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가 mini-CEO? 진짜 창업가로 성장하려면

💡 10분 안에 이런 걸 알려드려요!

  •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창업을 꿈꾸는 분들을 위한 창업 핵심 역량 5가지
  • PO에서 CEO가 되기까지 생생한 경험과 노하우
  • 서비스 기획자/PM/PO 관점에서 살펴보는 좋은 창업자의 조건
  • 지금 당장? 먼 미래? 창업 시기가 고민인 분들을 위한 역량 진단

저자 장한솔

주식회사 보살핌 대표, 스타트업 9년 차 > 프로필 더 보기 

대학생 시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도했던 스타트업 창업은 처참하게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에는 제품 기획,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을 비롯해 제품과 회사를 성장시키는 과정에 필요한 지식·경험·역량이 모두 부족했다. 

* 단기간 동안 제품을 만들고 성과를 측정해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것을 반복하며 시장에서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경영 방법론의 일종이다. 일단 시제품을 제조해서 시장에 내놓고 반응을 살펴 제품을 수정해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출처: ICT 시사상식 2015)

 

게다가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갖춰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고, 고객에 대한 이해 없이 제품을 만들고, 의사결정을 회피하기도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PMF*를 찾지 못했고,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 프로덕트 마켓 핏(Product Market-Fit)은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성장 잠재력 있는 마켓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뜻한다. (출처: Platum)

 

이후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해 6년간 PO/PM 역할로 커리어를 쌓았다. 동료들에게 존중받는 리더로 팀을 이끌고, 사용자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어 회사를 성장시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했다. PO로서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빠르게 실행하면서 제품 개발 노하우를 쌓았다. 

 

또, 창업자 및 대표 등 리더와 가까운 위치에서 일하며 리더의 의사결정이 팀에 미치는 영향, 원활한 협업을 만드는 의사소통 방식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PO/PM으로 일하며 자연스럽게 창업자로서 필요한 역량을 쌓아갈 수 있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나의 경험을 돌아보면서 창업하기 전 제품 관리자(PO)로 일하면서 쌓은 역량이 창업 후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소개하고, 어떤 부분을 미리 준비하면 더 좋았을지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 글에 정리한 경험이 미래에 창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서비스 기획, PO, PM 취업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정보가 되기를 바란다. 

  

창업자에게 꼭 필요한 5가지 역량

이전에 PO/PM으로 일하던 것과 비교하면 창업자로 일하는 건 어떻게 다른가요?

창업을 한 이후에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PO의 역할과 창업자의 역할은 뜯어보면 180도 다르지만, PO로 일하며 쌓은 역량은 창업에 도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PO/PM의 역할이 회사의 성장과 직결되는 제품의 성장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내가 PO로 일해왔던 경험이 창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어떻게 다른지, 창업가가 쌓아야 하는 역량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실행력] 액션의 단위를 잘게 쪼개기

실행력은 말 그대로 실행해내는 능력이다. 환경과 이유를 불문하고 시도해서 성공이든 실패든 그 결과를 확인하는 역량이며, 창업에 필요한 여러 역량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량이다. 리소스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실행력은 자원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몹시 어렵다. 실행보다는 생각하는 게 훨씬 쉽기 때문에 창업자들도 책상에 앉아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상상만으로 만드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반면, 심리적인 장벽이나 구체적인 실행 방법 부재 등 다양한 상황을 이겨낸 실행력을 갖추고 있는 창업자는 목표로 하는 결과를 최대한 빠르게 만들어 가설을 검증한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고객들이 원하는 형태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상 고객들을 바로 인터뷰 하거나 하루 이틀 만에 PoC(Proof of Concept)* 제품을 만들어서 가설 검증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제품, 기술, 정보 시스템 등이 조직의 특수 문제해결을 실현할 수 있다는 증명 과정.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신제품에 대한 사전 검증을 위해 사용된다. (출처: IT 용어사전)

 

만약 상상했던 아이디어를 구현한 제품이나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의 대표나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실제로 아이디어를 구현했을 때 어떠한 결과가 나왔는지, 무엇이 어려웠는지 물어볼 수도 있다.
 

