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일의 경계를 넘을 수 있을까?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기획자는 제너럴리스트일까? 카카오 콘텐츠 기획자가 말하는 스페셜리스트의 네 가지 무기
  • 누적 50만 뷰, 2000여개의 댓글 중 악플이 0개인 유일무이한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멋있으면 다 언니> 기획 비하인드

[<멋있으면 다 언니> 기획자가 생각하는 스페셜리스트] 시리즈의 콘텐츠입니다 ※

저자 이수현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스토리사업부문 일반도서 팀장 >프로필 더 보기

안녕하세요. 저는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스토리사업부문 일반도서 팀장 이수현입니다. 앞선 글에서는 저의 10년간 커리어를 통해 내 일의 관점을 가지고 '질문하는 콘텐츠 기획자'라는 일의 정체성을 찾아 나간 과정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나만의 관점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 하던 일의 경계를 넘는 사람이 새로운 시대의 스페셜리스트라는 것도요. 

 

그럼에도 '어떻게 나만의 관점을 가지고 일의 경계를 넘으라는 거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거예요. 이번 편에서는 나만의 관점을 가지는 데 유효했던 네 가지, 그리고 그 관점으로 어떻게 <멋있으면 다 언니: 황선우의 스압 인터뷰>(이하 <멋있으면 다 언니>)를 기획하고 일의 경계를 넘을 수 있었는지를 말해보려 합니다. 

  • 이게 진짜 문제의 '본질'일까? 질문하기
  • 새로운 일의 경계를 넘을 때 핵심, '맥락'
  • 맥락에 맞는 '액션 포인트' 정하기
  • 계속 할 수 있는 동력, '회복 탄력성'

모든 분에게 일반화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 네 가지는 우리가 문제를 마주했을 때 나만의 기준점(=관점)을 세우고 돌파할 수 있는 힌트를 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첫 번째 : 이게 진짜 문제의 ‘본질’일까? 질문하기

저는 좋은 질문, 정확한 질문이 인생과 일 모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질문은 우리가 선택한 것을 밀고 나가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는 동시에, 선택 그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언제든 유연하게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점검자의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질문은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도구이기도 하고요.

 

공모전 기획과 소설 <곰탕> 이후에 분야를 넓혀 콘텐츠를 기획하는 시도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파트너사들이 공급하는 콘텐츠를 재가공해서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모바일 플랫폼 시장 진입이 쉽지 않겠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어요. 만약 모바일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독자에게 검증된 주제만 찾는다면, 콘텐츠를 만드는 데 베테랑인 파트너사들이 조금 더 수월하게 콘텐츠를 기획해서 우리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소설이 아닌 분야는 또 다른 스토리텔링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팀에서 꼽은 잘 될 만한 주제로 이야기를 기획할 수 있는 파트너사를 섭외하고 우리는 기획에 깊이 관여해서 콘텐츠를 공동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때 제게 던진 질문은 '어떤 주제의 콘텐츠로 돌파구를 찾을까'였습니다. 그리고 솔루션에 집중했어요.

 

 콘텐츠 기획을 위해 저는 당시 서비스중이던 콘텐츠들의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유저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베스트셀러 책을 꼽고, 그 책들이 다룬 인기 주제를 공통적으로 뽑아보았고요. 말하는 투로 편하게 글을 쓰는 데 거부감이 없되 주제에서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저자를 찾아보자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파트너사 담당자분들은 각 주제의 전문가나 블로그 등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분들을 섭외해주셨습니다.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저만의 관점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데이터 분석과 기획, 그에 맞는 제작 과정을 거쳐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서비스해볼 수 있었습니다. 반려동물 콘텐츠, 건강관리 콘텐츠, 관계와 갈등을 다룬 콘텐츠 등 정말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서비스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독자들의 반응이 거의 없었습니다. 해당 주제에서 인지도 있는 저자, 수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검증된 카테고리의 주제들로 제작했는데도 말이죠. 

©제공: 이수현 / 제작: 퍼블리

우리가 배운 유일한 것은 우리의 방식이 틀렸다는 것뿐이었어요. 과정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도무지 어떤 부분이 틀렸는지 평가를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비슷한 주제를 다룬 콘텐츠의 접근성이 더 좋기 때문인지, 데이터로 뽑은 주제의 트렌드가 지난 건지, 아니면 내용이 그냥 재미가 없었는지… 실패의 결과를 두고 의문만 드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팀에서 긴 이야기가 오고 갔고, 저는 다시 질문했습니다. 

만약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면 애초에 내가 정의한 문제가 잘못된 건 아닐까?

그리고 저는 다시 가장 처음의 'WHY(문제)'로 다시 돌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뼈아픈 실패의 경험을 안고 문제에 다시 집중하니 보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우리의 시도가 무엇이 맞고 틀렸는지를 설명할 수 있으려면 질문과 답 사이에 '가설'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동안은 가설을 세우는 과정 없이 '콘텐츠를 직접 만든다'는 해결책부터 떠올리고 실행했던 것이 패착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존 파트너사들이 콘텐츠를 기획해 온 방식과 유사하게 지금까지 많이 소비된 인기 주제를 다루고, 다만 쓰기 방식을 문어체에서 구어체 중심으로 바꿔 읽는 경험을 편하게 만들어주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제작 방향을 잡았던 것이죠.

 

정확한 질문을 통해 설계된 가설은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인가, 즉 실행(=프로세스)에도 영향을 줍니다. 가설을 잘 세우려면 '기존 방식으로는 팔리지 않는다'는 현상이 왜 발생했는지를 한 번 더 파고들어서 정확한 질문을 다시 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카카오페이지 플랫폼을 이용하는 독자는 무엇을 읽고 싶어 할까?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본질은, 우리는 모바일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독자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콘텐츠를 제안하면 독자가 더 많이 읽을까?'만 생각하고,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친 채 솔루션에만 집중했던 것이죠. 읽는 독자를 생각하고 일해야겠다는 저의 초기 다짐과도 다른 실행들이었습니다. 

 

습관적으로 제공자의 입장에서 콘텐츠를 제안해왔다는 것을 깨달은 후, 저는 위의 질문에 적절한 가설을 세우고, 그에 맞춰 다시 실행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독자의 피드백에서 기획된 콘텐츠를 만들어서 성공 레퍼런스를 파트너사에 보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