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정답은 정성적인 경험 안에 있어요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사용자의 정성적인 경험에서 서비스 개선의 실마리를 찾는 3단계
  • 사용자가 즐거움을 느끼는 경험인 '피크 경험'을 찾아야 하는 이유와 던져봐야 할 질문들
  • 주관적이고, 측정하기 어려워도 사용자의 정성적인 경험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저자 예다은 

당근마켓, 중고거래 & 그로스 PM > 프로필 더 보기

서비스가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서비스도, 사용자도, 문제도, 해결하는 방식도 모두 변할 수 있고, 이들은 모두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서비스는 단순히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가 만족하는 경험을 하도록 추구해야 합니다. 단순히 문제만 해결하는 서비스는 사용자가 어떤 문제를 겪을 때만 찾거나 그 문제를 더 잘 해결해주는 대안으로 쉽게 대체될 수도 있어요. 반면, 사용자가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면, 그 경험은 재방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A 카페를 예시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곳엔 아침마다 습관처럼 들르는 단골손님도 있고, 우연히 처음 들르는 손님도 종종 있습니다. 커피만 사서 빠르게 나가는 손님도 있고, 오래 앉아서 두 잔 이상 커피를 마시다가 돌아가는 손님도 있습니다. 어떤 손님은 들어와서 메뉴판만 보다가 주문은 하지 않고 나가기도 합니다. 

 

언뜻 보기에도 A 카페에 들르는 손님들은 모두 다른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매출이 조금씩 떨어지자 A카페 사장님은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왜 손님이 줄어드는 걸까, 손님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우리 카페는 무엇이 부족한 걸까.

서비스를 만드는 메이커라면 누구나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고, 우리는 각자의 역할에 맞게 익숙한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할 것입니다. 디자이너라면 고객이 움직이는 매장 동선이나 인테리어 개선을 고민할 것이고, 마케터라면 메뉴판 구성을 바꿔보거나 묶음 판매, 쿠폰 등을 통해 판매를 촉진하는 이벤트를 계획할 거예요. 데이터 분석가라면 어떤 고객이 어떤 음료를 자주 주문하는지, 함께 판매가 잘 되는 메뉴 묶음이 무엇인지, 시간대별 판매량이 어떤지 분석할 거예요. 

 

혹시 무언가 빠진 것 같지 않나요? 아직 아무도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통해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는지' 묻지 않았어요. 문제의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깊이 고민하기보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 해결만을 좇게 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에 매몰되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을 깜박 잊게 되는 거죠.

 

정성적인 경험에 집중하면 사용자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흔히 매출이나 사용자 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면, 서비스 공급자의 마인드로 서비스가 흘러가기 쉬워요. 우리가 세운 목표에 매몰되면 사용자가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만족을 느끼는지 고민하는 대신, 우리가 제공해야 하고 성취해야 하는 것들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용자의 정성적인 경험 향상을 목표로 하면 문제의 정의부터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시각과 방식으로 문제와 해결책에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사용자의 경험을 향상시키고 만족시킬 수 있는 모든 것이 해결 방안이 되어서 더 넓은 시야를 갖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예시로 든 A 카페가 매출 증대나 판매 잔 수를 목표로 잡는다면, 커피 맛의 품질 개선이나 묶음 판매 마케팅에만 몰두할 수 있습니다. 방문하는 손님들의 만족도와는 별개로요. 그로 인해 매출이 늘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어요. 

 

반대로 A 카페가 고객이 좋은 경험을 해서 다시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개선해야 할 것들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다양한 시도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시 오는 단골 고객이 늘어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도 성장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요.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측정 기준이 모호하고 정량화가 어려워서 어렵게 느껴집니다. 또한, 사람의 마음은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정성적 데이터로 간주됩니다. 

