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커머스란 '콘텐츠로 제안하는 이커머스'다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국내 최초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기획자가 말하는 미디어커머스 전략
  • 저자의 실전 사례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콘텐츠와 이커머스를 결합하는 방법
  • 누적 조회 수 500만 화제의 콘텐츠, 무신사 '이 옷 활용법'의 기획 배경부터 콘텐츠 제작 과정까지

※ 본 콘텐츠는 2021년 11월에 발간된 <미디어커머스 어떻게 할 것인가>의 본문 내용을 퍼블리의 시선으로 발췌해 구성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소매유통업은 '욕심을 공략하는 시장'이다. 여기서 욕심은 무언가 소비하고 소유하려는 생각과 의지다. 소매유통업에서 공급자들이 하는 모든 행위는 수요자들의 마음에 욕심을 심는 일이다. 기술 개발, 영업, 마케팅, 브랜딩 등 공급자들이 에너지를 들여 하는 모든 행동의 귀로는 그 방향이다. 

 

그리고 그 길목의 정점이 미디어커머스다. 소매유통업은 이커머스, 특히 모바일커머스 시대를 맞으면서 본연의 목적을 수행하는 데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 과거에는 상품과 영업의 접점은 매장이었고, 콘텐츠와 마케팅의 접점은 미디어였다. 매장과 미디어는 매끄럽게 나뉘어 있었다.
  • 그런데 이커머스와 모바일의 세상이 오자 경계가 무너졌다. 스마트폰 하나로 상품과 콘텐츠, 영업과 마케팅 모두 사람 손바닥 안에서 하나의 기기에 뭉뚱그려졌다. 즉, 소통의 수단과 유통의 수단이 합쳐졌다.

이로 인해 유통에서 모바일 미디어는 가장 중요한 접점이 되었고, 콘텐츠는 상품만큼이나 필수적인 경쟁 요소가 되었다. 이게 곧 미디어커머스의 탄생 배경이자 미디어커머스가 소매유통업에서 핵심 역량이 된 이유다.

 

이쯤에서 미디어커머스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 나는 미디어커머스를 이렇게 정의한다.

콘텐츠를 활용해 고객에게 '큐레이션'하는 이커머스 유통 방식

여기서 '큐레이션한다'라는 의미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이커머스의 두 가지 쇼핑 유형을 살펴봐야 한다.

 

쇼핑의 두 가지 유형 살펴보기

1) 목적형 쇼핑

목적형 쇼핑은 결핍(needs)이 이끄는 쇼핑으로, 물리적 결핍과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구매 행위다. 물이나 쌀 같은 생필품 구매가 대표적이다. 목적이 분명하므로 사려는 상품도 분명하다. 집에 먹을 쌀이 떨어졌는데, 쌀과 하이힐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처럼 결핍은 대개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2) 발견형 쇼핑

반면에 발견형 쇼핑은 욕망(wants)이 이끄는 쇼핑으로, 물리적 결핍이 아니라 심리적 욕망을 해소하려는 구매 행위다.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욕망과 취향을 채우기 위해 상품을 소유하고 경험을 누린다. 


대개 이 과정은 외부나 타인으로부터 받은 자극으로 시작된다. 즉, 뭔가를 '발견'함으로써 욕망이 생긴다. 그리고 그 욕망을 해소하기 위한 쇼핑의 여정 역시 발견과 탐험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에서 연예인이 올린 예쁜 옷과 가방을 우연히든 자기 의지로든 발견할 때, 그때부터 욕망이 생기고 그 욕망을 해소할 대상을 발견해 소비하려는 탐험이 시작된다.

쇼핑의 두 가지 유형. 결핍에 따른 '목적형 쇼핑'과 욕망에 따른 '발견형 쇼핑'이 있다.

두 쇼핑 유형을 구분하는 기준은 품목이 아니라 '소비자의 정황'이다. 추운 겨울 방한복이 없어서 패딩을 구매한다면 이는 목적형 쇼핑이다. 반면, 옷장에 롱패딩이 서른 벌 있지만 인스타그램에서 연예인과 옷 잘 입는 사람들이 숏패딩 입은 모습 보니 멋져서 여러 쇼핑몰을 헤맨다면 이는 발견형 쇼핑이다. 사려는 품목이 같아도 쇼핑의 유형은 다를 수 있다.

 

물론 이 기준에도 모호한 부분이 있다. 사람의 마음에서 결핍과 욕망은 이성과 감성만큼이나 구분하기 쉽지 않다. 감성이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성을 끌어들이듯, 욕망도 그렇다. 욕망은 경제적 적절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때, 결핍을 끌어들인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대한민국 한 중년 남성의 쇼핑 과정을 예시로 살펴보자. 이 남성은 건강관리를 위해 자전거를 구매하려 한다. 이는 취향과 욕망이 아니라 내 삶과 가족의 안녕을 위해 꼭 필요한 소비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다 보면 안전 장비가 필요하다. 장시간 타기 위해서 편의 장비도 필수다. 그중에서도 자전거가 제일 중요할 것이다. 

  • 기왕 건강을 위한 도전이니 과감히 MTB(산악용 자전거)를 선택한다.
  • 본체도 일반 알루미늄보다는 카본 소재가 좋겠다.
  • 브레이크도 일반형보다는 디스크 브레이크로 해야겠다.
  • 운동 패턴도 분석하고 사고도 대비할 겸 자전거 블랙박스용으로 고프로 최고급 사양을 고른다.

