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게 많은 공간에 사람들이 줄을 선 이유

💡 10분 안에 이런 걸 알려드려요!

  • 브랜드의 생명력을 만드는 경험 설계, 공간 브랜딩 노하우
  • 핫플레이스를 만든 '다름'의 비밀―업을 재정의하고,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방법
  • 고객에게 사랑받는 개인 브랜드·스몰 비즈니스에 있는 '관계'의 비밀

저자 이림

이미커피 파운더, 대표 / 12년 차 자영업자 / 카페 창업 컨설팅 / 〈경험을 선물합니다〉 저자 > 프로필 더 보기


저자 최현규

이미커피 입사 10년 차 / 이미커피 디렉터 / 〈경험을 선물합니다〉 저자 > 프로필 더 보기

[콘텐츠 발행일: 2022.08.01]

 

2019년, 남구로에 '이미커피로스터스'를 오픈했습니다. '이미커피'라는 브랜드를 공유하는 네 번째 매장이었지요.

 

공간의 크기는 10평 남짓입니다. 그중 60% 정도는 로스팅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40% 정도의 공간을 커피바로 운영합니다. 공간 문제로 커피바 외의 테이블은 따로 놓지 않았습니다. 바에 앉을 수 있는 인원은 고작 4, 5명.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이 그 정도이다 보니 2시간 가까이 웨이팅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운영 시간도 짧았습니다. 하루에 일곱 시간만 문을 열고,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4일 운영했습니다. 보통 아침에 일찍 여는 카페는 저녁에 일찍 닫고, 오후에 시작하는 카페는 밤까지 영업하는데 저희는 늦게 시작해서 일찍 닫았습니다. 

 

메뉴는 비스포크커피와 디저트페어링세트, 단 두 가지입니다. 커피 외에 다른 음료는 없고, 테이크아웃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참 불편한 카페입니다. 

©이미커피

그럼에도 이미커피로스터스는 오픈한 이듬해 블루리본서베이 리본 2개로 선정되었습니다. 오픈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카페가 바로 리본 2개를 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합니다.

*블루리본 서베이: 대한민국의 레스토랑 가이드북이다.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와 미국의 자갓 서베이의 장점을 서로 조합하여 만들었다. 최고의 레스토랑은 블루리본 3개를 받는다. 

 

단순히 카페 하나를 더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면 핫플레이스가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공간 브랜딩 비즈니스와 카페, 브랜드에 대한 고민과 경험을 담겠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새로운 공간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작은 브랜드가 살아남기 어려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사업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입니다. 예를 들어 카페는 낮은 객단가와 느린 테이블 회전으로 돈을 벌기 어렵습니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만들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브랜딩에 대한 이해 부족입니다. '멋진 이름과 로고'를 브랜딩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혹은 '작은 가게 하나 하는데 브랜딩까지 생각하냐'라는 생각을 가진 분도 많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소비자와 깊은 관계를 맺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 또한 소비자가 좋아하는 카페를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당연한 명제를 한동안 잊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저 내가 잘하는 것, 내가 노력한 것을 보여주기에 급급했죠. 

 

저는 이런 점을 간과했다는 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카페에 대한 인식을 전환했습니다. 이미커피만의 방식으로 카페를 새롭게 정의하고 새로운 공간과 서비스를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새로운 지향점은 남구로에 문을 연 이미커피로스터스에서 구현됐습니다. 

위치보다 중요한 '콘텐츠'

이미커피로스터스를 열기 전, 몇몇 단골손님께 조만간 새로운 매장을 열 거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모두의 최대 관심사는 '어디에?'였습니다. 수요미식회에도 나왔고, 생활의 달인에도 나왔고, 이만하면 제법 유명해졌으니 한남동이나 성수동같이 핫한 동네에 진출하나보다 짐작하셨던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새 매장은 남구로에 열었습니다. 보통 카페에서 손님들이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은 '뭐가 맛있어요?'입니다. 그러나 이미커피로스터스를 열고 나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왜 남구로에 매장을 냈어요?'였습니다.

 

네 번째 매장 입지를 물색할 때, 딱 두 가지 조건만 봤습니다. 첫 번째, 본점과 멀지 않은 서울이어야 했습니다. 각 매장은 담당자들에 의해 잘 운영되고 있었지만, 그래도 제가 해야 하는 일이 있었기에 다른 매장과 멀면 안 됐습니다.

 

동시에 '후한' 임대조건이 필요했습니다. 창업자금이 넉넉하지 않았음에도 어쩌다 보니 임대료가 만만하지 않은 마포구에 세 개의 매장을 모두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네 번째 매장마저 월세가 높아서는 곤란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바람이 더 있다면, 좋은 건물주를 만나 한 곳에서 오래 영업하는 것이었습니다. 남구로는 멀지 않은 거리와 임대료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게다가 운이 좋게도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공간을 오래 쓸 수 있다는 조건도 갖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남구로는 잘 알려진 카페나 핫플레이스가 거의 없는 지역입니다. 일부러 다른 지역에서 찾아올 만한 이유가 부족합니다. 남구로는 서울치고 카페가 '드문' 동네입니다. 

 

저는 '장사는 목이다'라는 불문율에 도전했습니다. 상권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트렌디한 카페의 특징을 살펴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콘텐츠가 있는 공간을 원합니다. 취향에 맞으면서도 색다르고 의미 있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어디든 찾아갑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소비 트렌드 덕분에 산 중턱에도 카페가 있고(경북 청도 아미꼬뜨), 엘리베이터 없는 오래된 건물 5층에도 카페가 있고(을지로 투오피스), 논 한가운데도 카페가 있습니다(경남 양산 아리주진).

 

'그깟 커피 한 잔 먹으려고 거기까지 간다고?' 커피 한 잔 먹으려고 가진 않지요. 그곳에 콘텐츠가 있기 때문입니다. 상권을 극복해낸 이미커피로스터스의 경쟁력 또한 명확한 콘텐츠였습니다. 

경남 양산의 카페 아리주진은 논 한 가운데 있다. ©아리주진

제한된 제안이 더 매력적인 이유

그렇다면 이미커피로스터스는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미커피로스터스는 커피와 디저트를 맛보는 곳입니다. 다른 카페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고 디저트도 직접 만든다는 점이죠. 이것은 저희만의 특별한 콘텐츠라고 하기엔 어렵습니다. 그렇게 하는 매장이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