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 135억 투자를 유치하다

퍼블리를 처음 시작하실 때 어떤 마음이셨나요?

소령: 저는 굉장히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사람이고요. 그런 성격 때문에 퍼블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대학원을 마치고 나서 한 1년 정도 취직을 못했는데, 운좋게 퍼블리의 첫 투자자인 이재웅 대표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대화를 나누면서 '창업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구나'라는 걸 깨닫고 시작한 게 퍼블리예요.

 

처음에 창업 제안을 받으셨을 때 바로 '이거다!' 싶으셨는지?

소령: 아뇨. 처음엔 거절했어요. 난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투자받는 걸 빚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6개월 정도 후에 대표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을 때, 한 번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내가 사업 20년 정도 해보니까 운의 영역이더라. 니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사업은 안될 수 있다. 결과에 목숨걸고 사업하면 불행한데, 과정의 즐거움을 느끼고 과정을 기록으로 남길 자신 있으면 한 번 해보는 게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된다.

저랑 비슷한 커리어 고민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저는 '내가 남긴 기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다음 세대를 위한 출발선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특히 의미 있다고 느껴졌어요.

 

사업하면서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었나요?

소령: 사실 사업은 매일매일이 위기입니다만... 딱 떠오르는 건 작년 요맘때. 이전 시리즈 투자를 받은 지 1년 정도 지나서 돈은 애매하게 남아 있었고, 지표는 애매하게 평평한 상태였어요. 뭘 해도 지표가 오르지 않아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채로 시간이 흐르던 때였죠.

 

그때 도움이 된 책이 <마켓컬리 인사이트>예요.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가 여러 번 데스밸리(death valley)를 넘기는 과정에서, 외국 투자자를 유치한 적이 있대요. 그가 이런 말을 했대요.

한국 창업자들 참 열심히 일하긴 하는데 주어진 숙제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근데 기업은 언젠가 망하게 되어 있고, 어차피 망할 거라면 내가 할 거 다 해보고,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본 다음 망해야 하지 않겠나.

그 말 듣고 정신이 번쩍 드셨다는 얘기가 책에 나오거든요. 저도 정신이 번쩍 들었죠. 그래서 그때부턴 '언제든지 망할 수 있지. 해볼 거 다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영상 서비스도, B2B도 그때쯤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아직은 망하지 않고 투자까지 받으셨는데...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소령: 새로운 세대가 일하는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의 일하는 환경은 전 세대와 분명 다르거든요. 환경이 달라졌으니 일하면서 겪는 문제(pain point)도 다르죠.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솔루션은 다양해요. 텍스트, 영상, 커뮤니티, 코칭 등...

 

근데 퍼블리는 여러 가지 솔루션을 다 갖고 있거든요. 저희 팀은 매일 성과지표를 슬랙에 올리는데, 어떤 날은 멤버십 지표가 좋은 반면 B2B 지표가 안 좋고, 어떤 날은 스킬업(영상) 지표가 확 튀어요. 만약 솔루션이 하나뿐이라면 이게 안 통할 때 확 꺾일 수 있는데, 저희는 여러 솔루션을 제공하니까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동시에 시너지도 낼 수 있어요.

 

저희 팀 구성도 자랑하고 싶어요. 퍼블리 조직도를 러프하게 설명드리자면 상품조직, 제품조직, 마케팅조직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요. 우린 이 세 조직을 균등하게 육성해왔어요.

 

특히 제품조직의 경우, 퍼블리가 시작될 때부터 합류한 이승국 CPO가 어떻게 더 완성도 있는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조직을 잘 이끌어왔어요.

