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2016년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이하 '북페어')는 10월 18일 열린 사전행사 The Markets 컨퍼런스를 포함해 10월 30일까지 총 6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올해 북페어에는 총 277,000명이 방문했으며, 그중 142,300명이 비즈니스 방문객이었다. 이는 작년에 비해 1.3% 상승한 수치다.*
* 참고: 북페어 주최측의 공식 발표

2016년 북페어의 비즈니스 클럽에서는 사전행사로 진행된 The Markets 컨퍼런스를 포함하여, 총 40여 개의 프레젠테이션 및 대담이 열렸고, 저자는 그중 20개의 세션을 참관했다.

아래 미리보기 글은 참관한 19개의 세션 중 3개의 세션에 대한 저자의 관찰을 담고 있다. 유료 리포트에는 참관한 19개 세션 거의 전부에 대한 유사한 수준의 요약과 논평이 담길 예정이다.


본 프로젝트 최종 보고서의 전체 목차는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종 보고서의 일부인 'Section 4. 북페어에서 발견한 현재진행형의 전환 세 가지'와 'Section 5. 케이스 스터디'는 결제 예약 후 지금 바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PUBLY

 

독자 데이터로 무엇을 할 것인가?

• 일정: 2016년 10월 21일 10:00 ~ 10:30
• 세션: Porter Anderson Meets Andrew Rhomberg, Founder of Jellybooks
• 발표자: Andrew Rhomberg, Jellybooks 창업자
인상적인 한 마디: "책 출간 후 6개월에서 1년이 지난 후 분석치를 본다면 물론 흥미롭겠죠. 하지만 무엇을 다르게 바꿀 수 있겠습니까? 바꿀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죠?"

 

Jellybooks는 독서 패턴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ebook이 의미 있는 시장을 형성하면서 독자들이 실제로 책을 언제 어떻게 읽는지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가 축적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출판사는 Amazon이나 Google처럼 독자 접점을 직접 확보하고 있지 못하며, 따라서 그 방대한 데이터에 전혀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Jellybooks는 이런 약점을 보완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Google Analytics for Ebooks'를 지향하는 Jellybooks © 김안나

Jellybooks는 독자의 독서 패턴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도록 ebook에 코드를 심어놓는다.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독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할지 선택하는 버튼을 만난다. 이 버튼을 누르면 데이터가 Jellybooks로 전송될 뿐 아니라 독자 자신도 자신의 독서 패턴이 어땠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Jellybooks는 이렇게 전송받은 데이터를 분석해 출판사에 어떤 독자들이 어떤 패턴으로 책을 읽었는지 시각화한 자료를 제공한다.

주목할 지점은
Jellybooks의 이 같은 분석이
대개 출간 전 도서에 대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출간 전 원고를 무료로 제공받아 읽을 실험 독자군을 모집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출판사는 책을 어떻게 포지셔닝할지, 표지와 헤드카피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홍보 전략을 어떻게 수립할지 결정할 수 있다.

 

Rhomberg는 실험 독자군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보다 실제 데이터를 보는 것이 더 좋지 않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면서, 하지만 "책 출간 후 6개월에서 1년이 지난 후 분석치를 본다면 물론 흥미롭겠죠. 하지만 무엇을 다르게 바꿀 수 있겠습니까? 바꿀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죠?"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사전 테스트로 얻은 결과와 출간 후 수집한 데이터 사이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험 독자군을 모집하는 일은 대개 출판사에서 직접 진행한다고 한다.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Jellybooks의 데이터 분석 사례 ⓒ 뉴욕타임스

위 그래프는 뉴욕타임스에 소개되었던 Jellybooks의 독서 패턴 분석 사례이다. 좌측은 훌륭한 판매실적을 올린 미국 소설의 데이터이고, 우측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소설의 사례다.

 

좌측의 경우, 완독률이 60%를 넘으며 12-13 챕터까지 읽은 독자라면 거의 전부 책을 완독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측의 경우에서는 절반 이상의 독자가 100페이지 부근에서 책을 덮었다.

이밖에도 각 챕터마다
어떤 속도로 책을 읽었는지,
하루 중 어떤 시간에 책을 읽었는지,
어느 부분에 줄을 쳤는지 등에 대한
데이터 역시 수집 분석된다.

Rhomberg는 독서 패턴에서 나타나는 흥미로운 젠더 차이를 언급하기도 했다.

 

독자 분포를 놓고 보면 대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완독률에서는 두드러진 젠더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감정을 다루는 책에서만큼은 대체로 더 많은 여성이 책을 끝까지 마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인상적이라며 언급한 점은 책을 중간에 그만두기까지의 시간인데, 그만 읽기로 결정하기까지 여성 독자가 대체로 더 많은 인내심을 보여준다.

