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이 글은 글로벌 기본소득 실험의 모든 것 프로젝트의 마지막 미리보기글입니다. 프로젝트 저자, BIYN(Basic Income Youth Network)의 장혜인님이 자신의 삶과 기본소득에 대한 생각을 풀어냅니다. 마지막 목차에서는 보고서 본문을 일부 발췌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전에 발행된 다른 네 저자의 글도 함께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건축학도의 문제의식, 기본소득으로 연결되다

학부에서는 건축을 전공했습니다. 물리학을 전공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이과에 진학했지만, 이학에 매력을 느꼈던 이유는 전반적으로 사실과 객관에 기반해 세상을 기술하고자 한다는 점이라 애당초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부터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이 서현 교수의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였습니다. 지금은 건축 교양서의 스테디셀러라고도 일컬어지는 책인데, 당시에도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으면서 쉽게 흥미를 가지게 하는 필력에 감탄하면서 몰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건축을 공부하고 싶은 동기는 어찌 보면 간단했으나, 지금 돌이켜보니 저는 공간을 만드는 측면으로서의 건축에 매료되었다기보다, 건축을 학문으로서 연구하고 또 알리고픈 마음이 더 컸던 듯합니다. 재학 중에도 수업이나 행사보다 여러 외부 강의나 심포지엄을 찾아 다니는 일이 훨씬 즐겁고 생생한 활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월간 「SPACE」*와 격월간 「WIDE AR」** 에서 학생기자로 활동했으며, 2015 서울건축문화제에서 전시 기획 및 실무에 참여했습니다.

* 한국 근대건축 1세대인 고(故) 김수근이 창간한 잡지로, 올해 창간 50주년을 맞은 월간지입니다.

** 2008년 건축 저널리즘을 구현한 리포트를 표방하며 창간된 격월간 건축 잡지입니다.

 

건축에 관련된 활동을 이것저것 접하고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건축의 역할은 사람들의 일상을 보다 낫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배웠는데, 건축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현실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마음 놓고 집에 살며 일을 할 권리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면 사용자가 누구든 그에게 알맞은 생활이 가능한 정주 공간을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은 스스로를 '건축하는 사람'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배운 바를 토대로 세운 신념의 연장선에서 안정된 기반으로 각자마다의 삶이 가진 다양성이 서로 존중되고 만개하는 사회를 원합니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로 기본소득을 선택했습니다. 2015년 기본소득(Basic Income)을 연구하고 알리는 활동을 하는 BIYN(Basic Income Youth Network)에 합류했습니다.

 

뜨거운 주제가 된 기본소득,

다양한 해외 사례를 알아야 하는 이유

 

BIYN는 기본소득 개념 이해를 돕기 위해 연 1~2회 하계 또는 동계 세미나를 열고 있는데, 제 경우 앞서 이야기했듯 사회에 관해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의 일환으로 참석했던 세미나였습니다. 이 때 회원으로 가입함과 동시에 운영위원으로 기본소득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기본소득 관련 외신이나 칼럼을 번역해 BIYN 채널로 발행하는 뉴스비(NEWS BI)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으며, 기본소득 소식을 전하는 기본소득 뉴스레터 업무도 담당했었습니다.

 

제가 BIYN에 들어올 당시까지만 해도 기본소득 개념이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최근 기본소득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정책으로서 논의되고 있는 듯합니다. BIYN에서 활동한 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순식간에 이슈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개중에는 다소 빈약한 근거로 주장을 쌓아올리거나, 이제까지 논의되었던 주장을 무시한 채 고립된 사고실험을 벌이는 경우도 적잖이 목격합니다.

 

이번 PUBLY와의 기본소득 리포트 발행을 통해, 기본소득 운동을 시작한 계기와 함께 그동안 접해왔던 기본소득 연구들을 정리하면서, 미래 사회를 조망할 시야를 보다 탄탄히 다지는 계기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간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져 온 기본소득 연구와 실험은 해외 단신이나 특보 같은 형태로 단편적이며 간헐적으로 공유되어왔습니다. 대중 뿐만 아니라 연구자와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분한 사례와 함께 제시할 때 기본소득의 의미, 그 필요성의 폭을 넓힐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번 리포트가 전세계 기본소득 실험의 활동과 그 경과를 정리할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실리콘밸리는 왜 기본소득에 주목할까

PUBLY 리포트에서 저는 기본소득 실험이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배경과 지금까지의 전말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자동화와 인공지능 사회의 시대에 기본소득은 자본의 재분배 정책으로 함께 호명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의 특징은 무조건성이며, 보편복지라는 것입니다. '모두의 삶을 보장한다'는 명제는 종종 '선의'로 해석되기 쉬우며, 기술 발전의 최전선에서 변화의 태동을 감지하는 실리콘밸리의 테크 엘리트들이 기본소득에 던지는 관점과 호기심 또한 동일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그 면면을 자세히 살피면 예상보다 흥미롭습니다.

 

실리콘밸리 사업가 가운데서는 기본소득과 함께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이들이 있는 한편, 기술로 인해 부가 급격히 팽창했을 때의 상황을 우려하며 기본소득을 지지해온 이들도 있습니다.


• 넷스케이프의 창립자 마크 앤드리슨
• 테슬라와 SpaceX의 일론 머스크
• 유니온스퀘어벤처스의 벤처 투자가 알버트 벤거
• Y Combinator*의 샘 알트만 

 

여러 테크 엘리트들이 기본소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 Y Combinator가 시작한 실험에 대한 새로운 내용을 리포트에 담기 위해 연구자 섭외해 인터뷰했습니다.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경제나 사회, 정치나 복지 등 단독 분야 내에서 회자되는 경우를 비교적 더 많이 접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기술이나 스타트업 계열에서 기본소득을 주창하는 모습이 다소 생소하게 여겨질 수도 있으나, 이들의 주장이 어떻게 다시 사회와 연결되어 가는지를 리포트에서 정리하고자 합니다.

 

[글로벌 기본소득 실험의 모든 것을 담다]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Y 컴비네이터, 핀란드 정부와 네덜란드 도시 19곳, 한국 성남의 청년배당 등 전세계 곳곳에서 진행되어 온 기본소득 실험의 성공과 한계, 실패의 기록 

 

2012년부터 글로벌 기본소득 실험 동향을 꾸준히 연구해온 젊은 저자 5명이 참여하는 리서치 리포트가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