 

그리고 결국은 이러한 비전과 팀을 믿어주신 분들 덕분이죠. 우리가 그리는 미래로 가기 위해, 시장에서 검증될 수 있는 숫자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작년 4분기부터 굉장히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려왔는데, 이 성장률을 투자자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소령: 그것도 매번 달라지는데, 지금은 팀 빌딩이 가장 중요해요. 지금까지는 제한적인 리소스를 갖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제는 퍼블리가 하는 사업을 1년 후 10배, 20배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분들을 우리 팀에 모셔와야 합니다. 우리 팀에 현재 계시는 분들과 앞으로 오실 분들에게 아쉽지 않은 보상 수준을 약속드려야 할 테고요.

 

투자받은 135억은 어떻게 쓸 계획이신가요?

소령: 지금은 핵심 상품이 콘텐츠이기 때문에 거기 투자될 돈이 한 축이고, 또 이걸 잘 팔아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 예산이 한 축이에요. 또 여기에 추가될 한 축은 역시 채용이죠. 퍼블리에 좋은 분들을 적극적으로 모셔올 수 있느냐에 다음 1년의 성패가 걸려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부터 채용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려고 해요. 며칠 전 타운홀 미팅 때 공언한 바 있는데, 제 구글 캘린더의 80%는 채용을 위한 시간으로 짜여져 있어야 해요. 그게 저의 3분기 목표입니다.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일하는가

채용 규모와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소령: 상시채용이라 특별히 일정이 정해져 있진 않고요. 콘텐츠 기획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마케터, 재무·인사 등 거의 모든 포지션이 열려 있는 상태입니다. 저희 팀이 현재 50명 정도인데요. 가능한 빨리 2배 규모가 되는 것을 목표로 달리고 있어요.

 

직원 교육이나, 역량 개발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소리: 챕터 단위로 2주에 한 번 정도 스터디를 해요. 좀 더 일을 잘하기 위해 학습하는 거죠. 저희는 팀 전체적으로 데이터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분위기고, 또 지표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거든요. 그래서 모든 직원이 어느 정도 데이터를 볼 수 있도록 관련 스터디를 해요. 예를 들어 콘텐츠 기획자의 경우, 특정 기간에 몇 명의 고객이 조회·완독·이탈했는지 보는 거죠.

 

앰플리튜드라는 툴을 사용하면 SQL이나 DB를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손쉽게 여러 데이터를 볼 수 있어요. 이런 게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차별화된 역량 개발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퍼블리는 문서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조직이라, 회의록은 물론이고 각종 프로젝트의 회고 내용을 문서로 남겨요. 다음에 일할 분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래서 입사하시는 분들은 쌓여 있는 문서의 양에 압도당하기도...

 

퍼블리에서 사람 뽑을 때 제일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무엇이고, 어떻게 검증하시나요?

소리: 두 가지 정도가 있을 텐데요. 첫 번째는 '퍼블리가 잘될 거라고 믿는 사람인가?' 그래야 다같이 열심히 일하고, 동료들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두 번째는 '팀으로 일할 때 더 시너지가 나는 사람인가?' 사실 이제 소령이 빠져도 실무는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는 조직이 되었는데요. 그만큼 한 사람에 의존하지 않고 팀으로 같이 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증 방법은 아무래도 자소서와 면접이겠죠? 면접 과정에서 '팀으로 일한 경험'에 대해 많이 여쭤봐요. '나는 회사 안 다녀봤는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사실 우리는 유치원 때부터 팀 활동을 해왔거든요. 대학 입학 후에도 팀플, 대외활동, 인턴 등을 통해 다양한 조직을 경험하게 되고요. 그런 경험들도 여쭤보는 편이에요.

 

퍼블리의 조직문화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소리: 솔직함과 투명함? 문제가 생겼을 때 솔직하게 얘기하고 빠르게 개선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고객분이 주신 질문 중에 '고객 수를 다 밝혀서 놀랐다. 리스크가 있지 않나?' 같은 것도 있었는데, 실제로 퍼블리의 조직문화가 솔직함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소령: 투명함이 잘 드러난 사례가 슬랙 커뮤니케이션이에요. 우린 슬랙의 모든 채널을 공개채널로 쓰게끔 하고, DM으로 일하는 걸 지양해요. 내가 의지만 있으면 옆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있어야 팀원들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 입사하시면 칭찬도 피드백도 다 슬랙에서 공유하기 때문에 처음엔 살짝 당황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금방 익숙해지시더라고요.