 

캐나다인 저자가 쓴 한 소설의 경우, 40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남성의 완독률은 27%, 여성의 완독률은 28%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중간에 덮은 독자들을 놓고 보면 남성이 그런 결정에 훨씬 더 빨리 다다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밖의 독서 패턴 데이터를 살폈을 때 "여성이 남성에 비해 훨씬 많이 읽고 깊이 읽으며 더 많은 인내심을 발휘한다"며 "여성이 없으면 출판업은 무너질 겁니다."라는 코멘트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종류의 데이터 분석이 저자나 편집자에게는 그리 달가운 소식만은 아닐 것이다. 세션을 진행했던 출판평론가 Porter Anderson은 "작가들이 이 정도로 구체적인 사실을 알기 원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업계 내에 우려가 있지는 않은지 물었다.

 

Rhomberg는 "편집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마케팅을 정교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 강조하며 "조사 결과에 따라 책의 내용을 바꾸는 경우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데이터 분석이 주는 인사이트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 상상해보면, 미래의 글쓰기와 편집이 어떻게 달라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Jellybooks는 Penguin Random House, Simon & Shuster, Bertelsmann, Piper 등 '거대' 출판그룹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현재는 2017년 3,4월 발간 예정인 Penguin Random House의 비즈니스 관련서 4권을 놓고 테스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Jellybooks에 대한 보다 자세한 케이스 스터디는 유료 리포트에 포함될 예정이다.

 

 

'책을 새롭게' - 네덜란드의 혁신 촉진 프로그램

•일정: 2016년 10월 18일 15:00 ~ 15:30
• 세션: Renew The Book: Publishing Innovation in the Netherlands
• 발표자: Victor Mons Hainaut, Bookarang 창업자
인상적인 한 마디: "책에 담긴 콘텐츠 전체가 메타데이터다."

 

Bookarang은 네덜란드 출판인협회(General Publishers' Association)가 시행하는 '책을 새롭게(Renew the Book)'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업체로, 책 추천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책을 새롭게'는 2015년에 시작된 일종의 출판업 혁신 촉진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출판업 혁신 아이디어를 공모한 후, 5개 업체를 선발해 Rockstart라는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와 함께 40일간의 엑셀러레이팅 기간을 갖는다. 그 후 1등으로 선정된 업체는 15,000유로(한화 약 1,800만 원)의 지원금과 함께, 네덜란드 내 적절한 출판 관련 업체와 협업할 기회를 얻게 된다.

 


2015년 '책을 새롭게' 프로그램 소개 영상 © Renew The Book

 

Bookarang의 책 추천 솔루션은 콘텐츠 기반형 알고리듬(Algorithm)을 기초로 한다. 현재 시장에서 주로 쓰이는 책 추천 서비스는 행동 기반형 알고리듬을 사용한다. 다른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을 기초로 하는 Amazon의 추천 방식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Bookarang의 창업자 Hainaut에 따르면, 콘텐츠 기반형 알고리듬은 하나의 책이 가진 여러 성격, 각각에 연결되는 다양한 책들을 다층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면서 Hainaut는 "책에 담긴 콘텐츠 전체가 메타데이터다"라고 말했다. 연관된 책들을 찾아 제안하는 데, 책의 내용 전부가 활용될 수 있으며 그래야 한다는 의미다.

 

Bookarang은 '책을 새롭게' 프로그램의 우승자로서 협회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네덜란드의 몇몇 주요 서점 및 도서관에 책 추천 서비스를 탑재하기 위해 해당 기관들과 협업 중이라고 한다. 도서관이나 서점 페이지에 접속해서 책을 검색하면, Bookarang의 솔루션을 통해 추천된 연관 도서들이 함께 제시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가 올해 북페어의 주빈국이었던 만큼, 비즈니스 클럽에서도 네덜란드 발표자가 이끈 세션들이 많았다. 유럽 여러 강국 사이에 위치해 있는 작은 나라이지만 전통적으로 세계를 무대로 하는 무역강국이었던 역사를 그대로 반영한 듯, 발표자들의 사례 대부분이 유럽, 더 나아가 세계 무대로의 진출을 자연스럽게 전제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매우 상업적이고도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네덜란드 출판인협회의 '책을 새롭게' 프로그램 역시 그런 태도와 궤를 같이 한다.

출판산업 내에 다양한 스타트업이
활동할 수 있도록 유인하려 한다는 점,
그리고 네덜란드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나라의 참여자에게
장을 열어놨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Bookarang 창업자의 발표 앞에 등장했던 협회장 Wiet De Bruijn은 2017년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들고 참여해줄 것을 독려했다. 2017년 프로그램의 참가 신청 접수는 2016년 10월 26일에 시작되어 현재 진행 중이다. Wiet De Bruijin은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최대 출판그룹인 VBK Publishers Group의 CEO이기도 하다.

 

출판사로서의 Amazon

• 일정: 2016년 10월 21일 14:00 ~ 15:00 
• 세션: Publishing and translation in the heart of Europe
• 발표자: Dominic Myers, Amazon Publishing 유럽 디렉터
인상적인 한 마디: "우리는 각 지역에서 독자들이 무엇을 사는지 아주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됩니다. (...) 저자들에게 다른 출판사 대비 경쟁력 있는 인세를 월 단위로 지급합니다."

