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UX 라이팅, 이것만은 조심하자

UX 라이팅,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UX 라이팅'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종종 UX 라이팅에 관심 있다는 분들에게 '힙한 카피'를 쓰고 싶다는 말을 듣습니다. UX 라이팅 하면 부드러운 구어체 문장, 위트 있는 CTA(Call to Action)*, 귀여운 릴리스 노트 등 '센스 있는 카피'를 쉽게 떠올리는 것 같아요.

* CTA: 사용자에게 특정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장치

하지만 이런 것들만을 UX 라이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지엽적인 정의입니다. 사용자를 웃음 짓게 하는 한 줄의 힘을 모른 척하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UX 라이팅의 본질은 어떤 센스의 영역이 아닌 전략적이고 정교한 기술적 글쓰기에 가깝습니다.

'User Experience Writing(사용자 경험 글쓰기)'이라는 단어에도 나와 있듯 UX 라이팅은 글을 재료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합니다. 텍스트를 통해 디지털 제품과 사용자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것이죠. UI, 인터랙션, 그래픽 등 UX를 만드는 다른 구성요소와 마찬가지로, 라이팅도 사용자가 제품에 기대하는 행동을 무리 없이 수행하고 이를 통해 제품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UX 라이팅은 카피 자체에서 빛나는 센스를 발휘하기보다는 '다른 UX 구성 요소와 잘 어우러지고 제품의 맥락을 정확히 안내하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UX 라이팅을 잘하면 무엇이 좋을까요?

UX 라이팅은 서비스를 만드는 모두의 일입니다. 생각해보면 사실 UX 라이터라는 직무가 있기 전부터 누구나 글은 쓰고 있었습니다. 기획할 때 서비스의 정책을 어떤 문장으로 녹일지, 디자인하며 화면의 타이틀을 어떤 문구로 넣을지 등을 항상 고민해왔어요.

늘 쓰던 글이지만, 더 명확하고 더 섬세한 글을 쓰면 그러지 못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커머스 앱에서 많이 쓰는 '100% 환불 가능합니다'를 예로 들어볼게요.

🧑‍💻 기획자: 100% 환불 가능합니다.

👩‍💼 디자이너 A: 금액의 100%를 환불해주는 정책이군.

👨🏻‍🔧 개발자 B: 금액을 무조건! 백프로!의 확률로 환불해주는 정책이군.

이렇게 서로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는 거죠. 게다가 해당 문구가 그대로 실제 서비스에 릴리스 되었다고 생각하면 사용자 또한 혼돈을 겪게 되겠죠. 그리고 사용자가 환불 정책이 불명확하게 쓰여 있음에 대해 이슈를 제기한다면 서비스는 문제 상황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잘 쓴 UX 라이팅은 비즈니스를 보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기억해주세요

IT 분야에서 UX 라이팅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UX 라이터를 채용하는 회사도 점점 많아지고 있지요. 하지만 UX 라이터가 있는 조직이라고 해도 제품의 모든 글을 UX 라이터가 직접 다 쓸 수는 없습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라이팅은 제품을 만드는 메이커 모두가 하게 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도 UX 라이터로서 PM/PO, 디자이너 등 다른 메이커분들에게 UX 라이팅에 대해 교육하고, 그들의 라이팅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을 중요하게 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진행하면서 더 잘 쓰려고 하는 것보다 '틀린 글을 쓰지 않는 게' UX 라이팅을 이해하기 쉬운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라이팅할 때의 원리도 비슷하기 때문인데요. 저도 처음부터 잘 쓰려고 의식하는 게 아니라 생각나는 대로 초벌을 쓰고 거슬리는 걸 다듬어가요. 이처럼 여러분도 문장을 쓰고 나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제거할 때 참고할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UX 라이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을 'Don't 리스트'로 정리해보았어요. 일하며 터득한 인사이트를 진득하게 담아냈어요. 여러분이 앞으로 라이팅할 때 이 글을 떠올리며 UX 라이터의 시각으로 문장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 여러 메시지를 담지 마세요

제품에 존재하는 텍스트는 사용자가 읽고 그냥 흘려보내는 글자가 아닌, 특정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사용자에게 행동 유도를 할 때는 한 번에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