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은 거들 뿐, 중요한 건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슬램덩크를 통해 엿보는, 팀원 개개인의 역량을 조직의 성과로 연결하는 팁
- 팀원들의 강점에 기반해 성장시키는 구체적인 리더십 가이드
- 안 선생님과 채치수에게 배우는 회사에서 바로 써먹는 리더십 한 마디
저자 이윤경
대학내일 인재성장팀 팀장, 강점 퍼실리테이터 > 프로필 더 보기
영화 '슬램덩크'가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최초로 400만 관객을 넘어섰습니다. 흥행 열기도 놀랍지만 좀 더 흥미로운 건 관객들의 연령대 범위였는데요. 30·40 팀장님들이 추억 여행하며 열광할 것은 예상했습니다만, 슬램덩크를 처음 접한 Z세대 팀원들이 N차 관람 행렬에 합류한 것은 솔직히 의외였거든요.*
* 관련 기사: 식지 않는 슬램덩크 인기…'日 문화'에 대한 MZ 세대 시각은? (KBS, 2023.03.04)
옆 팀 팀장님은 팀원들과의 스몰톡 소재가 생겨 기쁘다는 말과 함께 제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근데 강백호… Z세대 팀원들이랑 좀 닮지 않았어요? 왜 2022년 말에 한창 그런 말 돌았잖아요. 요즘 팀원들은 뭐 시키면, 제가요? 이걸요? 왜요? 한다고요. 생각해 보니 강백호가 딱 그러잖아요. 자긴 덩크만 하고 싶다고. 패스 같은 거 왜 하냐고.
일리 있었습니다. 〈슬램덩크〉 초반 강백호는 그냥 소연이한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덩크만 하려 들었던 자타공인 풋내기였습니다. 팀의 승리엔 관심도 없었고 농구의 기초도 모르면서 서태웅한테 패스하는 건 죽기보다 싫어했던 신입 부원이었죠.
그런 그가 아주 빠른 속도로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성장합니다. 사실 성장하는 건 강백호만은 아니었습니다. 송태섭도 정대만도 처음엔 만화 속 표현마따나 부딪히면 큰일이 나는 '핵탄두' 같은 존재였습니다. 채치수도 한때는 동료들의 숨통을 조였던 독불장군이었고요. 서태웅도 잘나긴 참 잘났으나 팀플레이엔 도통 관심 없는 외골수였죠.
〈슬램덩크〉는 누구 하나 완벽하지 않았던 이들의 성장기이자, 약체 팀이 최강 팀을 꺾는 드라마입니다. 가만, 솔깃하지 않으세요?
- 팀플레이에는 도통 관심 없던 신입이 팀의 허슬 플레이(hustle play)*를 주도하게 된다고?
- 처음엔 모래알 같았던 팀원들이 뭉쳐 최강의 상대를 꺾는 드라마를 쓴다고?
* 스포츠에서 팀 사기를 올려주는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 넘치는 플레이
팀장님이라면 탐나실 겁니다. '제가요? 이걸요? 왜요?'라고 말하는 팀원들의 몰입과 팀십이 누구보다 간절할 테니까요. 사실 팀원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Z세대가 강백호에게 몰입하는 건 그처럼 성장하고 싶고, 성취하고 싶은 마음 때문 아닌가요?
이 아티클에서는 우선 여러분들의 뇌리에 콕 박힌 5개의 명장면을 꼽아볼 겁니다. 〈슬램덩크〉를 아는 사람이라면 다들 읽는 순간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질 그 장면들이요.
- "슛 2만 번이에요."
-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시합을 제압한다."
- "강백호, 잘 따라잡았다."
- "자네는 비밀무기니까."
- "넌 가자미다… 진흙투성이가 돼라…"
* 농구 기술 중 하나로 슈팅된 공이 득점하지 않은 경우에 그 공을 잡는 기술
학창 시절에 이 장면들을 봤을 때는 그저 '멋있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직장 생활 13년 차의 눈으로 다시 보니 하나가 더 보였습니다. '리더'요.
〈슬램덩크〉엔 꽤 많은 리더가 등장합니다. 안 선생님과 주장 채치수가 가장 대표적일 테고 능남이나 해남 같은 상대팀의 주장과 감독도 각기 다른 리더십을 선보이죠. 강백호를 포함한 선수들의 결정적인 성장과 성취는 이들의 한마디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3번쯤 완독하니 보였습니다.
자, 지금부터 저와 함께 5개의 명장면을 주목해 봅시다. 신입 부원 강백호를 슈퍼 루키로 성장시킨 슈퍼 리더들의 말, 말, 말을요.
STEP 1. 지시, 비교, 한숨 대신 기본기
🏀 리더의 말 "슛 2만 번이에요."
전국대회 출전을 앞두고 강백호는 마음이 급했습니다. 얼른 대활약을 펼쳐서 서태웅의 코를 납작하게 하고 소연이의 마음을 얻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안 선생님은 합숙 훈련 참가 대신 개인 훈련을 지시합니다. 초짜 강백호를 얕잡아 볼 게 분명한 상대의 허점을 찌르기 위해 따로 남아 중거리 슛을 익히라고요. "슛 2만 번이에요"는 그때 나온 말입니다. 허세와 반항심이 가득했던 강백호는 왜 '제가요? 이걸요? 왜요?'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 리더십 캐치 포인트
첫째, 지시하는 대신 설명합니다. 사실, 합숙에 참여하지 말란 말에 강백호는 크게 반발합니다. 이때 안 선생님은 '까라면 까'라고 하는 대신 '내기'를 제안합니다. 치킨 할아버지 몸매에 백발이 성성한 자신과의 자유투 내기를요. 결국 강백호는 지고, 녹화된 비디오를 보며 형편없는 자신의 실력을 깨닫습니다.
그러곤 묻습니다. 뭘 해야 하냐고요. '슛 2만 번'은 이때 나온 안 선생님의 대답입니다. 이 연습을 '왜' 해야 하는지 깨달아버린 강백호는 한술 더 떠서 '2만 번 가지고 되겠냐' 묻죠.
이렇게 '까라면 까' 대신 '그건 왜냐면'을 설명한 건 채치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폼나는 덩크만 고수하는 강백호에게 했던 이 말 기억하시나요?
시합에서는 언제나 상대의 디펜스(방어)가 있는 법이다. 덩크슛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