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MVP, 그 이후의 이야기

💡 10분 안에 이런 걸 알려드려요!

  • '송곳이냐, 망치냐.' 서비스의 초기 성장 전략을 간파하는 방법
  • MVP를 만든 이후의 방향이 막연한 메이커를 위한 세 가지 질문
  • 챌린저스, 캄, 당근마켓, 카카오톡 등의 MVP·비전 돌아보기

저자 장영운

6년 차 그로스 마케터 > 프로필 더 보기

어느덧 초기 스타트업이 제품을 출시하기에 앞서 MVP*부터 내놓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완성된 제품을 곧바로 출시하지 않고 MVP라는 중간 단계를 거치는 이유는 제품의 시장성과 사업성을 빠르고 저렴하게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MVP를 내놓는다는 것은 사업 아이디어나 가설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 Minimum Viable Product(최소기능제품): 아이디어나 사업 모델을 검증하기 위해 최소한의 기능만 갖춘 상태로 출시하는 미완성의 제품

 

MVP라는 개념은 많은 산업에 적용할 수 있겠지만 소프트웨어 제품에 특히 적합합니다. 일단 제품을 출시한 이후에 부족한 점을 보충하고, 좋은 점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인건비 이외의 추가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 않으니까요. 예컨대 완제품을 생산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고, 한번 판매된 제품을 수정하기 힘든 제품(차량, 선박, 건설 등)에는 MVP를 적용하기 힘들겠지요.

 

여러분이 지금 MVP를 막 출시해서 성장을 꾀하고 있다면 먼저 한고비를 넘긴 팀원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숨을 고르고 시장의 반응을 파악하며 신속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기능을 추가하면서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 나가자고요.

 

그런데 말이죠. 기를 죽이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차가운 통계가 있더군요.

"5년 차 신생기업의 생존율은 31.2%에 불과하다. 새롭게 만들어진 기업 10곳 중 7곳은 5년이 안 돼서 문을 닫는다."

관련 기사: "신생 기업 5년차 생존율 30%뿐…70%는 못 견디고 '폐업'", (파이낸셜뉴스, 2020.12.09.)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만큼 사업 초기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뜻입니다. MVP는 미완성인 게 당연하고, 시장의 반응에 따라 빠르게 기능을 추가해나가면 그만입니다. 고객 인터뷰와 데이터 분석 결과를 참조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제품의 중장기적인 방향과 비전입니다.

 

정답은 없고, 앞길은 불투명하지만 앞선 성공 사례를 살피며 MVP를 성장시키는 두 가지 방향을 알아봅시다. 이 글이 이제 막 MVP를 출시한 팀, 혹은 아직 제품을 출시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아이디어를 머릿속에서 키우고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방향성 없는 제품은 산으로 간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MVP 단계에서는 정교한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불필요할 것 같다고요. 당장 다음 주, 다음 달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니까요. 상세한 로드맵을 그리기는 어렵더라도 대략적인 제품의 방향은 미리 정해야 합니다. MVP 단계에서 제품의 방향성을 잘 선택하지 않으면 두 가지 위험이 따릅니다!

  • 기능의 무한증식(feature creep) 함정: 피쳐 크립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마땅한 단어가 없어서 '기능의 무한증식'이라고 번역해봤습니다. 매 순간의 소비자 피드백이나 당장 중요해 보이는 현안에만 몰두해서 기능을 추가해 나가다 보면, 소비자에게 유의미한 가치를 주지 않는 세부 기능이 늘어나고 유지보수 또한 어려워질 위험이 있습니다.
  • 시간 낭비: 제품의 성장 방향성을 결정하지 못하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초기 제품일수록 시간의 가치는 큽니다. 제품 초기에 낭비한 시간은 팀 입장에서 뼈 아픈 손실이죠.