 

잡플래닛을 보면, 온보딩(onboarding) 과정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도 많던데 개선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소령: 잡플래닛이나 블라인드 같은 서비스에서 퍼블리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이 올라온다는 건 저뿐만 아니라 리더 그룹도 잘 인지하고 있어요. 최근 들어서는, 입사하신 분들이 회사의 기대치를 이해하실 수 있게끔 도와드리고, 수습기간 동안 빠르게 학습·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 중 하나는, 신규 입사자가 중간관리자(매니저)와 좀 더 얼라인먼트를 맞출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새로 오신 분들과 가장 접점이 많은 사람이 매니저이기 때문에, 매니저분들에 대한 투자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중간관리자분들과 얼라인먼트를 맞추고, 중간관리자는 신규 입사자와 싱크를 맞출 수 있도록. 하반기에 이 부분을 좀 더 신경쓰려고 합니다.

우리는 '직장인의 구글'이 될 것이다

'직장인의 구글이 되고 싶다'고 말씀하신 것을 봤는데, 저는 퍼블리가 구글보다 디즈니에 가깝다고 느꼈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소령: '직장인들이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내부에서는 '풀 솔루션'이라고 하는데요. MZ세대들이 일하다가 모르는 게 생겼을 때 물어볼 사람이 없거나, 대놓고 물어보기 쪽팔리는 상황에서 퍼블리 멤버십에 들어가 검색하면 원하는 게 다 나와야 한다는 거죠.

 

물론 디즈니 같은 IP 사업도 생각하고는 있어요. 하지만 엔터테인먼트는 IP가 확장되면서 사업이 커질 수 있는데, 지식 콘텐츠는 아직 사업 확장성이라는 게 검증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 IP는 계약 단계에서부터 보호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퍼블리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소리: 기본적으로 훌륭한 분들이 오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콘텐츠 스쿼드 구성을 말씀드리자면, 텍스트 콘텐츠의 경우 기획을 맡는 프로젝트 매니저(이하 PM)와 편집을 맡는 에디팅 매니저(이하 EM)로 나뉘어요. 영상은 기획PD와 제작PD로 나뉘고요.

 

'솔직함'은 콘텐츠를 만들 때도 적용됩니다. 예를 들면 초반에 저자와 솔직한 관계를 쌓는 것? '이 주제는 고객에게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고객은 이러이러한 것을 더 필요로 합니다' 같은 피드백을 솔직하면서도 정중하게 저자에게 전달하거든요. 제가 99% 확신하는 건, 우리 PM이랑 기획PD가 콘텐츠 업계에서 가장 메일을 잘 쓴다는 거예요.

 

소령: 모든 콘텐츠가 '이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나?'에서 시작돼요. 고객이 이걸 보고 어떤 리뷰를 남겼는지, 몇 명이나 완독했는지 등의 데이터가 후속 콘텐츠를 만드는 단 하나의 이유인 거죠. 사실 저도 제가 좋아하는 콘텐츠, 안 좋아하는 콘텐츠가 있을 거 아니겠어요? 근데 제가 만들고 싶다고 제안해도, 고객이 원하지 않는다 싶으면 PM분들에게 칼같이 거절당합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사업이나 솔루션이 있으신가요?