 

Amazon의 직접 출판사업부(셀프 퍼블리싱 사업이 아닌)의 유럽 사업을 이끄는 Dominic Myers가 3일간에 걸친 북페어 비즈니스 클럽의 실질적인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후에 이어진 두어 개의 세션은 정보나 인사이트의 공유보다는 업계 내 네트워킹을 위한 자리들이었다.)

 

Dominic Myers는 2014년 말에 Amazon에 합류했는데, 영국의 대형 서점 체인인 Sainsbury에서 일한 바 있으며 출판사에서 근무한 이력은 없다.

Amazon Publishing 홈페이지 화면 ⓒ Amazon

Amazon Publishing은 총 14개의 임프린트를 꾸리는 종합 출판사이며, 이날 세션의 발표는 번역문학을 주로 출판하는 임프린트 Amazon Crossing에 초점을 맞추어 이뤄졌다. Amazon Publishing은 2009년 미국에서 출범했으며, 지난 2년 새 유럽 내에서도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미국에는 시애틀과 뉴욕, 유럽에는 룩셈부르크, 런던, 뮌헨, 밀라노, 마드리드, 파리, 그리고 베이징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Amazon Crossing은 전통적인 문학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문학까지 아울러 세계 각국의 작품들을 현재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로 출판하고 있다. Dominic은 여러 나라, 여러 언어의 시장을 다루면서 처음부터 모든 언어에 대한 판권을 확보하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2016 북페어에 설치된 Amazon Publishing 전시 부스 © 제현주

Dominic Myers는 Amazon Crossing의 최근작을 소개하고 전반적인 현황을 이야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고, 사업 전략에 대해서는 딱 두 가지만을 이야기했다.

 

첫째, 우리는 "독자들이 무엇을 사는지 아주 많이 알기" 때문에 그 정보를 활용해서 출판할 작품을 선택한다. 둘째, 저자와 번역자에게 경쟁력 있는 인세를 지급한다. 그에 더해 다른 출판사들과 달리 월 단위로 인세를 지급하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고객을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책을 선정한다는 것이나, 저자와 번역자에게 경쟁력 있는 조건을 제시한다는 것이나 어느 것 하나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다. 실제로 Dominc Myers는 "다른 모든 출판사가 하는 것들을 우리도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뻔한 이야기도
Amazon이 한다면 그 무게가 다르다.

'고객에 대해 많이 안다'는 소리에 '그래, 너희는 정말 많이 알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아가, 정말 저들이 어디까지 알고 어디까지 분석하고 있을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Amazon이 어떤 데이터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매출 데이터는 기본일 테고, Kindle ebook 플랫폼을 통해 어디까지 고객의 독서 패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어디까지 그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을지 상상해보면, Amazon이 책 산업에 미칠 영향력이 얼마나 클지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앞서 소개한 Jellybooks 세션에서 발표자 Andrew Rhomberg는 "현재로서는 우리 분석 도구를 Amazon 플랫폼에서는 돌릴 수 없다"면서 "Amazon은 정말 같이 일하기 어려운 회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로서 Amazon은 정보를 나눌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Amazon Publishing의 세션은 금요일 늦은 오후였다. 비즈니스 클럽의 공식일정이 마무리되어 가며 한산해지던 차였는데, Amazon Publishing 팀이 등장하면서 금요일 오후라 한산해지던 비즈니스 클럽에 사람 수도 늘어나고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 어떤 세션보다 가장 다양한 국적의 청중이 모인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발표가 끝나고 질문을 위해 손을 든 청중은 각각 아프리카, 러시아, 두바이에서 온 이들이었다. 모두 공히 Amazon Publishing을 통해 자국의 작품들을 세계 시장에 팔고 싶어 했다. 세션이 끝난 뒤에는 발표자와 명함을 주고받으려는 이들이 길게 줄을 섰다.

 

(미리보기 6화 끝) 

 

* 관련하여 보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2016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리포트를 구매해주세요. 유료 리포트의 목차는 아래와 같으며, 해당 내용은 추후 일부 변경될 수 있습니다. 현재 결제 예약만 하셔도 보실 수 있는, Interim Report로 발행된 상황입니다. Interim Report는 Section 4와 5에 해당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 PUBLY.

 

1. Executive Summary

2. 글로벌 책 산업의 현재

3. 주요 출판업체들의 동향

4. 북페어에서 발견한 현재진행형의 전환 세 가지

5. 케이스 스터디

5-1. 테크 스타트업의 출판 혁신 사례
- Wattpad, '젊은' 스토리텔링 커뮤니티
- Sweek/Mybestseller, 셀프퍼블리싱의 원스톱 솔루션
- Jellybooks, 책 산업의 머니볼

5-2. 전통적인 출판 강자의 혁신 사례
- Wiley, 솔루션 비즈니스로의 중심 이동
- Cengage Learning, 디지털 전환에서 출구를 찾다
- Penguin Random House의 Ebury, 유튜브 스타와의 컬래버레이션

6. 총 19개 세션, 세션별 인사이트 요약

7. 부록: 그밖의 비공식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