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누구나 하고, 중요한 건 수습입니다

💡 10분 안에 이런 걸 알려드려요!

  • 멘탈이 흔들릴 때, 알고리즘으로 판단하는 내 실수의 유형과 대처법
  •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뢰를 지켜주는 실수 수습 프로세스 3단계 
  • 사과와 재발 방지에 꼭 필요한 상황 분석·커뮤니케이션 노하우

저자 윤마틴

애드테크 스타트업 매드업, LEVER 마케팅 담당 >프로필 더 보기

직장인 치고 실수 한번 안 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실수에도 급이 있어요. 내가 알아서 수습할 수 있는 실수부터 빨리 보고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실수까지 있죠. 하지만 실수를 발견한 순간, 머리가 새하얘져 어떻게 수습해야 하는지 막막해지곤 합니다.

 

특히 회사에 손해를 입힐 정도의 실수일 때는 더 가슴이 철렁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방금 온 계약서 메일을 봤는데, 왠지 숫자가 낯설어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뒷덜미에 식은땀이 흐릅니다. 아니나 다를까, 팀장님이 나를 소환합니다.

 

공장으로 보내는 발주서에 숫자를 잘못 적었습니다. 조금 틀린 정도가 아닙니다. 0을 하나 더 붙였어요. 최악인 점은 발주한 공장이 신규 거래처라는 것. 팀장님이 밖으로 나가면서 급하게 전화를 겁니다. 고통스러워요. 제 실수인데 수습은 다른 사람이 해야 하니까요.

상당수의 기업에는 온보딩* 프로그램이 존재합니다. 신입 사원용 프로그램은 특히 디테일하죠. 그런데 실수에 관한 항목은 주로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실수가 발생한 이후에 대해서는 '이슈 발생 시의 보고 체계' 같은 단순한 업무 지침만 있는 경우가 많아요.

*온보딩(Onboarding): 신규 입사자가 조직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뜻한다.

 

이런 이유로 실수의 수습은 개인의 경험과 역량에 의존하게 됩니다. 주니어에게 성장통은 필수라는 사회의 인식도 있고요. 그렇다 보니 연차가 낮을수록 실수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실수 앞에서 얼어붙는 분들을 위해 실수 수습 매뉴얼을 준비했습니다. 실수를 발견했다면, 먼저 '내가 저지른 실수'의 종류를 구분하고, 골든타임 내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3단계 프로세스를 따라 해보세요.

 

여기서 골든 타임이란 실수를 최소한의 손실 범위 내에서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뜻하는데요.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량적인 기준을 세우자면 1시간 이내가 좋고요. 기업의 이메일 응답 표준 시간을 1시간으로 보거든요. 물론 빠르면 빠를수록 더 좋습니다. 지금부터 빠른 수습을 위한 방법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0단계] 실수의 종류를 구분합니다

실수한 걸 알아챘습니다. 먼저 심호흡해주세요. 이미 벌어진 일이에요. 정신을 붙잡고, '내가 저지른 실수'의 종류를 구분합니다. 판단만 잘 내려도 반은 수습한 겁니다. 그런데 신입사원이나 주니어는 실수의 심각성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죠. 아래의 실수 알고리즘을 따라가 보세요.

목적에 맞게 제작하다 보니 표현 방식이 일반적인 알고리즘 순서도와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 질문, "금전적 손해를 끼치는가?"를 시작으로, YES 또는 NO를 선택하다 보면 세 가지 타입 중 하나에 도달하게 됩니다. 알고리즘에서 저는 회사에서의 실수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는데요. 각각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1) 보고는 하지만, 내 선에서 수습 가능한 실수: 내가 문제의 원인을 미리 인식하면 해결책을 어느 정도 준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물론 상사의 체크가 필요하거나, 비용 이슈가 있거나, 외부와 공유하는 업무라면 보고는 필수입니다. 질책은 받겠지만 나에 대한 신뢰도가 확 줄어들 가능성은 적습니다.