소령: 직장인을 위한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할 수 있는 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B2B 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할 계획인데요. 학습 콘텐츠를 파는 것부터 채용 서비스 확대, HR SaaS 사업 등 주의깊게 시장 기회를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커리어·HR 측면에서의 전 과정을 촘촘히 메꿔나가면서, 소비자들이 퍼블리 생태계 안에서 다 해결할 수 있게끔 여러 방향으로 확장해나갈 생각입니다. 지금 저희 서비스가 멤버십, 커리어리, 스킬업(영상), B2B 이렇게 있는데요. 여기에서 신생 서비스가 더 생길 수도 있겠죠. 그래서 채용을 많이 해야 합니다...

 

해외시장 진출 계획도 있으세요?

소령: 베트남 시장을 담당하는 이승국님이 오늘 이 자리에 안 계시지만 제가 대신 답변 드릴게요. 승국님이 우리 회사에 오시기 전에,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로 4년 가까이 일하셨어요. 승국님의 이전 경험을 통해 저한테 동남아 시장에 대한 인풋이 많이 들어왔던 거죠.

 

특히 베트남을 고른 이유는, 여러 가지 데이터를 뜯어봤을 때 베트남에서 젊은 IT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그들이 갖고 있는 학습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가 베트남에 없었기 때문이에요. 링크드인의 존재도 아직 베트남에서는 파워풀하지 않았고요. 그래서 빨리 커리어리를 현지화시켜서 베트남의 젊은 인구에게 어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작년 12월부터 뉴스레터 형식으로 베트남 현지의 2030 직장인, 취업준비생, 대학생 고객들을 모으고 있어요. 지난주 기점으로 뉴스레터 구독자가 2만 명 넘어섰기 때문에, 이걸 기반으로 조만간 베트남 로컬 커리어리 앱이 나올 예정이에요. 앞으로는 커리어리가 현지 트래픽을 모으는 역할을 할 거고, 그 다음에 스킬업이나 멤버십 같은 서비스를 차근차근 붙여나갈 생각입니다.

퍼블리 CEO 박소령에게 궁금한 것

과감한 사업 확장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세요?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소령: 두렵죠... '내가 결정을 잘못 내려서 이 리소스를 낭비하면 어떡하지?' '이게 내 깜냥에서 소화 가능한 일인가?' 등에 대해 당연히 많은 고민들이 있습니다.

 

최근 1년 동안 제 멘탈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달리기예요. 저는 나이키 러닝 앱을 켜놓고 달리는데, 보통 밤에 퇴근하고 나서 저희 동네를 뛰는 편이에요. 한 번에 3km씩, 한 달 평균 30~50km 정도 뛰는 것 같아요. 뛰고 나면 확실히 멘탈 안정이 되더라고요.

소령 리더십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소리: 제가 생각하는 소령의 강점은 끈기가 굉장히 좋다는 거예요. 퍼블리만 해도 '그거 안될 것 같다'는 얘기 정말 많이 들었는데 6년째 하고 계시잖아요.

 

반면 약점은 즉흥적인 부분? 대표가 즉흥적이면 일하는 사람이 좀 힘들 수 있어요. 즉흥적으로 아젠다를 던지기 때문에. 하지만 이 약점을 보완하는 강점이 있어요. 말을 잘 듣는다는 거. 본인이 제안했더라도 팀원들이 '안될 것 같다'라고 하면 굉장히 수용을 잘하세요.

 

소령: 그렇군요... 제가 생각하는 저의 강점은 순발력이에요. 즉흥성의 양면인 거죠. 어떤 환경에서는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이 떠오르거나 생각 속도가 빠를 때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여러 가지 일을 벌이더라도 그때그때 순발력 있게 처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약점은 멀티태스킹을 못한다는 거예요. 멀티태스킹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웬만하면 일을 한 번에 하나만 하려고 해요. 하루에 잡다하게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걸 제가 못 견뎌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채용에 80%를 집중하는 것이, 저에게도 좋습니다.

 

그리고 강점이자 약점이 있다면... 제가 눈치가 좀 없다? 

 

소리: 소령한테 안 괜찮은데 '괜찮아요'라고 하면 '아, 괜찮구나'라고 해요. 그래서 안 괜찮으면 '안 괜찮다'라고 바로 말해줘야 합니다.

