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요청만 잘해도 추가 업무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일 잘하는 PM이 업무 요청하는 방법
- 같은 일을 두 번 하지 않게 하는 노하우
- 업무 요청하기 전 체크해야 할 키워드
저자 남윤정
6년차 메타버스 콘텐츠 기획자 겸 프로젝트 매니저 > 프로필 더 보기
주니어 기획자로 스타트업 기업에 다니던 시절, 대표님은 내게 이런 조언을 했다.
PM*은 심리상담가나 마찬가지야. 하나의 프로젝트가 완료되기까지 여러 팀, 여러 사람을 거치게 되니까. PM은 업무가 원활하게 흘러가도록 모든 사람의 성격을 적절히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각기 다른 대응 방법을 익혀야 해.
* PM: 이 글에서는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와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 모두를 뜻하는 의미로 쓰였다.
이 말은 내게 가히 충격적이었다. 좋은 PM이 되려면 그토록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역량이 필요하단 말인가? 내가 마법사도 아니고, 모든 사람의 심리나 성격을 고려해 업무를 물 흐르듯 흘러가도록 만드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 김피엠: 지난 미팅에서 각 팀에 요청했던 데모 앱의 플레이 방법이 고객사에서 요청한 것과 다르던데요? 톤 앤 매너도 다르고, 영상 플레이어로 속도를 조절할 수도 없어요.
🦸♀️ 김기획: 아, 속도도 조절해야 해요? 재생, 일시 정지만 가능하면 되는 게 아니었나요?
👩🏻💻 김디쟌: 전달해주신 레퍼런스가 그런 톤 앤 매너이길래 비슷하게 버튼 스케치 잡아서 3D 팀에 전달해드렸는데요?
🤦♀️ 김쓸디: 그 버튼도 우리 팀에서 3D로 만들어야 하는 거였어요? 너무 일이 많은데…
🤷♂️ 김개발: 아, 자동 플레이가 아니라 버튼을 터치해야 플레이되도록 해야 해요?
위의 대화는 내가 실제로 겪은 파국을 간략히 보여준 예시이다. PM이 겪는 업무 요청의 고충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동일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도 개인 간·팀 간 업무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는 점이다. 실무자의 성향이나 팀 특성에 따라 업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개인 혹은 팀 우선주의가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뿐인가, 대한민국의 직장인이라면 으레 고통받는 '간접 화행' 또한 PM에게는 메인 빌런이다. 아시아 국가들 특유의 '상대방의 체면 살리기' 혹은 '지나친 존대어' 등에서 발생하는 의사소통 오류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분명 한글로 쓰여있고, 굉장히 정중하지만, 정확히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그럴 때면 이 실무의 전장에서 적어도 나는 누군가에게 빌런이 되지 말자고 다짐하게 된다.
간접 화행을 피하여 업무 요청을 하고, 업무 요청을 받은 상대방이 성실히 임했음에도 내가 의도한 결과물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이유는 단 하나다. 업무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무 요청 또한 의사소통의 일부이고, 그 핵심은 '정보 전달'이다.
전달자가 아무리 정갈한 문장력과 논지를 갖추고 있다 해도 그 정보를 받는 사람이 잘못 받아들이거나 놓치면 이는 파국의 씨앗이 된다. 결국, 어떤 업무를 정확히 전달하는 자체도 중요하지만, 업무를 요청받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전달 방식을 달리하는 일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모든 업무 요청 상황을 개인화할 수는 없지만, 간단한 규칙성을 지닌 카테고리로 묶기 시작했다. 카테고리에 따라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키워드들을 모니터 아래에 붙여 두고 업무 요청할 때마다 참고했다. 작은 조직에서도 이 방식은 탁월했고, 이후 조금 더 큰 규모의 기업에서 빛을 발했다.
이 글에서는 아래의 카테고리별로 업무 요청 시 조금 더 고려해야 할 간단한 키워드들을 소개하고 실용 예시를 공유하고자 한다.
- 모든 업무 요청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꼭 갖춰야 할 4원칙
- 요청 상대에 따른 키워드
- 요청하는 업무의 종류에 따른 키워드
업무 요청시 공통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4원칙
- 업무 공유 툴 쓰기
- 요청하는 업무의 기한 표시하기
- 업무를 요청받은 사람이 해야 하는 구체적 행위 명시
- 결과물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명시
(1) 업무 요청 내용을 관련자가 확인할 수 있는 공유·체계화하는 툴을 쓸 것
이 원칙은 사실 효율적인 업무 요청뿐 아니라 행복한 정시 퇴근을 위한 기본 조건이다. 먼저 PM이 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유관 팀들에게 여러 업무 요청을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업무 요청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고, 어떤 업무는 다른 팀의 업무 진행 상황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디자인 팀이 확정안을 넘겨주지 않으면 설치 팀은 포스터를 인쇄하지 못한다.
PM인 나는 물론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이 진행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하지만, 어느 팀이 무엇을 했고, 다른 팀은 어떤 걸 해야 할 차례인지 일일이 체크하며 한사람, 한사람에게 업무를 요청하다가는 정시 퇴근은 불가능해진다.
관련자들이 언제 어디서건 전체 프로젝트의 맥락과 진척상황을 확인할 수 있고, 자신이 요청받은 업무를 자발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전체 실무자의 피로도를 낮추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