 

이 아티클은 정성적인 사용자의 경험과 행동을 분석하고, 개선점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당근마켓에서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당근마켓의 사례가 모든 서비스에 만능열쇠가 되진 못 하겠지만,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를 통해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게 만들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정성적인 사용자 경험을 얻는 3가지 방법

정성적인 사용자 경험을 얻는 방법을 크게 3가지가 있죠. 첫 번째 방법은 직접 사용자가 되어 보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사용자 경험을 간접 체험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내가 이미 서비스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고거래 PM인 저의 매너온도*는 61.3도이고, 지금까지 185개의 상품을 판매했는데요. 스스로 사용자가 되는 경험은 다양한 인사이트와 아이디어의 출발점이긴 하지만,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에 있는 내가 모든 사용자를 대변할 만큼 대표성을 갖기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 당근마켓 서비스 사용자로부터 받은 칭찬, 후기, 비매너 평가, 운영자 징계 등을 종합해 만든 매너 지표

 

두 번째 방법은 사용자에게 물어보는 방법이에요. 설문조사를 통해 주관적인 경험을 정량화해 수집할 수도 있고,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 정성적인 경험을 직접 들어볼 수도 있어요. 이 방법은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설문이나 인터뷰에 기꺼이 참여해준 사용자들은 서비스를 잘 사용하거나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편향이 있을 수 있어요. 

 

당근마켓 중고거래팀 역시 설문조사와 인터뷰도 틈틈이 하고 있어요. 특정 기능이나 서비스를 경험해 본 사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거나 핵심 사용자, 인접 사용자의 사용성을 파악하기 위해 해당하는 사용자를 섭외해서 전화 인터뷰로 사용자의 생각을 듣기도 해요. 사용자 인터뷰는 언제나 새로운 깨달음을 주지만, 일반화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성급한 것은 아닐지, 이것만으로는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이때 시도해볼 수 있는 세 번째 방법은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의 경험을 유추하는 것입니다. 설문조사나 사용자 인터뷰의 결과 역시 데이터이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묻는 것과 달리 사용자의 행동을 통해 쌓인 데이터는 소수의 일부 사용자 편향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어요. 내가 직접 사용할 때의 객관성 부재, 설문조사나 인터뷰의 편향 한계를 넘어서 데이터는 조금 더 객관적으로, 정량화된 방식으로 사용자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정량적으로 좋은 지표가 나온다고 해서 사용자가 만족하고 있다고 간주할 수는 없고, 여러 가정과 가설의 검증을 통해 사용자의 목소리를 읽어 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데이터는 누적된 평균값인 경우가 많고 서비스가 나아가야 할 정답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량화된 수치에서 정성적인 경험을 읽어내기 위한 노력도 중요해요.

 

그래서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와 인터뷰는 항상 상호보완적으로 함께 참고합니다. 데이터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현상을 인터뷰를 통해 깨닫기도 하고, 인터뷰를 통해 궁금한 데이터를 추가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인터뷰나 데이터만으로 모든 것을 알아냈다고 이야기하긴 어렵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서비스도, 사용자도, 문제도, 해결방법도 모두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위의 세 가지 방법으로 사용자의 정성적인 사용자 경험을 얻었다고 끝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얻어낸 경험들 중에서 우리가 어떤 경험에 주목하고, 어떻게 그 경험을 강화할 수 있는지를 찾는 일입니다. 당근마켓 중고거래 제품처럼 사용자와 사용자가 만나는 C2C(Customer to Customer) 서비스라서 사용자의 경험이 제품 그 자체라고 할 만큼 중요합니다.

사용자가 만족하는 경험에서 힌트를 얻는 과정 3단계

지금부터는 당근마켓에서 사용자의 정성적인 경험으로부터 서비스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서비스마다 핵심 가치, 주 사용자층, 사용 목적, 빈도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사용자의 정성적인 경험을 정량화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 역시 서비스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잘 모르겠으니까 가능한 많은 지표를 살펴보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고, 그렇게는 사용자가 무엇에 만족감을 느끼는지 더욱 알기 어렵습니다. 

 

지금부터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를 통해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는 경험을 찾고, 무엇을 개선해볼지 알 수 있는 과정을 3가지 단계로 알려드릴게요.

  • 1단계: 사용자 여정을 그려서 사용자 동선 체크하기
  • 2단계: 사용자의 핵심 경험을 넘어 피크 경험 파악
  • 3단계: '재방문' 또는 '핵심 경험 재반복'과 상관관계가 높은 행동 발견

 

1단계: 사용자 여정을 그려서 사용자 동선 체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