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이 특별하게 바뀌는 마법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글을 읽어보세요.
- 메모하는 습관을 키우고 싶다면
- 혼자서는 글을 쓸 엄두가 안 나고, 누가 옆에서 도와주길 바란다면
- 글쓰기가 너무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20년 2월에 발간된 <글쓰기가 만만해지는 하루 10분 메모 글쓰기>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40대의 중견 직장인인 C씨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기업의 관리직이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말이 좋아 관리직이지 후배와 상사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이 바로 자기라고 했다. 일상 역시 그의 표현대로라면 '매우 평범'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같은'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같은' 사무실에 들러 매년 '비슷한' 일을 한다. 회사를 옮긴 적도 없어 점심도 15년째 거의 몇 개의 식당을 돌아가며 먹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마시는 커피 역시 똑같다. 여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 외 계절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사무실에서 매일 신는 슬리퍼마저 15년째 같은 디자인이고,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 사무실에서 걸치는 카디건 역시 같은 색깔의 옷을 두 벌 사서 번갈아 입는다.
주말 역시 다르지 않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가끔 찾아뵙고, 대학 동기나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매번 똑같은 추억 퍼즐 맞추기를 반복적으로 하고, 어쩌다 그들과 함께 진탕 술을 먹고 온 날에는 아내에게 매번 듣는 잔소리를 똑같이 듣는다. 남들처럼 골프나 운동에는 취미도 재주도 없어 약속없는 주말에는 소파와 물아일체가 되는 그런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우연히 간 서점에서 글쓰기 관련 책을 읽게 되었고, (심지어 내 책이다!) 그 책을 통해 글쓰기 수업에 들어 왔다.
작가님, 매일매일이 이렇게 단조로운 저도 쓸 게 있을까요?
그가 첫 수업에 던진 질문이다. 사실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 상당수의 사람이 C씨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산다. 다들 이렇게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며 산다. 날마다 새로운 일을 하며 대단하고 특별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토크쇼 <대화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에 유시민 작가가 출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 묻는 유희열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인생에는 원래 의미가 없어요. 그저 사는 우리가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뿐이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유시민 작가의 이 말을 듣고 무릎을 쳤다. 그의 말처럼 인생에 아주 특별하고 대단한 것은 별로 없다. 화려하게 보이는 연예인들도 무대에 오르고 방송촬영을 할 때만 특별하지 그 외의 날들은 한 가정의 남편이요, 아내요, 자식이다. 그렇게 평범하게 산다.
삶이 평범해서 쓸 것이 없다는 말은 옳지 않다. 오히려 평범한 삶을 매일 기록하고 메모하다 보면 그 삶이 특별해진다.
나와 글쓰기 수업을 오래 함께하고 있는 D씨는 경기도 외곽의 한 편의점 점원이다. 늦은 나이에 독립한 그는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편의점에서 근무한다. 외곽에 있어서 비교적 손님이 적고 할 일도 많지 않다는 이유로 그는 이곳을 선택했다.
하지만 손님과 일이 적은 대신 무료했고 일상이 비슷했다. 게다가 근무하는 열세 시간 동안 편의점 밖으로 50보 이상 벗어날 수 없었기에 그의 행동반경 또한 좁았다. 손님이 왔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메모할 주제나 소재가 부여되지만 그마저도 몇 달 지속하니 반복되는 느낌이라며 다른 걸 써보고 싶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며칠 그의 메모를 꾸준히 살펴보니 어느 날부터인가 그가 아침 출근 전 산책 겸 걷기운동을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유일하게 편의점에서 멀리 떨어질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된 이른 아침에 걷기 운동 겸 다이어트를 시작해야겠다는 포부도 메모에 담겨 있었다.
난 그에게 걸으면서 보는 풍경을 사진에 담아볼 것을 개인 과제로 내주었고, 그 사진과 관련해 덧붙일 생각이나 느낌이 있으면 기록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아주 멀리 나갈 수 없는 그의 행동 반경을 고려해서 같은 시간에 같은 사물을 연이어 찍어보고 그 사진 간의 차이점, 즉 마치 틀린 그림을 찾듯 다른 점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는 매일 아침 하늘, 꽃, 주변 풍경 등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서 단톡방에 올렸다. 같은 하늘이라도 날에 따라 바람에 따라 구름의 모양이 다르고 색깔도 다르다. 어느 날, 그가 이렇게 말했다.
매일 사진으로 찍고 글로 기록하다 보니 평범하고 똑같다고 생각했던 주변 풍경이 다 다르다는 것이 느껴지네요.
