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팀장이 되다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개성 강한 MZ세대와 소통하고 싶은 리더라면 주목!
  • 스브스뉴스 <문명특급>을 이끄는 90년대생 팀장 밍키 PD가 말하는 '요즘' 리더십
  • 시행착오 끝에 발견한 성장하는 팀십을 형성하는 3가지 방법

* 본 콘텐츠는 2022년 3월에 발간된 <꿈은 없고요, 그냥 성공하고 싶습니다>의 본문 내용을 퍼블리의 시선으로 발췌해 구성했습니다.

 

요즘에는 '웹 예능', '뉴미디어' 같은 말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내가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뉴미디어를 '진짜' 미디어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나 또한 뉴미디어계의 선봉장이 되겠다는 각오로 이 분야에 들어온 것이 결코 아니다.

 

SBS에서 뉴미디어팀의 인턴을 뽑는다길래 뉴미디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원부터 했다. 뉴미디어건 올드미디어건 영상을 편집하는 일은 다 똑같은 줄 알았다. 나는 그렇게 스브스뉴스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저 영상을 찍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점점 식구들이 늘어나면서 어쩌다 팀장이 됐다. 솔직히 그동안은 외면하고 싶었다. 팀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까지는 나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그 책임감을 인정하기로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와 짧게라도 인연을 맺은 제작진들이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 계속 문명특급에 남아 있지 않더라도 우리를 발판 삼아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게 됐으면 좋겠다. 

 

이런 의지가 새로운 원동력이 됐다. 예전에는 개인의 성취를 위해 일했다면, 이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까지 더 좋은 평가를 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타인을 위해 일하는 지금이 과거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 혼자 살아보려고 일할 때보다 오히려 성취감이 크다. 그렇기에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능력 있는 제작진과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다. 

난 어떤 팀장이고, 어떻게 '팀십'을 만들어야 할까?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떤 팀장이 되어야 하는가'다. 이제 90년대생이 사회에 나왔고, 우리는 어른들이 풀어냈던 방식에 균열을 내야 한다. 드디어 우리 세대의 방식으로 케이팝과 아이돌을 조명할 수 있는 순간이 시작된 것이다. 

 

선배인 팀장들이 나에게 가끔 역으로 고민 상담을 요청할 때가 있다. 90년대생 팀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서 나를 부르는 게 대부분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90년대생은 윗세대보다 이기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열심히 하고, 다른 팀원들은 아직 퇴근하지 못했는데 혼자 칼퇴를 하고, 휴가 때 카톡을 하면 아예 읽씹을 한단다. 프로필에 '카톡X 전화X'라고 써두어서 연락을 하기도 전에 찔리게 만들기도 한다고. 퇴사를 할 거라고 크게 떠들고 다니기도 해서 상처받은 팀장도 봤다.

 

나는 팀장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90년대생이기도 해서 두 입장 모두 공감이 간다. 하지만 변화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팀장 직급이 들으면 속 터지겠지만 이기적으로 퇴근해버리는 팀원이 있어야 칼퇴 문화가 정착한다. 그 팀원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 

  • 오전 시간을 좀 더 타이트하게 활용하거나
  • 불필요한 보고 절차를 생략하거나
  •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했다면 다음 날 늦게 출근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대안이 나올 수 있다.

이런 대안들이 실행되고 효율성이 높아지면 직원들이 일하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고 스트레스를 덜 수 있다. 그러면 회사라는 공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더불어 성과도 올라간다. 그러니까 이기적인 90년대생을 탓하지만 말고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나가는 게 연륜 있는 팀장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가진 이기심을 숨기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나의 이기적인 특성을 스스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았다. 일에 대한 열정을 조금 더 유지할 수 있는 원료로 쓰는 거다.

 

윗세대는 사회생활을 할 때 개인의 이기심은 나쁘고 숨겨야 하는 거라고만 말한다. 하지만 각각의 개인이 가진 이기심을 긍정적으로 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토의도 이루어진다면 좋겠다. 팀원들은 자기가 원하는 목표나 이익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회사나 팀은 그것을 팀원의 성취감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만의 건강한 팀십을 형성하는 3가지 방법

 

1)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하기 

2000년생 조연출이 들어왔다. 만년 막내일 줄 알았던 내가 어느덧 상사가 되었다. 이제 90년대생들은 긴장해야 한다. 꼰대라고 욕할 선배보다 우리를 꼰대라고 욕할 후배들이 많아지고 있으니까.

 

우리는 직장 내 폭언과 갑질에 처음으로 반기를 든 첫 세대다. 하지만 막상 상사가 된 90년대생들이 후배들에게 내리사랑을 보여주는 경우를 많이 봤다. 자신들이 욕하던 상사와 매우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가더라. 물론 나도 포함된다. 앞으로 더 생길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대책을 연구해보기로 했다.

 

나의 경우는 후배들과 대화할 때 쓰기 좋은 마법의 말을 찾았다. "그렇구나"라는 말은 언제 어디라도 굉장히 유용하게 달라붙는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나의 팀장님께 배운 기술이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일화가 있다. 전날 송출된 영상에 출연자의 이름을 잘못 표기하는 바람에 영상을 내렸다가 다시 올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처음 한 실수여서 다음 날 아침이 되었는데도 회사에 가기가 싫었다. 밤잠도 못 자고 온갖 변명을 준비했다. 메모장을 꺼내 다음 날 할 말들을 한 줄 한 줄 써서 수능에 출제되는 지문처럼 달달 외웠다. 그런 다음 출근하자마자 팀장님을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