 

2) 보고해야만 하는, 내 선에서 수습 불가능한 실수: 휴먼에러*를 일으킨 당사자가 실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거나, 패닉에 빠져 수습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본인의 신뢰도 하락에서 끝나지 않고 소속 부서(팀)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휴먼에러(Human Error): 인적오류. 시스템의 성능, 안전, 효율을 감소시키거나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는 인간의 결정이나 행동

 

3)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나만 아는 실수: 회사(부서)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업무 담당자와의 조율을 통해 본인 선에서 수습 가능한 실수입니다. 상부에 보고가 들어가더라도 특이사항 없이 깔끔하게 처리되었으므로 추후 문제가 될 여지가 적습니다.

 

내가 저지른 실수의 종류를 구분해보셨나요? '3) 보고하지 않는 나만 아는 실수'라면 실수노트*에 작성해 재발을 막으면 됩니다. 하지만 1), 2) 번의 실수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지금부터 알려드릴 3단계 프로세스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단계] 빠르게 인정합니다

다른 사람이 발견했을 때

나의 실수임이 명백하면 변명 없이 빠르게 인정합니다. 핑계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요. 상대방에게 질책받을 것 같다면? 먼저 스스로를 질책하는 모습을 보여 주세요. 독한 멘트를 품고 있던 상대방도 그 모습을 보면 순간적으로 너그러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우선,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때와 인정할 때의 상황을 볼까요?

✅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는 상황

 

🦗 팀장: 개미 씨가 물량 4000개로 적은 거죠?

🐜 개미: 그때가 월말이라 일이 몰려 가지고…

🦗 팀장: 아니, 그러니까 개미 씨가 보냈던 거 아니에요?

🐜 개미: 분명히 제가 확인했는데요…

🦗 팀장: 아니!! 묻는 말에나 좀 대답해요.

✅ 나의 실수를 빠르게 인정하는 상황

 

🦗 팀장: 개미 씨가 물량 4000개로 적은 거죠?

🐜 개미: 아… 네, 맞습니다. 제가 잘못 적었습니다. 신규 업체 건이라서 더 꼼꼼하게 확인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 팀장: 하… 이건 숫자가 좀 큰데.. 잘 좀 확인하지. 우선 알겠어요. 공장에는 제가 전화를 할 테니, 발주서는 총무팀 꿀벌 님에게 물어보고 수정하세요.

실수를 빠르게 인정할 때 기억해야 하는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실수를 인정할 때는 미사여구 없이 깔끔하게 대답합니다. 설명이 길어지면 변명하는 느낌을 줘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깨질 수 있어요.
     
  •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습니다. 동공 지진, 목소리 떨림 등이 대표적인 반응인데요. 그런 모습을 보면 상대방은 '이 사람은 돌발 상황이 생기면 금방 무너지겠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심호흡 등 긴장을 풀어주는 나만의 동작을 만들어 두세요.
     
  • 실수한 부분을 먼저 언급합니다. 지금 상황이 어떤 상태인지 인지하고 있음을 알릴 수 있어요. 마냥 죄송하다고만 하면 더 큰 분노를 유발합니다.

지금 겪는 난처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변명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심리적인 방어기제가 심할수록 주변 인물이나 환경에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이 크죠. 좋지 않은 방향입니다. 내 행동의 결과는 내가 책임진다는 마인드가 필요해요.

 

스스로 발견했을 때

운 좋게, 내 실수를 내가 먼저 발견하기도 하죠. 그럴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핵심만 요약해서 말합니다. 미괄식이든, 두괄식이든 전개하는 순서는 상관없습니다. 상황에 맞는 방식을 택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상황을 빠르게 이해시키는 것입니다. 또한 상황, 원인, 결론을 모두 포함해서 말해야 하죠. 아래는 각각 미괄식, 두괄식으로 말하는 상황입니다.

✅ 미괄식으로 보고하기

  • 방금 ○○ 업체에서 발주서 메일이 왔는데, 숫자가 이상합니다. (상황)
  • 서류를 확인해보니 400개가 아니라 4000개로 적혀 있습니다. (원인)
  • 제가 숫자를 잘못 적었습니다. 빨리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