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미, '쓰다'에서 '그리다'로
💡 10분 안에 이런 걸 알려드려요!
- 모나미 마케터가 들려주는 모나미 스토어의 성공 방정식
- 제품이 아닌 경험을 파는 모나미 스토어의 공간 제작 실무와
- 매력적인 브랜드 스토어를 만드는 5단계 가이드를 알려드려요!
저자 신동호
모나미 마케팅 팀장 > 프로필 더 보기
펜은 필기하는 도구일까?
펜을 주로 사용하는 학령인구*는 감소 추세다. 202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10년간 190만 명의 학령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 취학 연령인 6세에서 21세 사이의 인구
모나미는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불안에 휩싸였고,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 비즈니스와 연관된 신사업 모델을 구상한다. 모나미도 마찬가지였다. 위기 극복을 위해 모나미는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문구 프랜차이즈 사업, 디지털 프린트 사업, 교육 사업 등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않은 채 경영 트렌드에 휩쓸려 상황에 쫓기듯 기획한 신규 비즈니스는 난항을 겪었다. 모나미 제품을 단순한 필기구로 한정한다면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더욱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보다 확장된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필기구의 역할에 대한 확장된 사고는 무엇일까? 필기구의 본질은 무엇일까? 모나미는 고객이 왜 펜을 사용하는지, 혹시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은 다른 방법으로 펜을 사용하지는 않는지 고민했다.
펜의 주된 역할은 역시 '쓰기'다. 보통 펜으로 글을 쓰니까. 이를 조금 더 넓게 생각해보면, 펜은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다.
우리는 생각을 문자로 표현할 때 당연하게 펜을 사용해왔다. 그림을 그릴 때 당연히 붓을 사용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처럼. 여기서 본질은 글이나 그림을 통해 우리 생각을 '표현'한다는 점이다.
펜은 표현하는 도구다!
펜이 표현하는 도구라면 펜으로 그림 그리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 꼭 글로만 가능한 건 아니니까. 그림을 통해 훨씬 더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필기구였던 펜을 표현하는 도구로 재정의하자, 학령인구 감소가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펜의 다양한 용도를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으로 확대도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그리거나 칠함으로써 제품의 사용률(회전율)을 급격히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생겼다.
경쟁사도 달라졌다. 이제 모나미의 경쟁 상대는 문구회사만이 아니다. 미술은 물론, 취미 관련 카테고리의 브랜드로 확대됐다. 게임 산업이 발달하면서 운동량이 줄어들자 나이키에서 '우리의 경쟁 상대는 아디다스가 아니라 닌텐도'라고 이야기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모나미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보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며 경쟁사부터 마케팅 전략과 컨셉 등을 모두 새롭게 재확립할 수 있었다. 필기구를 표현의 도구로 재정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본질을 이해하고 사용자 입장에서 고민하는 확장된 사고, 즉 디자인 씽킹*이다.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인간 중심 디자인 방법론. 공감을 하고 문제의 맥락에 접근하려는 능력, 예술과 기술을 결합해 통찰을 만들어 내는 창조력, 복잡성을 조화롭게 하는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전환의 힘을 만드는 디자인 씽킹
일을 하다 보면 매번 톡톡 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사람들을 만난다. 이들이 매번 놀랄 만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힘은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몰입에서 나온다. 남들과 달라야만 한다는 단순한 차별화가 아닌, 본질에 대한 진정성 있는 몰입이 있어야 가능한 결과다.
아이디어 뱅크가 되려면 본질을 발견하기 위한 확장된 사고, 즉 디자인 씽킹이 필요하다. 디자인 씽킹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시작된다. 런던의 교통 시스템을 디자인 씽킹의 좋은 사례로 들 수 있다.
런던의 교통 시스템은 운전자가 교통 신호를 지킬 수밖에 없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정지선을 지나치면 앞 좌석에서는 교통 신호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신호를 지키게 된다. 신호등의 위치를 변경하는 것만으로 교통사고 발생율을 줄인 것이다. 인간 중심으로 문제의 맥락에 접근해 해결 방식을 찾아 운전자의 행동을 통제한 사례다.
모나미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해 확장된 사고가 필요했다. 필기구를 단순히 글자를 쓰는 도구로 한정하는 기존의 사고를 확장하지 못했다면, 사용자의 관점에서 필기구의 본질을 꿰뚫지 못했다면, 쓰기의 기능에 국한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 것이다.
펜을 표현하는 도구로, '그리다'의 영역으로 확장하자 새로운 관점에서 모나미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새롭게 도출한 모나미의 이야기를 고객에게 전달할 차례였다. '쓰다'에서 '그리다'로 바뀐 패러다임을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자세히 들려주기 위한 공간이 절실했다. 뻔한 문구점이 아닌, 고객이 펜의 본질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경험의 공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모나미 스토어를 구상했다.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파는 공간
2015년 홍대 1호점을 시작으로, 합정동,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 에버랜드, 부산 롯데백화점, 최근 성수동까지 모나미의 새로운 브랜드 스토리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오픈했다.
모나미 스토어를 구상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파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개인의 개성이 더욱더 다양해지고 그에 대한 요구가 매우 구체적인 초개인화* 시대에 기업은 고객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 개인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맞춤 혜택을 제공하는 것.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마케팅 방법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고객이 모나미를 경험하는 과정이 중요했다. 각 매장에서 매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설문 조사를 통해 진솔한 고객의 소리를 들으려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