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퍼블리, 그리고 맨체스터 시티?

온보딩 필독서 [규칙 없음]을 입사 5개월 만에 읽었다. 입사 전부터 퍼블리 관련 글을 찾아보며, 특별하면서도 이상적인 문화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실제로 이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너무나도 경험해보고 싶었다.

 

다행히 인턴 생활을 거치며 이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어느새 얼라인이 되어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얼라인 과정에서 정말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항상 그 이유가 궁금했다. 왠지 모르게 익숙했고, 자연스러웠다.

 

그렇기에 규칙없음을 통해 이런 문화가 탄생한 히스토리, 그 안에서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알게 되면 왜 나와 잘 맞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그 이유를 알았다. 이를 2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인재밀도 = 최고의 선수

넷플릭스, 그리고 퍼블리는 인재밀도를 중요시한다. 

일반적인 회사들이 규정과 통제 절차를 마련하는 이유는, 일 처리가 미숙하고 프로답지 못하거나 무책임한 직원들을 다루기 위해서다. 애초에 이런 사람들을 채용하지 않거나 내보낸다면 그런 규정은 필요가 없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인재들로 조직을 꾸리면 거추장스러운 통제 장치가 필요 없어진다. 인재 밀도가 높을수록 직원들에게 허용되는 자유는 커진다.

높은 능력을 가지고, 팀원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본인을 팀의 일부로 여기는 "비범한" 인재를 데려와 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한다. 이는 솔직한 문화를 조성하고, 통제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하는 아주 중요한 기반이 된다.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을 거쳐 맨체스터시티 감독을 맡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도 같은 방식으로 팀을 이끈다. 그는 스페인의 라리가, 독일의 분데스리가,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리그 혹은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을 영입한다. 단순히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 높은 개인 능력을 바탕으로 펩 자신의 전술을 이해하며 팀에 대한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본인을 팀의 일부로 생각하는 "비범한" 선수들을 영입하고,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가차 없이 내보낸다.

 

뜬금 없이 무슨 축구 얘기냐고 할 수도 있지만, 축구와 비즈니스는 상당한 유사성을 갖고 있다. (축구를 비즈니스 그 자체로 보는 사람도 있다) 축구는 자신들의 자원을 활용해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룰과 경기장 안에서 상대를 이겨야 하며, 단 한 경기가 아닌 시즌 / 대회 전체를 이겨야 챔피언이 된다.

 

경쟁사들과 끊임 없이 경쟁하며 살아남아야, 성장해야 하는 비즈니스 특히 스타트업과 유사하지 않은가? 구단주가 감독을 신뢰하고 지원한다는 가정 하에, 감독이 곧 팀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CEO다. 

 

2. 맥락으로 리드, 자율성 = 훈련을 통한 맥락 공유, 프리롤 부여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감독은 매우 많다. 그치만 수 많은 감독 중에 펩을 떠올린 이유는 따로 있다. 넷플릭스는 팀을 맥락으로 이끌기 위해 인재 밀도를 높이고,혁신을 목표로 삼으며, 북극성에 맞춰 조율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목표는 동일하게, 실행은 자율적으로

펩도 넷플릭스와 퍼블리처럼 팀을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이끈다. 펩의 전술은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승리 & 우승이라는 북극성을 달성하기 위해 그 어떤 상대를 만나도 이길 수 있는 전략을 고안한 것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는 선수들이 전술을 온전히 소화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팀의 목표와 정신을 공유한다. 이를 이해하고, 훈련을 잘 소화한, 이른바 '온보딩'을 잘 마친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 받는다.

 

넷플릭스가 직원들의 안전, 성 문제, 금융 등 안전과 오류 예방이 우선되는 분야를 제외하고는 상당한 자율성을 부여하듯, 실수가 곧 실점으로 직결되는 수비 포지션을 제외한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은 경기장 내에서 쉴 새 없이 서로 위치를 바꾼다. 서로를 믿고, 승리의 선행 지표인 골을 만들기 위해 매 공격 순간마다 다양한 방법을 자유롭게 시도한다.

 

세계적인 선수인 리오넬 메시를 제로톱 (정식 스트라이커가 아닌 선수를 최전방 공격수에 배치하는 전술)으로 활용하며 엄청난 성과를 거둔 감독도 바로 펩 과르디올라다.

 

결론

사업도, 축구도 결국 팀 구성원이 다 함께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펩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동경하던 나로서는 이와 유사한 넷플릭스, 퍼블리의 "규칙 없는" 문화를 받아들이기가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펩은 이런 문화를 바탕으로 유럽 축구 4대 리그 중, 그가 몸 담은 3대 리그를 모두 제패하였으며, 트레블 (한 시즌에 리그 & 자국 컵 & 유럽 대회 동시 우승)까지 경험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영상 콘텐츠 시장의 리더가 되었다. 퍼블리라고 못 할게 있는가? 팀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높은 인재 밀도 & 솔직함 & 통제 제거]의 문화를 유지한다면, 다 함께 유니콘을 향해 달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