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다이어리 쓰기에 실패하는 당신에게

💡 10분 안에 이런 걸 알려드립니다.

  • 계획적이지 못하고 산만한 성격이었던 저자는 불렛저널을 만나고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 지금은 불렛저널을 '비서'처럼 활용하며 1인 사업체 대표이자 불렛저널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 불렛저널 기본 세팅법, 규칙, 저자의 활용 노하우까지! 이 글에서 모두 알려드릴게요.

저자 홍라리

인생상점 대표. 불렛저널 강사 > 프로필 더보기

추석이 지나니 어느새 날이 많이 쌀쌀해졌다. 이렇게 슬슬 겨울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내년 쓸 다이어리를 장만하기 시작한다. 문구 사이트들은 이때다 싶어 다이어리 기획전을 연다. 그럼 나는 홀린 듯 나비처럼 팔랑팔랑 날아가 장바구니에 다이어리를 담으며 설레는 내년을 준비한다. 내년을 향한 원대한 목표도 함께 세우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 열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항상 1월 중순이 지나면 다이어리의 빈칸이 생기고 '설 연휴 끝나면 한 번에 정리하지 뭐'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어물쩍 넘기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다이어리는 운전면허증과 함께 '장롱템'이 되어버리고 만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퍼블리

보통 다이어리들은 제작자가 미리 짜둔 칸 위에 예쁜 디자인들이 얹혀 있다. 그렇기에 쓸 것도 없는데 써야 하는 날에는 그냥 빈칸으로 남겨두게 되고, 반대로 쓰고 싶은 게 많은 날에는 다른 칸을 침범하거나 포스트잇을 추가해 잇곤 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쓰이지 못한 빈칸들은 나를 압박하고, 많이 쓰인 칸을 보면 정갈하게 꾸미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대개 다이어리는 한 달의 달력처럼 30~31칸이 그려진 '먼슬리 페이지', 요일별로 칸이 구분된 '위클리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 때는 공부에 초점이 맞춰진 스터디 플래너를, 직장인이 되어서는 예쁜 디자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딱딱한 스케줄러를 사용했는데 모든 다이어리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얼마 가지 못해 텅텅 빈칸들만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거. 제발 써달라고.

 

대체 나는 왜 다이어리를 만족스럽게 쓰지 못했을까? 나라는 사람 자체가 꼼꼼하게 계획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미루고 미루다 까먹어 버리는 사람이지, 매일 다이어리나 스케줄러를 써가며 계획하는 인간이 아니다.

 

혹시 MBTI 테스트를 해본 적이 있는가? MBTI에는 판단형인 J와 인식형인 P가 있는데 나는 뼛속까지 P 성향이다. P의 성향을 읽어보면 내가 아닌 항목이 없다.

MBTI 'P' 성향의 특징 ⓒ홍라리

이런 나를 바꿔준 것이 바로 '불렛저널'이다. 이전과는 달리 불렛저널을 쓰는 법을 익히고 나서는 몇 년째 다이어리를 꾸준히 잘 작성하고 있다. 다이어리뿐만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9월 기준으로 이미 자격증 3개를 땄고, 약 50강 분량의 강의도 만들어 냈다. 책도 수십 권 읽은 상태이며, 중간중간 글도 기고했고 운동을 꾸준히 다닌 지도 6개월이 지났다. 아,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이다. 당연히 일도 하고 있다.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살아가며 '계획'이라는 단어와는 접점이 없던 내가, 불렛저널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복잡한 스케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어떻게 목표 달성까지 이룰 수 있게 되었는지 나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한다.

불렛저널의 장점 3가지

하루 루틴을 설계하는 방법이나 저널링을 하는 기법을 알려주시는 분들은 태생적으로 계획적인 성향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계획적이지도 않고 산만하기까지 하다. 불렛저널이라는 저널링 기법을 개발한 라이더 캐롤도 그랬다.

 

그는 어렸을 때 ADHD 판정을 받을 만큼 산만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걸 하다가도 저게 생각나고, 저걸 하다가도 금세 다른 걸 하는 식으로 말이다. 마치 나처럼...

 

그런데 불렛저널은 산만한 사람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본적으로는 다이어리이지만, 상황에 따라 스케줄러, 투두리스트, 스케치북 등등 원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불렛저널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 정해진 양식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불렛(bullet)저널은 단어 뜻 그대로 총구 모양처럼 생긴 동그란 도트들이 찍혀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불렛저널은 저널링 기법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에, 꼭 다이어리뿐만 아니라 손에 잡히는 어떤 노트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시중의 일반적인 다이어리처럼 미리 칸이 만들어져 있지만 않다면, 어떤 노트에 시작해도 상관없다.

불렛저널 예시 ⓒ홍라리

불렛저널은 쓰는 방법, 꾸미는 방법 모두 자유롭다. 쓸 게 없으면 쓰지 않아도 되고 쓸 게 많을 때는 많이 쓰면 된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불렛저널 셋업'을 검색하면 화려한 '다꾸'들이 다양하게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취향껏 제각각 커스터마이징을 하기 때문이다.

 

불렛저널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써야 한다'라는 압박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기껏 예쁜 다이어리를 사놓고 '아, 다이어리 써야 하는데…', '또 밀렸네...'와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사람이라면 당신이 바로 불렛저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일 것이다.

 

👍 간단한 작성 시스템이 나를 개인비서처럼 챙겨준다.

오만가지 생각은 산만함의 이유가 된다. 잡생각에 치여 중요한 것들을 기록하지 않고 흘려보내다가 '아, 내가 분명 뭐 해야 했는데?'라는 찜찜한 기분만 남았던 적이 많은 나로서는 불렛저널이 소중하다.

 

불렛저널의 규칙들을 활용하면 산만한 생각들이 바로 정리가 된다. (구체적인 사용법은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이 특정 기호들을 사용해 예정, 진행 중, 완료 등 내가 해야 할 일들의 상태를 표시해둘 수 있다. 또한 불렛저널 첫 페이지에 '인덱스' 페이지를 작성해 태스크들의 진척 상황을 한눈에 인지할 수도 있다.

특수기호 활용하기 ⓒ홍라리

이처럼 불렛저널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나를 관리해 준다. 그때그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기까지 하니 복잡한 생각으로 머리를 어지럽히지 않아도 된다. 정말 내 개인비서가 따로 없다.

 

👍 단순 일정 관리뿐만 아니라, 넓은 관점에서 나 자신을 성찰할 수 있다.

불렛저널은 단순히 일정 관리에만 도움을 줄까? 전혀 아니다. 나의 하루하루를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은 불렛저널의 또 다른 장점이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특정 기호를 활용하면 내가 어떤 종류의 일을 자꾸 미루는지를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반복적으로 미루는 일이 있다면 내가 정말 하기 싫어하는 일이거나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는 일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방식으로 나의 태스크를 검토할 수 있다.

 

또한 인덱스 페이지로 내가 어떻게 1년을 보냈는지 파악할 수도 있다. 불렛저널은 단순히 오늘 하루, 이번 한 달만 성실히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분기 단위로, 또는 이번 연도 전체를 크게 보고 개선하는 데까지 도움을 준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자신이 없고, 그저 우울한 사람이라면 매일 성찰의 기회를 주는 불렛저널은 필수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불렛저널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사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만약 지금 손에 잡히는 노트가 있다면 같이 따라 해보길 바란다.

불렛저널 사용법

불렛저널의 기본 규칙은 매우 간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