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이크로 매니저라고?

이 글은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일을 하나하나 알려주는 것 말고는 좋은 업무 지시 방법을 모르겠는 초보 팀장님
  • '내 피드백이 업무 진행 속도를 느리게 하나?', '후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건 아닌가?' 고민되는 분
  • 마이크로매니징과 방임 사이에서 어떤 쪽도 좋은 해결책이 아닌 듯해 답답하신 분

저자 최방실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을 가장 좋아하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즐거워합니다. 지난 22년 동안 삼성전자와 엘지디스플레이에서 엔지니어로 시작하여, 마케팅, 영업, 사업개발까지 두루 경험했습니다. 약 8년간 팀장 업무를 하면서, 초보 팀장 시절의 좌충우돌부터 팀을 어벤저스로 만들어 내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제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유하고 싶습니다.

다음 10개 중 7개 이상에 체크한다면 당신도 마이크로 매니저 위험군!

 

[  ] 우리 팀원들은 "이건 어떻게 할까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  ] 팀원이 맡은 일을 끝낼 때까지 최소 3번 이상 내가 체크한다.

[  ] 우리 팀에서 내가 제일 야근을 많이 한다.

[  ] 내가 결정할 일들이 늘 쌓여 있다.

[  ] 내 업무 중에는 관리 업무보다 실무가 많다.

[  ] 팀에서 돌아가는 일 절반 이상은 내가 제일 잘한다.

[  ] '맡긴다'는 느낌보다 '하나씩 알려준다'는 느낌으로 일을 준다.

[  ] 팀원의 결과물이 맘에 들지 않아 내가 직접 고친 적이 꽤 있다.

[  ] 리스크를 책임지는 것보다 리스크를 안 만드는 게 내 역할이다.

[  ] 회의시간에 정신 차려보면 나 혼자 말하고 있을 때가 많다.

왜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게 되는가?

마케팅팀 장 과장은 한국 본사에서 중국 고객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요즘 중국 현지 법인에 상주하는 영업팀과 이번 달 가격 가이드를 놓고 한창 실랑이 중이다. 조금이라도 싼 가격이 책정돼야 영업이 수월한 영업팀 입장은, 본사 마케팅의 가격 가이드가 너무 높아 목표치만큼 판매가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장 과장이 급히 중국지사로 출장을 떠났다. 공항에서 현지 사무실까지 가는 내내 장 과장의 스마트폰이 계속 울린다. 허 팀장이다. 가격을 단 1달러도 양보하지 말라는 것. 그는 택시 안에 있는 장 과장에게 "지금 가격 그대로 이달 목표 물량 40만 대를 모두 판매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하는 장 과장의 답변을 들으면서도 허 팀장의 속은 타들어 간다. '이럴 거면 내가 출장 갈걸'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유럽, 대만, 북미 건도 첩첩산중이라 자리를 비울 수 없다. 허 팀장이 전 세계를 동시에 돌아다닐 수도 없으니...

 

한편, 드디어 현지 법인에 도착한 장 과장. 역시나 출고 가격이 높아 이번 달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영업팀 매니저의 거센 저항이 있다. 들어보니 영업팀 의견도 일리가 있다. 본사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현지 정보도 많아, 장 과장이 판단하기에 현재 상황에서는 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격을 몇 달러 정도 내려서 빨리 판매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용기를 내어 허 팀장에게 현지 상황과 추가 입수된 정보를 보고하고, 중국지역 담당자로서 본인의 의견을 제안했지만, 수화기 너머 허 팀장의 침묵과 이어지는 한숨 소리가 싸늘하게 느껴진다. 허 팀장은 영업팀에게 설득당한 장 과장이 맘에 안 들고, 야속하게까지 느껴진다. 나만 혼자 방방 뛰면서 하나라도 더 건지려고 노력하는 건가 싶어 지친다.

 

허 팀장도, 장 과장도 각자 열심히 하고자 했지만, 둘 사이 갈등은 깊어만 간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