자전거 입문자이니 처음에는 단출하게 시작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건 단기적 시각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중복 투자도 피하고, 꾸준한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오히려 이러한 선택이 더 합리적이다. 그 결과, 대략 1,150만 원의 견적이 나왔다. 

 

위 예시를 보면 결핍에서 욕망으로 넘어가는 지점이 정확히 어디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위 예시와 같은 중년 부부라면 다수의 아내분들은 기특하다는 응원에서 시작하지만 다 듣고 나서는 시끄럽다고 마무리할 것이다.

 

쇼핑 유형에 따라 나뉘는 큐레이션 핵심 전략

목적형 쇼핑에서는 결핍과 니즈가 명확하므로, 쇼핑의 목적과 대상 역시 대체로 뚜렷하다. 그래서 이커머스 플랫폼이 목적형 쇼핑으로 큐레이션할 때는 '기능'을 중심으로 한다. 따라서 기계적 성능의 완성도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 소비자가 큐레이션을 받고자 하는 범위가 제한적이고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집에 생수가 떨어진 고객이 생수를 검색하면 용량별, 가격별, 브랜드별로 검색 결과를 정확히 보여주는 게 우선이다. 괜히 '사람이 어떻게 물만 먹고 사느냐, 와인 한번 드셔보시라' 하고 권하면 역효과다.

 

반면에 발견형 쇼핑에서는 고객이 구매의 대상이 뚜렷하지 않거나, 구매 동기조차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쇼핑을 시작할 때가 많다. 물론 어디선가 이미 욕망을 자극받은 채 그 욕망을 충족할 특정 상품을 이미 정하고, 상품 판매처와 최저가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이 경우엔 본질은 발견형 쇼핑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행동 패턴은 목적형 쇼핑 과정과 유사하다. 이미 욕망이 결핍으로 전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 단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제안(큐레이션) 받느냐에 따라 최종 구매가 바뀔 수 있다. 더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이번 시즌 신상품의 옷을 찾아 여러 쇼핑몰을 둘러본다면 이는 욕망 해소를 위한 쇼핑이다. 능동적인 발견의 과정이다. 

 

수동적인 발견의 과정도 있다. 구매 동기가 전혀 없었는데 우연히 강력한 욕망의 자극이나 제안을 만나면 고객 스스로 소비 이유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때는 기계적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주기보다는 욕망을 자극하고 이 욕망이 마치 결핍처럼 느껴지도록 설득하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게 바로 발견형 쇼핑에서 큐레이션의 역할과 가치다.

 

이렇듯 두 유형의 쇼핑에서 큐레이션의 핵심이 다르다. 

  • 목적형 쇼핑의 큐레이션은 기능 중심이어야 하고,
  • 발견형 쇼핑의 큐레이션은 콘텐츠 중심이어야 한다.
목적형 쇼핑의 큐레이션은 기능 중심, 발견형 쇼핑의 큐레이션은 콘텐츠 중심으로 제안한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개인화 알고리즘이 이커머스 운영 방식에도 도입되고 있다. 시스템이 소비자 개개인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쌓고 분석해 무엇을 보여줘야 구매로 전환되는지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품 전시를 자동으로 운영한다. 

 

이 기술은 목적형 쇼핑일 때 더 용이하며, 구매 전환율도 높다. 소비자는 결핍이 이끄는 쇼핑에서 더 많은 정보를 플랫폼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1.5리터짜리 생수 10개 묶음의 제주 삼다수를 구매하는 소비자라면 쇼핑몰에 접속하자마자 해당 상품을 검색하거나 이전 구매 내역에서 해당 상품을 클릭해 결제 버튼을 누를 것이다. 

 

그러므로 시스템은 이 행위를 소비자의 분명한 의사로 이해한다. 개인화 상품 추천 알고리즘은 이런 행동 패턴을 학습해 그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구매할 시기에 다시 플랫폼에 방문하면 검색하기도 전에 해당 상품을 먼저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욕망을 채우려는 소비는 고객에게 상품을 보여준다고 끝이 아니다.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이러한 콘텐츠를 자동으로 만드는 기술은 아직 미흡하다. 개인화 알고리즘은 콘텐츠를 보다 적절히 실어 나르고 보여주는 큐레이션의 '이동 수단'이다. 따라서 쇼핑 과정에서 욕망을 자극하거나 충족시키는 큐레이션의 핵심은 기능보다는 콘텐츠다.

 

정리하면, 콘텐츠를 활용해 큐레이션하는 미디어커머스는 발견형 쇼핑에 보다 적합하다. 이 지점을 잘 공략한다면 앞서 예를 든 중년 남성의 자전거 소비 사례처럼 발견형 쇼핑일지라도 소비자가 알아서 목적형 쇼핑으로 잘 치환할 것이다.

이커머스의 큐레이션 방식, 신뢰 2.0

그럼 본격적으로 '큐레이션'이라는 행위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알아보자. 아래의 '이커머스 밸류 서클' 그림을 보면 구색(상품), 가격, 배송 사이에 한 가지 층이 더 있다. 바로 '신뢰 2.0'이다. 그럼 신뢰 1.0과의 차이점을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