 

사업을 잘하는 대표님 중엔 외향적인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네트워킹이 중요하니까. 소령님의 MBTI는 무엇인가요?

소령: INFP입니다. (아이유와 같은 MBTI...) 외향과 내향을 나누는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사람을 만나서 에너지 얻으면 E고, 에너지 쓰면 I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전 굉장히 I입니다. 근데 네트워킹이 뭐냐에 따라 I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꼭 사람을 만나서 에너제틱한 시간을 보내야만 네트워킹인가? 저는 아닌 것 같아요.

 

I가 잘할 수 있는 네트워킹은, 한 사람을 만날 때 집중해서 밀도 있게 그 사람과의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그래서 전 보통 한 번에 2~4인 정도만 만나고 참석자가 더 많은 미팅엔 잘 안 나가는 편이에요. 한 명이랑 깊이 있게 얘기하는 걸 좋아하죠. 그 관계를 바탕으로 다른 관계를 쌓기도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분들과의 연결고리를 높여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참고로, 얼마 전에 팀원 전체의 MBTI를 제가 털어봤는데요. 리더그룹은 대부분 STJ에 몰려 계세요. STJ가 많은 회사답게, 데이터 중심으로 생각하고 논리적이라는 것이 우리 조직의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기록하는 습관은 어떻게 만드셨나요?

소령: 기록을 잘하고 싶은 욕망이 큰데, 사실 잘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기록 잘하는 법에 대해 물어보는 편이에요. 일기는 쓰냐, 배운 거 어디에 기록하냐... 저는 노션, 아이폰 메모 앱, 종이노트 등 다 해봤는데, 지금 가장 많은 기록을 남기는 도구는 인스타그램이에요. 달리기 기록, 읽은 책, 본 영화, 생각 등 짧게라도 거기 꾸준히 뭔가를 남겨요. 그러면서 소통하는 즐거움도 있고요.

박소령 대표 인스타그램

만약 일 관련 기록을 남기고 싶다면, 커리어리 툴을 쓰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내 일과 커리어에 대한 생각을 남기는 일기장처럼 쓰실 수 있거든요. 혼자 습관을 만들긴 힘들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좀 낫잖아요? 얼마 전부터 커리어리 고객들과 함께 습관 챌린지를 하고 있는데, 그런 이벤트를 활용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때도 퍼블리를 하실 건가요?

소령: 그 질문을 들으니, 제가 좋아하는 <컨택트>라는 영화가 떠오르네요. 제 식대로 요약하자면, '앞으로 너의 인생에 어떤 일이 펴려질지 다 알려줄게. 다 알고서도 넌 이 선택 할 거야?'라고 물어보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전 아직까지는,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퍼블리를 할 것 같아요. 물론 피땀눈물이 너무 많았지만, 제가 얻은 게 훨씬 많거든요. 얻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유튜브 라이브 같은 것도 하게 된 것 같고. 제 인생의 6년이라는 시간을 이보다 더 잘 쓸 수는 없었을 것 같아요.

 

퍼블리의 미션 말고, 박소령 대표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소령: 전 인물로부터 많이 배워요. 그래서 평전이나 자서전을 좋아하고, 인터뷰 기사도 좋아해요. 몇 년 전에 이케아 창업자의 부고 기사를 읽었는데, 그분의 평생 소원이 '내가 만든 회사가 내 수명보다 더 오래갈 수 있는 것'이라고 하셨더라고요. 내 삶은 유한하지만 기업의 생명은 내 삶보다 더 길 수도 있기 때문에 나보다 더 오래가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는 거죠.

 

저도 퍼블리가 제 생명보다 길었으면 좋겠어요. 일하는 분들이 갖고 계시는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여러 솔루션들이 퍼블리에서 계속 나올 테니 가능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