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로서의 삶

첫 시작

문학과 시적 감성, 음악적 감각이 뛰어난 내 어머니의 태교 덕분에 나는 태어나기 전부터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매일 들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돌 이전부터 집에 있는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스피커에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 나는 아주 활발했고, 동네 사고뭉치였을 정도로 개구쟁이였다. 그러나 취학 전부터 공연을 볼 때면 언제나 공연장 맨 앞자리에 앉아 연주가 다 끝날 때까지 꼼짝 않고 자리를 지켰을 정도로 클래식 음악만 들으면 매우 진지한 태도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만 6세에 피아노를 시작했다.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처음으로 악기를 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원 선생님이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한빈이는 학원에서 취미로 악기를 배울 아이가 아닌 것 같아요. 벌써부터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다른 학생들에 비해 진도도 2-3배나 빠르답니다. 한빈이를 제대로 가르치고 이끌어 줄 선생님을 만나서 개인 레슨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6년간 여러 선생님을 만났고, 초등학교 6학년이 끝나가던 10월, 그토록 가고 싶어 하던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예술 중학교인 예원학교에 합격했다.

피아니스트 정한빈 살롱콘서트(2016년 9월 9일) 리허설 © 손현

스승과의 만남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배울 수 있으니 반드시 멋진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리라는 푸른 꿈에 부풀어 있던 그해 겨울, 나는 어머니와 함께 본 공연에서 충격을 받았다.

2002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한예종 음악원 교수인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교감' 시리즈 공연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공연은 훌륭했고, 그 여운은 당시 초등학생이던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엄마, 나도 저 선생님한테 배우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