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샷만 찍는다고 ‘영감’이 될까?
💡10분 안에 이런 걸 알려드려요
- 공간에 숨은 기획 의도를 살피며 영감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법
- 나만의 인사이트를 만드는 기획자의 레퍼런스 기록법
- 수확한 영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정보 서치 꿀팁
저자 안명온
(전) 브랜드 기획자, (현) 에디터, 뉴스레터 <서울라이터> 공간 소개 코너 필진 >프로필 더보기
인스타그램 속 공간의 멋진 사진만 보고 방문했다가 크게 실망하신 적 있나요?
인증샷은 찍었는데, 기대보다 못한 프레임 밖 모습에 실망하거나 공간에서 좋았던 점이 특별히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발 빠르게 새로운 공간을 소개하는 SNS 콘텐츠나 어느 마케터의 기록을 보고 따라갔지만, 내 눈에는 어떤 게 잘한 포인트인지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요.
어떻게 하면 같은 공간도 다르게 볼 수 있을까요? 인증샷의 프레임 안에서만 좋아 보이는 공간이 아니라 나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 나만의 눈과 손끝으로 관찰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되려면 약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번 아티클에서 공간 속 숨은 기획 의도를 파악하고, 나만의 관점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을 공유해보려 해요. 사실 제가 공간에서 영감을 줍고 기록하기 시작한 건 '질투' 때문이었어요. 기획 잘하는 사람들이 만든 결과물을 보면 질투가 났거든요.
일 잘하는 기획자는 공간과 경험을 어떻게 기획하는지 궁금했고, 잘 만든 공간을 살펴보면 저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연스럽게 카페를 가더라도 음료 쿠폰의 스탬프는 어떤 디자인인지, 자리는 어떻게 배치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죠. 스치는 모든 것이 영감이자,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고 믿으며 모든 감각을 제 것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공간에서 발견한 영감이 그냥 흘러가 버리지 않도록 기록으로 붙잡는 일이었어요. 사진을 열심히 찍어와도 인스타그램에 잘 나온 사진만 올리고 삭제해버리니, 기억에 남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공간의 조각들을 스크랩북처럼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영감을 기록하는 방법은 국내 문구 브랜드, 소소문구의 <아임 디깅: 관심을 관점으로 키우는 기록>이라는 전시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소소문구가 디깅노트라는 제품을 론칭하며 진행한 전시였는데요.
마케터, 섬유 디자이너 등 무언가를 진하게 좋아하거나 자기만의 관점을 꾸준히 써 내려가는 17명의 사람이 100일 동안 노트를 사용한 후, 그들이 채운 노트를 관람하는 전시였어요. 그곳에서 노트를 한 장씩 넘겨보며 깨달은 점이 있었습니다.
💡: 좋은 아이디어나 인사이트는 갑자기 번뜩이며 찾아오는 게 아니구나. 생각과 기록의 축적에서 나온다!
내 주변에 널려 있는 것들, 내가 눈으로 담는 모든 것들 가운데 좋은 걸 알아보고 수집해서, 어떤 점이 왜 좋았는지 나만의 생각을 덧붙이는 것. 이걸 지속하는 일이 출발임을 깨달은 거예요. 그렇게 저만의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혼자 하던 기록에 꾸준함을 더하려고 시작한 밑미의 영감 수집 리추얼로 기록에 재미도 붙였어요.
제가 노트에 모은 300여 개의 조각 중 3분의 1이 '공간'에서 얻은 조각인데요. 공간을 많이 둘러볼수록 눈에 들어오는 요소들이 늘어났고, 아주 작은 것도 더는 사소하지 않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지금부터 제가 공간에서 어떻게 영감을 발견하고 기록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공간을 둘러보는 태도와 관점을 키운다는 마음으로, 공간을 구경하듯 읽어주세요! 그럼 우리 같이 구경해볼까요?
공간에서 얻은 영감, 어떻게 기록할까?
공간에서 영감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먼저 탑재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공간을 경험하고 기록할 때, 이 3가지 포인트를 꼭 생각해보시면 좋겠어요.
- 나한테 어떤 점이 좋았나? 왜 좋았나?
- 브랜드의 가치나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나?
- 고객 경험을 어떻게 설계했나?
1) 나한테 어떤 점이 좋았나? 왜 좋았나?
예전에는 마냥 '좋다'고만 느끼셨다면, 이제는 '왜 좋았는지' 이유를 정리해보세요. 이 과정이 나의 취향과 관심 영역에 대한 고찰로 이어지고, 공간을 바라보는 본인만의 관점 형성으로 이어질 거예요.
2) 브랜드의 가치나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나?
브랜드는 온라인에서 전할 수 없는 감각을 오프라인에서 전달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물성이 있는 제품, 사람이 주는 서비스, 공간을 둘러싼 시각, 촉각, 후각 등의 감각을 통해 입체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유리하죠.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와 메시지를 각인시킬 수 있도록 공간 곳곳에 장치를 심어두는데요. 이렇게 브랜드가 심어둔 조각들을 발견하는 과정만 충분히 경험해도 해당 공간을 단순한 핫플이 아닌 영감의 공간으로 승화시킬 수 있습니다.
3) 고객 경험을 어떻게 설계했나?
공간 경험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뜯어 보는 이유는 미래에 어떤 공간을 설계하거나, 전시를 기획하고 프로모션 행사를 준비할 때 '나라면 어떻게 구상할까?'라고 상상하기 위해서예요. 공간을 채우는 연습과도 같죠.
인테리어나 플레이팅뿐만 아니라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포인트,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심어 놓은 단서들을 찾아보는 거예요.
이 3가지 관점을 중심으로 발견한 영감을 저는 손으로 직접 기록합니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생산성 툴이나 SNS에 정리하는 것도 좋지만, 손을 움직여 노트에 적는 행위가 타이핑하는 것보다 오래 기억할 수 있어요. 실제로 손을 움직이는 행위가 뇌 활성화를 촉진한다고 합니다.*
* 관련 기사: 타이핑보다 강한 손글씨… 학습 효과 실험해보니 (SBS, 2019.12.28)
그럼 3가지 관점을 바탕으로 발견한 영감을 어떻게 손으로 기록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볼게요!
[기록법1] 공간의 조각 스크랩하기
첫 번째 방법은 공간의 조각을 스크랩하는 것입니다. 공간에서 우리는 어떤 조각을 얻을 수 있을까요?
공간의 조각은 브랜드가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와 정보를 담습니다. 스티커, 팸플릿, 입장권, 영수증, 명함 등 다양하게 존재해요. 우리가 그냥 지나치거나 신경 쓰지 않을 뿐이죠. 이런 모든 조각에 공간을 만든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들어간 만큼 소중히 다뤄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