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경영노트> 독후감 - CEO Assistant 이현지
또다른 온보딩 도서인 <규칙없음>과 비교하면 <자기경영노트>는 조금 더 딱딱한 개론서 느낌이다. 아무래도 초판의 저술 동기가 고위경영자의 목표 달성을 유도하는 데 있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고 예상해 본다. 그래도 최대한 인턴인 내 입장에 대입해가며 책을 훑어보았다.
1. 지식노동자의 가치: 목표와 성취
저술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경영도서 중에서도 거의 고전에 가까운 이 책과 최신판 <규칙없음>은 모두 '(일을) 잘하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출신 배경이나 인맥보다 개인의 역량이 평가의 주요 지표로 바뀌고 있는 오늘날, 소위 일잘러는 조직내 생존의 불문율이 되고 있다. 슬픈 점은, '잘한다'의 기준이 너무나도 모호해 '어떻게든 하면 되겠지' 식의 사고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일 잘하는 것의 의미를 명쾌하게 규정하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나같이 회사 생활을 막막해하는 사람들에게 <자기경영노트>의 서두가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에는 지식노동자가 자신의 지식을 이용해 성과를 내고, 영향력을 할 수 있다면 하급 관리자라도 경영자가 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여기서 성과란 최소한의 노력으로 목표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애쓰기만 하면 A학점 정도는 받아갈 수 있었던 느슨한 학부 시절의 평가와는 사뭇 다르다. 물리적 결과물을 산출하지 않는 지식노동자에게 '공헌'의 입증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또 필수불가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과외수업을 했던 학생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최선을 다했는데 왜 성적이 오르지 않느냐고 묻는 학생에게 나는 최선의 의미를 반문했다. 되돌아온 대답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꽤 공감하며 들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공헌(즉, 지식노동에 있어 최선을 다하는 행위)이란 역량의 경계조건을 정해두고 그걸 하나씩 지워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 '역량껏' 하는 것이 아니라 '역량 이상'을 해내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2. 지식노동의 실행: 시간관리와 우선순위 설정
시간 관리의 중요성은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익히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시간은 자원'라는 책의 문장만큼 명료하고 직관적인 표현은 없을 듯하다. 지식노동자는 가변적인 상황에서 불충분한 단서로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하며, 이 때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희소한 시간이다.
퍼블리의 상황에 적용해 본다면 시리즈 B 투자 이후로 채용 폭을 넓히며 최고경영자인 소령의 일정은 최소 몇 배는 더 바빠졌을 것이다. 책에서 언급된 상황과 흡사하다.
이처럼 조직의 확장속도만큼 급박해지는 경영자들의 타임 리밋을 완화하기 위해 피터 드러커는 권한 위임을 제안했다. 앞으로 내가 하게 될 일들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어제 소령과의 daily checkup에서 가장 먼저 들은 말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질문하라' 였다. 저자만큼이나 소령도 시간관리와 우선순위 선정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 주 속기록 작성에서 더이상 속기록 수정에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 않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던 기억도 선명하다. 그 날엔 어렴풋이 느꼈을 뿐이지만, 시간 활용에 대한 챕터를 읽으니 결정권자의 시간이 얼마나 빠듯하고 소중한지가 피부로 와닿는다.
덧붙여 저자는 '자신이 직접 할 필요가 없고 타인이 해도 최소한 본인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 때'를 권한 위임의 조건으로 제시하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 역량만큼이나 소령의 강점과 업무방식을 파악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듯하다. 욕심 조금 보태서 소령이 나에게 부탁하는 일만큼은, 그 일을 내가 대신함으로써 소령이 사용할 수 있을 시간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고 싶다.
3. 마무리하며: 공헌하고 있는가?
책을 덮고 스스로에게 다시 물었다. "나는 퍼블리에 공헌하고 있는가?"
어쩌면 입사 나흘차에 대답을 찾으려 한다는 게 시기상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며칠 '인턴'이라는 직무에 나를 가두며 지시받은 일에만 집중하자고 마음먹었던 내 모습을 돌이켜 보면, 입사일수와 관계없이 당장 지금부터 고민해볼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확실한 것은 신입 인턴으로서 당분간 주어진 업무에 몰두하게 된다고 해도, 결코 육체노동자로는 분류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업무 역량의 가시적 지표 중 하나인 급여를 예로 들면, 내 월급의 가치는 오로지 내 기여도에 의해 정해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직 역량이 입증되지 않은 나에게 회사에서 무려 3개월동안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계약서가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갚으면 신용도가 올라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게 만드는' 신용카드 같달까?
(내 소중한 신용 점수를 위해서라도) 성과 달성의 목표, 그리고 그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시간 관리와 우선순위에 따른 업무 처리의 필요성을 되새기면서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고자 한다. 눈앞에 놓인 일을 해치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퍼블리에서 내가 실현할 수 있는 가치, 이곳에 공헌할 수 있는 능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거듭해 3개월 안에 정리된 답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답이 'YES'이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