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업무를 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부분은 역시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럼에도 사수들은 커뮤니케이션 방법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시중에 기획서, 설계서 작성법 같은 기획자가 알아야 할 강의도 많지만, 실무에서 그 팁을 현실에 반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신입 때 기획자를 위한 강의를 들어봤지만, 실무를 경험해보니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개발자가 어떤 것을 궁금해하는지'에 있었다. 서비스를 구현하는 개발자와의 소통이 제대로 돼야 기획한대로 서비스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만 알아도 될 정도로 상세한 설계서 작성부터 나머지 내용은 부수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개발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사실 연차와 관계없다(연차가 높다고 해서 꼭 잘하는 것도 아니다). 신입이나 주니어급 연차여도 노하우만 안다면 충분히 개발자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아티클에서는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저지르기 쉬운 실수와 해결 방법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개발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함께, 어떻게 설계서를 작성해야 올바른 소통이 이뤄지는지를 예시를 통해 알아보자.
'기획 배경'을 설명할 줄 아는 기획자가 되자
🙅♂️기획자가 자주 하는 실수
혹시 나의 기획을 개발자에게 논의할 때, '이렇게 구현해 주세요' 또는 '이거 될까요?'라는 일방향적인 질문을 하진 않았는지 돌아보자.
사수가 '이거 개발 쪽에서 가능한지 확인해 봐'라는 미션을 던졌을 때, 가능 여부에 대한 대답을 듣는 것에 매몰돼 머리에 입력한 질문("이거 이렇게 구현되나요?") 그대로 개발자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기능 가능 여부만 물어보면, 기획자가 원하는 기능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른 채 개발자는 당연히 'YES or NO'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 이때, 좀 더 친절한 개발자는 개발 리소스가 많이 드니 어느 정도 우선순위인지, 정말 필요한 기능인지 파악하기 위해 이렇게 다시 질문한다.
이건 왜 이렇게 넣어요?
이게 꼭 필요한 건가요?
여기서 당황한 초보 기획자는 "아, 구현이 어려운 걸까요?", "개발 리소스가 부족하다면 다른 방법을 고민해 보겠습니다!"라고 성급하게 끝내버린다.
🙆♂️개발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이렇게 합시다
기획자가 기획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면, 개발자는 단순히 'YES or NO'로 끝맺지 않고 '이런 이유 때문에 어렵다'라는 자세한 개발 환경을 알려주거나 '이것보다 이런 방법이 좀 더 효율적으로 구현 가능하다'라는 보충 의견을 전해줄 수 있다. 이런 의견을 바탕으로 기획자는 자신이 생각했던 범위 이상으로 고민해볼 수 있다.
그래서 기획자는 개발자에게 구현 여부를 물어보거나 개발을 요청할 때, 다음처럼 기획의 취지를 꼭 전달해야 한다.
왜 이런 기능이 들어가게 되었는지
어떤 시장성을 기대하고 있는지
사용자들에게 어떤 불편한 의견들을 듣고 있는지
기획서나 설계서 첫 목차에 '기획 배경 및 취지'에 대한 설명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개발자들이 가장 집중할 수 있는 미팅 첫 5분에 아래와 같은 기획 배경 요소를 전달하자.
그리고 '중요도 높은 정보'라는 점을 강조하자. 아래 요소만 정리해도 앞으로 설득해야할 많은 사람들(개발자, 디자이너, 사업팀 등)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훨씬 수월할 것이고, 개발자들에게도 좀 더 이해도 높은 프로젝트 진행을 요청할 수 있다.
📌 기획자가 꼭 정리해야 하는 기획 배경 요소
현황 검토, 분석, 현상·문제점 파악,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 근거
해결책, 대응 방안
대안 화면*(정책, 화면 요약, 플로우차트)
* 나중에 작성하게 될 상세한 설계서를 요약한 초안. 대안 화면의 구체적인 본론이 곧 설계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