평범해서 의미 없는 일상, 똑같기만 한 하루는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평범하다고 느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이다. 기록하고 메모하자. 평범했던 일상이 특별하 고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메모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메모로 하는 글쓰기 훈련, 뭐가 다른가?
메모는 글쓰기의 기본이자 필수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메모를 하면 글쓰기 습관을 기를 수 있다는 말에 도전해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잠시 바짝 하다가 글쓰기 과정이 끝나면 도로 아미타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매일 열심히 메모는 하고 있지만, 글쓰기까지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맹점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 책과 작가들은 '매일 쓰기'를 무척 강조한다. 매일 써야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매일 쓰라고만 한다.
매일 쓴다고 해서 모두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기를 아주 오랫동안 써온 사람이라도 한 편의 글을 제대로 못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매일 운동이나 식단을 메모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을 글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매일 쓰니 글이 늘 거라고 착각하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감사일기다. 감사일기는 그날 하루 있었던 일 중에서 감사할 만한 일을 매일 기록하는 것이다. 자기계발서에 나온 지침 중 하나인 모양인데 실행하는 사람이 많다.
감사일기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감사일기가 삶을 변화로 이끄는 긍정적인 수단인 건 인정한다. 다만 글쓰기 훈련 면에서는 감사일기의 폐해가 만만치 않다.
한 블로그 이웃이 댓글로 고민을 털어놓으며 조언을 요청한 적이 있다.
일기를 매일 쓰는데 글이 전혀 늘지 않네요. 게다가 감사일기를 쓰는 모임에 들어가고부터는 글쓰기가 부담스러워졌어요. 다른 사람들은 매일 소소한 일상에서 감사를 느끼고 거기서 행복을 느끼는데 저는 감사할 일상도 딱히 없는 것 같거든요. 억지로 감사할 걸 찾아 감사일기를 쓰다 보니 이제는 뭔가를 쓰는게 싫어져서 글쓰기를 아예 안 하고 있어요.
'매일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데 어떤 것을 써야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지 조언을 좀 해주세요.
충분히 공감되는 고민이다. 글쓰기 습관을 기르기 위해 제일 많이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일기 쓰기다. 일기는 학교에서 배운 유일한 글쓰기다. 하루에 있었던 일상과 생각을 기록하는 글이 일기지만, 일기를 쓰다 보면 자신에 대한 자책과 반성, 자괴감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일기는 읽힐 목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소연이나 푸념으로 가기도 쉽다. 좋았던 일보다는 슬프고 기분 나쁘고 불쾌한 감정을 쏟아내는 내용을 쓰게 된다. 특히 밤에 쓰는 일기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만약 일기 쓰기로 글 쓰는 습관을 키우고자 한다면 아침이나 새벽에 쓸 것을 권한다. 아침일기는 하루를 계획하고 앞으로 일어날 날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 찬 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침일기 역시 글쓰기 습관을 키우기에는 완벽하지 못하다. 아침 시간이 가진 속성상 계획이나 목표지향적인 글로 일관되기 쉽다. 주제 역시 다양하지 못해 매번 하루의 계획만 세우다가 끝나고 마는 경우가 많다.
다시 감사일기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감사일기는 정말 쓰고 싶다면 주 1회만 썼으면 한다. 일상에서 일어난 소소한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좋지만 감사하지 않는 부분까지 억지로 찾아내 애써 감사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런 억지 감사일기는 글쓰기에 방해가 된다.
더불어 한 가지 주제로만 너무 오랫동안 글을 쓰면 글쓰기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 단순한 기록을 목적으로 하는 식단일기나 운동일지라도 오히려 그날의 식단과 운동에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해 덧붙이면 좋은 글쓰기로 나아갈 수 있다.
글이 되는 메모는 일기가 아니다. 내 느낌과 생각을 쓰되 다양한 매체(사진, 영화, 드라마 등)와 책을 활용해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메모를 하면서 자신에 대해 꾸준히 탐색하고 성찰하면 글쓰기에 자신감이 생긴다.
다음 목차에서 함께해볼 10일간의 메모는 자기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글쓰기 훈련법이다. 때로는 짧은 단상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한순간의 기록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자신만의 생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정리하다 보면 자기만의 철학과 자기 인식이 생기기 마련이다.
자기만의 철학과 가치관이 생기니 무엇보다 내가 누구인지,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게 된다. 10일만 충실히 따라온다면 글쓰기 습관을 형성하고 더불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데에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