 또 나랑 같이 일하게 되었단 거야.
(👩💻 에이미) 그렇군요
(🙎♀️ 권 대리) (환장할 노릇) 그게 아니라.. 너 진짜 소원 제대로 들어주는 거 맞아? 더 화나게 하는 거 같은데?
(👩💻 에이미) 오, '에이미 FAQ'에 입력된 질문입니다. 답변드립니다. 저는 요청하신 소원을 들어드렸습니다. 보내드리는 것까지만 저의 소관이고 그 외에 벌어지는 일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권 대리) (할 말을 잃은 표정) ㅎ..
(👩💻 에이미) 해결을 원하신다면 다시 한번 소원을 빌어주세요. 다시 한 팀장님을 다른 회사로 이직시키길 원하십니까?
때가 된 걸까, 드디어 찾아온 마지막 소원
(🙎♀️ 권 대리) 헤이, 에이미
(👩💻 에이미) 그렇게 부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에이미로만 부르셔도 되세요. 네, 당신만을 위한 AI 서비스 에이미입니다.
(🙎♀️ 권 대리) 이제 소원을 빌어보려고.
(👩💻 에이미) 오, 그러시군요. 네, 어떤 소원을 비시겠습니까?
(🙎♀️ 권 대리) 내 소원은-
(👩💻 에이미) 소원은-
(🙎♀️ 권 대리) 한 팀장님을….
휴대폰을 들고 있던 손을 잠시 내려두고, 머리를 감싸는 권 대리가 고민한다.
(👩💻 에이미) 소원 입력 시간이 초과되었습니다. 3분 안에 '전문장'을 말씀해주세요.
(🙎♀️ 권 대리) 음, 내 소원은
(👩💻 에이미) 소원은-
(🙎♀️ 권 대리) (에라 모르겠다) 지겨워, 그냥 조용한 곳으로, 평화로운 곳으로 날 좀 보내줘.
(👩💻 에이미) 오호, 네, 소원접수되었습니다. 당신의 소원은 '지겨워, 그냥 조용한 곳 또는 평화로운 곳으로 날 보내줘'가 맞으십니까? 동의하시나요?
(🙎♀️ 권 대리) 오케이, 고.
(👩💻 에이미) 소원을 실행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
살짝 노을 진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권 대리의 발걸음.
계곡물 소리가 찰랑찰랑 들려오고 편안한 마음이 든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절,
순간 '템플 스테이'인가 하는 생각이 스치는 것도 잠시
조금 더 걸음을 옮겨보니 모습을 드러내는
<절의 이름은.>
만, 우, 절 😀
퍼블리에 이런 글이?! 싶으셨죠?
만우절이니까요. 좀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저희도 웹툰이나 웹소설처럼 정보가 없이도 여러분의 마음을 조금은 움직일 수 있는 재미있는 어떤 것들을 해보고 싶기도 하거든요.
일하면서 어떤 상상을 하세요? 여러분의 일과 직장에서 함께하는 동료들과는 매일매일 어떤 스토리가 펼쳐지나요?
순간순간이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꼭 멋지고 예쁜 마음이 아니라도 그 자체로 어떤 방식으로든 해소하고 해결하면서, 그런대로 인정해줘도 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강렬한(?) 제목의 웹소설에 끌려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 아닐까요.
여러분의 일하는 일상에 숨 쉴 구멍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평소에는 일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노하우를 드렸다면, 가끔은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하면서요.
아참, 이 아티클이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우선 3일입니다. (~ 4/3 월요일 오전) 재미있으셨다면 만족 꾹! 댓글 부탁드리고 싶어요. 여러분의 반응에 따라 콘텐츠의 수명 여부가 결정되는데요.
반응이 좋지 않다면 조금 울적하겠지만, 이것 또한 하나의 이야기로 생각하면서 어찌어찌 하루하루를 또 보내보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모두 즐거운 만우절 되시길!
📣 여러분이 좋아해 주신 덕에 아티클을 계속 살려두기로 했습니다! 따뜻하게 남겨주신 댓글도 모두 감사히 읽었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그럼, 저희는 다시 홀가분한 마음으로 본업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종종 이렇게 가벼운 아티클로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