나는 다행히도 PO로 일을 하면서 실행력의 중요성을 체감하기도 하고, 팀과 빠르게 실행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제품을 기획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을 하면서도 전부를 알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에 대해서 스터디하며 고객과 시장을 파악했다.

 

PO라면 시장과 고객의 정보를 다른 동료 누구보다 먼저 알고 있어야 우리 팀의 리소스를 쓸 만큼 가치 있는 일인지 판단할 수 있고, 실행 결과를 바탕으로 팀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뱅크샐러드'에서 일할 때는 하루 만에 고객 가설을 검증해본 경험도 있다. 2021년 1월 1일 신정, 휴일이라서 집에서 쉬고 있던 중 같은 팀 개발자가 슬랙 메시지를 보냈다. 카드사에서 코로나19 국민 지원금을 신청하려면 복잡한데, 이걸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게 도와주면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지원금 신청에 관심 있는 고객의 방문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를 통해 고객들이 다른 자산도 연동할 수 있게 만들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이 가설에 공감하는 디자이너와 함께 간단한 랜딩 페이지를 기획해, 개발자와 바로 다음 날 페이지를 배포하고 고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험했다.

 

결과적으로는 고객이 카드사에서 받은 문자를 통해 지원금을 신청한 경우도 많았고, 지원금을 신청했다고 해서 제품의 재방문율이 높아지거나 다른 지표의 상승으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았다. 만약 가설을 검증하는 데 한 달 넘게 고민하고 준비해서 이런 서비스를 내놓았다면, 투입된 리소스와 기회비용이 너무나 컸을 것이다.

 

현재 창업한 회사에서도 동료들과 일을 하는 와중에도 아이디어가 있거나 가설이 있다면 빠르게 실행하고, 결과를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객 인터뷰도 큰 단위의 인터뷰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기회가 될 때마다 먼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인터뷰에서 물어봐야 될 내용들을 발전시키는 형태로 고객 이해도를 높이려 한다.

 

제품을 구현도 마찬가지로 거창한 계획보다도 3~4일 만에 빠르게 PoC를 구현해 3일~일주일 주기로 가벼운 제품을 개발, 배포하는 방식으로 실행에 힘쓰고 있다.

작은 단위로 빠른 실행을 반복해 실행력 키우기 ⓒUnsplash/Slidebean

이처럼 빠른 실행을 위해서는 실행의 단위를 쪼개는 능력부터 키워야 한다. 한발자국이라도 먼저 발을 떼려면 몸이 가벼운 편이 유리한 것처럼, 제품의 스펙이 작거나 가벼운 계획이어야 빠르게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다시 스타트업의 제품 관리자로 돌아간다면, 그때는 분명 더 작은 시도를 더 많이 실행하면서 실행을 통해 배워가는 경험을 충분히 쌓을 것이다. 

 

당시에는 금융사를 설득해서 제휴하거나, 대기업 협업은 가볍고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고 생각했다. 작은 기업과 먼저 협업해 검증해보거나, 관련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섭외해 계획의 타당성을 빠르게 확인해봤다면 분명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 거라는 아쉬움도 든다.

 

실행도 습관이기 때문에 몸에 체화가 되면, 어렵고 힘든 실행도 일단 저지르고 볼 수 있게 된다. 수많은 시도와 실험이 쌓이면 큰 성과로 이어진다. 실행을 '성과를 만드는 경험'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창업의 경험과 역량을 미리 쌓을 수 있다.

[문제해결] 문제와 솔루션은 뾰족하게 정의하기

문제해결은 창업의 모든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자 결과이다. 창업의 동기 자체도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는 경우가 제일 많기 때문이다. 창업자들은 고객과 시장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발견하고, 그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창업을 결정하는 경우들이 많다. 

 

회사의 비전과 어떤 제품을 만들지는 창업자가 어떤 문제를 정의하고 어떤 해결 방법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렇기에 문제해결 역량은 회사가 정의하는 문제를 확장 및 발전시키고 지속적으로 그 문제를 잘 해결하면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1. 문제해결 역량 첫 번째, 문제 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