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형 팀장은 시간의 ‘을’이다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시간의 '을'일 수밖에 없는 실무형 팀장이 통제감을 갖고 일하는 방법 
  • 업무가 중간에 뚝뚝 끊기는 팀장을 위한 생산성을 높이는 3가지 방법 
  • 급한 일이 쏟아질 때도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하는 방법과 판단 도구

저자 임희걸

DB생명보험 교육 프로그램 기획 담당, 〈나를 위해 출근합니다〉 저자 > 프로필 더 보기

실무형 팀장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스케줄입니다. 시간 관리가 도저히 마음처럼 안 되죠. 아무리 열심히 투 두 리스트를 만들어도 지워나가지를 못하니 자괴감에 빠져들 뿐입니다. 중요한 일들에 손도 대지 못한 채 한 주가 끝나 갑니다. 다음 주는 더 힘들어지겠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해집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야근은 열정과 체력을 앗아갑니다. 이 모든 것이 단지 나의 행동력 부족일까요?

 

시간 관리 측면에서, 실무형 팀장에게는 함께 일하는 모두가 갑입니다. 임원·고객·팀원 모두가 시간을 할애해 달라고 줄을 서죠. 팀장은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이렇게 보면 실무형 팀장은 시간에 있어서는 을 중의 을, '을 of 을'입니다.

 

그렇다면, 실무형 팀장이 시간을 관리하는 핵심은 무엇일까요? 

 

영업2팀의 김 팀장은 매주 월요일 아침에 주간 일정을 적습니다. 오전 업무를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임원이 상품별 매출 분석 결과를 보고하라고 합니다. 보고를 마치고 자리에 앉으려니 일정에 없던 긴급 회의가 있다네요.

 

회의를 마치고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먹고 돌아왔더니, 고객사에서 데이터를 요청합니다. 고객사 담당자에게 자료를 보내주고 시계를 봅니다. 오후도 이미 절반이 지나갔네요. 이번에는 팀원이 다가와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월요일부터 계획은 아직 아무것도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팀장에게는 팀원과의 소통이 꼭 필요합니다. 팀 관리는 꼭 필요한 업무지만 그만큼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소통에는 노이즈가 개입합니다. 누군가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회의나 팀원 면담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30분이면 충분하리라 예측했는데 실제로는 1시간도 더 흐른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일이 많죠.

 

실무를 겸하고 있으니 내 일에 집중할 덩어리 시간도 필요합니다. 팀장의 역할 때문에 시간이 조각조각 끊겨 버리니 집중할 시간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팀장이 퇴근 후에 실무를 처리하려고 합니다. 모두가 퇴근한 뒤에야 비로소 내 마음대로 시간을 다룬다는 통제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야근하느라 몸이 축나지만 이렇게라도 통제감을 느끼고 싶은 마음인 겁니다.

 

기존의 일정관리 대부분은 탑 다운 방식에서 나왔습니다. 연간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다시 월, 주, 일 단위로 쪼개서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큰 계획을 설계하고 그것에 따라 작은 실천 계획을 배분하는 것이죠.

 

이런 탑 다운 방식은 '자신의 일정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C-레벨 임원, 대학 교수, 전문직 등 일정 통제 권한이 있는 사람은 원하는 대로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떨어지는 업무를 쳐내기만 해도 바쁜 중간관리자에게는 잘 통하지 않습니다.

 

을 of 을은 바텀 업 방식으로 시간을 관리해야 합니다.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은 똑같지만 계획을 그대로 지키려고 하기보다는 유연한 대처가 먼저입니다. 당장 눈앞에 떨어지는 일의 성격을 재빨리 파악해 처리해야 합니다. 바로 쳐내야 할 일은 즉각 처리해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게 효과적인 일은 위임하는 등 빠른 행동이 중요합니다.

바로 써먹는 실무형 팀장의 시간 관리 Tip 3

바텀 업 방식의 유연한 시간 관리는 기록에서 출발합니다. 내게 어떤 형태의 일이 어떤 식으로 떨어지고, 나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기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간 데이터를 기록하고 그 속에서 일정 관리의 실마리를 찾습니다. 기록은 흘러가는 시간을 가시화합니다. 일단 눈에 보이기만 해도 훨씬 관리하기가 쉬워지죠.

 

'가뜩이나 시간이 부족해 죽겠는데, 기록할 시간이 돼?'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최소한의 메모법을 중심으로 하는 시간 관리 팁을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일단 시스템이 잡히면 의식하지도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습관이 될 거예요.

 

1. 빠른 일 모드 전환을 위한 '나에게 인수인계서'

어떤 처음 일을 시작하면 높은 몰입도에 이르기까지 '웜 업'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어느 정도 일을 하고 나서는 몰입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쿨 다운'을 경험합니다. 점심시간 직전을 예로 들면, 20~30분 뒤에 일이 중단될 것임을 알고 나면 보통 남은 자투리 시간은 버리게 되죠. 이런 시간도 쿨 다운 타임에 해당합니다.

 

'나에게 인수인계서'란 3~4줄의 간단한 메모를 통해 웜 업과 쿨 다운 시간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일의 진행률 등을 간단히 메모해서 미래의 나에게 남겨두는 건데요. 일이 중단됐을 당시의 상황을 최대한 전달해 나의 모드가 다시 전환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단축합니다. 웜 업과 쿨 다운 시간을 통제하는 방법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시간에 따른 몰입도 그래프 ©임희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