즉, 제품을 이끄는 명확한 비전 없이 무작정 기능만 늘어날 경우 제품이 산으로 가거나 팀의 리소스가 낭비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위험 때문에 초기의 방향성 설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송곳 같은 제품과 망치 같은 제품이 있다

당신의 MVP가 시장에서 유의미한 반응을 얻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저는 MVP를 발전시켜 나가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걸 '송곳 같은 제품'과 '망치 같은 제품'이라고 불러요. 당신이 꿈꾸는 제품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MVP의 발전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송곳 같은 제품: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의 깊이가 깊어집니다. 송곳이 좁은 영역에 깊은 구멍을 내듯 제품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범위는 확장되지 않지만, 제한된 영역에서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기능들을 추가해 나가는 제품을 말합니다.
     
  • 망치 같은 제품: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망치가 넓은 영역에 고르게 타격을 가하듯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는 고도화되지 않지만, 고객이 가진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능들을 추가해나가는 제품을 말합니다.

*위의 구분은 제가 고안한 표현이기에 다른 콘텐츠에서는 보실 수 없을 거예요. 경영학에서 말하는 수직 확장, 수평 확장과도 비슷한 면이 있으나, 송곳-망치의 개념을 더 깊이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품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쉽고 적합한 비유 정도로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송곳 같은 제품과 망치 같은 제품은 주목하는 대상이 다릅니다. 송곳 같은 제품은 제품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집중합니다. 망치 같은 제품은 제품을 통해 도와주고자 하는 '고객'에 집중합니다.

 

물론 문제와 고객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제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우리의 잠재고객이고, 우리의 잠재고객들이 가진 문제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러나 '문제'와 '고객' 중 무엇에 집중하는지에 따라 초기 제품의 방향성이 달라집니다.

 

가상의 예를 통해 살펴볼게요. 여러분은 학습 앱의 오너입니다. 코로나19로 고등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공부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 사례에서 문제는 '원격 수업으로 인해 낮아진 학업 성취도'이며, 고객은 '고등학생'입니다.

 

만약 여기서 '원격 수업으로 인해 낮아진 학업 성취도'라는 문제에 집중하면 어떻게 될까요? 수업 녹화나 자동 필기를 통해 수업을 도와준다거나, 학습 습관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학습 시간을 측정하고 비교하게 해주는 기능 등을 추가해나갈 수 있겠습니다.

 

차차 원격 수업의 단점을 극복하고 학업 성취도를 높여줄 수 있는 앱이 만들어지겠죠. 제품이 발전할수록 고등학생뿐 아니라 중학생, 대학생, 직장인들을 위한 학습 보조 서비스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만약 반대로 '고등학생'이라는 고객에게 집중하면 어떻게 될까요? 고등학생들이 가지고 있을 여러 문제를 동시에 살펴볼 기회가 있습니다. 시작은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수업 녹화나 자동 필기를 제공할 수 있겠죠. 그 외에 우리의 고객인 고등학생이 겪는 문제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학원 수업에 대한 리뷰 정보를 한데 모아서 보고 싶다거나, 학업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다거나, 어쩌면 고등학생이 할 만한 아르바이트 정보를 얻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제품이 발전할수록 고등학생이라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종합 서비스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 거예요.

 

물론 모든 제품을 두 유형으로 정확히 나눌 수는 없습니다. 마치 모든 사람을 내향형과 외향형으로 양분할 수 없듯이요. '송곳과 망치'의 개념은 제품을 양극단으로 나눠 그 차이를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한 수단입니다.

 

한번 더 정리하겠습니다.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싶으면 송곳 같은 제품, 특정한 고객 유형을 만족시키고 싶다면 망치 같은 제품을 목표로 삼으면 좋습니다.

 

이제 두 가지 분류의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이 개념이 MVP를 성장시키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지 알아봅시다.

송곳같은 제품: 되는시간, 챌린저스, 캄

송곳 같은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제품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비교적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서비스부터 출시된 지 오래되어 크게 성장한 서비스의 순서로 소개할게요.

* 제품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의 범위는 확장되지 않지만, 제한된 영역에서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기능들을 추가해 나가는 제품

 

다음 세 가지의 질문으로 제품을 파악해 봤습니다.*

*공개된 자료를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제 추론을 보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