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상품과 브랜드에는 시대의 모습과 사회적 욕망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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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리오, 미원, 다시다 등 국내 대표 히트 상품의 탄생기
  • 결국 사랑받게 되는 상품과 브랜드의 공통점을 알아봅니다.

*지금 보고 계신 콘텐츠는 2021년 9월에 발간된 <히트의 탄생>의 본문 내용을 발췌해 구성했습니다. 

 

[콘텐츠 발행일: 2021.12.27]

 

수많은 상품과 브랜드로 둘러싸여 있는 요즘이다. 그중에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취향과 스타일, 관심사는 물론 경제 상황이나 특정 사회 이슈에 대한 태도 등 그 사람의 거의 모든 것이 드러난다. 가벼운 선택이었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사용하는 모든 상품과 브랜드는 나의 생활모습과 사고방식을 반영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그 상품과 브랜드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바탕으로 나를 이해하고 때로는 규정한다.  

 

개인에게 통용되는 이 원칙은 사회적·시대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 어떤 제품이 새로 만들어지고, 어떤 서비스와 상품이 인기를 얻는지, 어떤 브랜드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지 등을 보면 당시 경제상황이나 산업기술의 발전 정도, 시장경제의 성숙도는 물론 사회적 소비 취향이나 생활방식 등 사회·경제·문화·정치에 걸친 우리 일상 모습 전부를 찾아볼 수 있게 된다.  

 

경제사 관점으로 세계사를 돌아보면 근대화와 함께 산업기술의 발전, 경제규모 확대와 소비 수준 향상에 따라 다양한 제품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게 된다. 

 

그중에 큰 관심과 인기를 얻는 히트 상품이 만들어지고, 다시 그중 일부는 시대를 넘어서는 장수 브랜드의 반열에 오른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손자와 손녀로 이어지며 세대를 관통하는 장수 브랜드에는 살아온 만큼의 사회적 모습들이 응축되어 담겨 있다. 히트 상품의 역사와 브랜드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것만으로 우리 생활문화사가 쓰일 수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 역시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나름의 히트 상품과 브랜드를 배출해왔다. 더군다나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규모의 경제대국이자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올라 있다.  

 

그동안 우리 근대화 역사가 서양의 산업기술, 상품 등을 통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 그들의 생활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거꾸로 우리의 생활모습과 가치관, 사고방식 등이 투영된 상품과 브랜드가 세계 시장으로 들어가 그들의 삶과 생활 모습을 바꾸어 놓는 사례들도 어느덧 많이 존재한다.  

 

히트 상품의 브랜드 분석이 필요한 이유

 

제품은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브랜드는 욕망까지 담고 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마케팅을 통해 차별적 상품으로 포장되고, 브랜드를 입으면서 누군가를 표현하는 상징이 되기도 하고 기능과 관계없이 애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기술의 발전, 경제의 성장은 사회적 취향을 다양하게 만들고 소비자들의 요구를 까다롭게 만든다. 이에 맞춰 제품은 계속해서 바뀌고 발전한다.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들 대부분이 그렇게 어느 순간 옛 모습은 사라지고 때로는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뒤바뀌기도 하지만, 브랜드 속에 그 DNA를 남겨 세대를 만들고 그 종을 보존하며 진화한다. 제품의 생애는 유한하지만 브랜드는 불사의 생명을 가질 수 있다.

 

그렇기에 산업화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적 욕구로 태어난 제품들 중 다양한 시련과 경쟁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제품만을 살펴보자면, 제품보다는 브랜드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기업사나 기술사 등 공급적 관점이 아니라 실제 물건을 사고 사용하는 소비자의 시각으로 사회 모습을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업사에서 시작하는 브랜드 읽기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기업 활동의 산물이다. 브랜드를 살피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해당 브랜드를 가진 기업사에서 시작해야 했다. 

 

우리나라는 19세기 후반 개항과 함께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긴다. 봉건사회를 개혁하는 새로운 제도들이 도입되었고, 선교사들이 들어와 선교 활동과 함께 병원, 학교 등을 설립했다. 이들에 의해 다양한 신식 제품들이 선보이기 시작했고, 이어 일본과 중국 상인들은 조선 전역을 돌면서 다양한 상품을 거래하며 상업 활동을 시작했다. 조선인으로서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하고 신기한 서구 문물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던 시기였다.

 

일제 강점기 시기에 일본 기업들도 우리나라에 지점 혹은 지사를 설립하며 상업 활동을 시작한다. 소수였지만 일제에 맞서 조선인이 운영하는 상점이나 기업들도 생겨난다. 이 중에 아직 남아 있는 기업은 순수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기업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1960년대 후반을 지나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은 비약적 발전기를 맞이한다. 오랜 역사를 지닌 장수 브랜드 중 대부분이 이 시기에 태어난다. 식음료와 생활용품이 중심인 것도 특징이다. 우선 사람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소비재, 생활용품, 의약품, 식음료 중심으로 먼저 발전하게 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산업과 경제뿐 아니라 브랜드 관점으로도 여러 가지 기틀이 잡히는 중요한 시기였다. 앞으로 살펴볼, 지금까지 사랑받는 수많은 장수 브랜드들이 대부분 1960~70년대 생들이다.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브랜드들도 많지만, 아직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은 관계로 장수 브랜드라 일컫기에는 조금 부담이 있다. 아마 100년이 흐른 뒤 대한민국 브랜드 200년사를 누군가 정리한다면 1980~90년대에 탄생한 수많은 브랜드가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화장품에서 시작된 치약의 역사 럭키치약

LG그룹을 탄생시킨 주인공, 럭키크림과 럭키치약

 

1950년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콜게이트'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은 치약이라는 신문물을 접했다. 하지만 워낙에 비싼 제품인지라 일부 부유층이나 사용했을 뿐, 대부분은 여전히 소금을 으깨 손가락으로 쓱쓱 닦아내는 것으로 양치를 대신하는 형편이었다. 이 찝찔한 소금 양치질로부터 우리를 구원해준 주인공이 '럭키치약'으로, 1954년 '락희화학'에서 만든 최초의 국산 치약이다. 

럭키치약 광고가 들어간 봉투. 소금 양치에서 서민들을 구원한 주인공인 럭키치약은 1954년 락희화학에서 만든 최초의 국산 치약이다. 오늘날 LG그룹을 있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