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이 글에 나오는 지역, 맥주 등의 고유명사는 가급적 저자의 원글에 나오는 한글 표기를 살렸습니다. 일부 표기는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과 상충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건강, 연령제한, 스스로와의 금주 다짐, 업무 등의 이유로 맥주를 드시기 어려운 분에게는 이 글을 권하지 않습니다. 그럼 '시애틀로 떠나는 맥주 여행'과 함께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PUBLY 드림.

1일 차: 유서 깊은 맥주로 축제의 막을 열다

 

사흘간의 맥주 축제, 시애틀 비어페스트

여름의 시애틀은 지상낙원이다. 김화영 선생이 수필  「행복의 충격」에서 묘사한 프로방스의 그 여름조차 부럽지 않을 나날이 무려 넉 달 가까이 계속된다. 아낌없이 쏟아지는 햇살과 산들바람에 나부끼는 신록의 냄새, 궁전을 짓고도 남을 풍성한 뭉게구름, 길섶에 가득한 북서해의 야생화와 검은 딸기.

 

보석 같은 여름이 한창일 무렵인 7월, 시애틀 센터에서는 사흘간 맥주 축제, 비어페스트(Beerfest)가 열린다. 시애틀 센터 앞마당, 파랗게 돋아난 잔디밭에서 구름을 이고 이곳의 랜드마크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을 올려다보며 마시는 맥주라니 상상만 해도 근사하지 않은가.

 

 

분위기를 맞추느라 잔을 꾸역꾸역 비워야 할 필요도 없고, 입맛에 맞지 않는 술을 억지로 마실 이유도 없다. 잔을 들고 돌아다니며 맘에 드는 맥주를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맛볼 수 있다는 게 비어페스트의 가장 큰 매력이다.

 

비어페스트의 모토는 '드물고, 찾기 어렵고, 독특한(Rare, Hard-to-Find, Exotic)' 맥주를 선보이는 것이다. 가격이 얼마든, 양조장이 어디든, 구할 수 있는 한 최고의 맥주들 - 발리와인, 임페리얼 스타우트, 더블 인디아 페일 에일, 배럴-에이지드 에일, 사워 에일에 이르기까지 약 220종의 다양한 맥주가 등장한다.

 

에일을 좋아하는 탓에 라거보다 에일의 비중이 높은 것도 맘에 들었다. 홈페이지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리스트를 몇 번이고 훑어보며 이 맥주는 무슨 맛일까, ABV가 이만큼이고 IBU가 이 정도면 대충 어떤 맛에 가깝겠지, 수시로 상상을 펼쳐보곤 했다.

맛을 가리키는 자침 - 에일, 라거, ABV, IBU

비어페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에일, 라거, ABV, IBU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맥주는 크게 나누어 오직 두 종류, 에일(Ale)과 라거(Larger)뿐이다. 마치 적포도주와 백포도주처럼. 둘을 가르는 차이는 발효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