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To Do List는 왜 늘어나기만 할까?
혹시 방금 주위를 두리번거리신 분 계신가요? '혹시 내가 사찰당하고 있나...?'라고 생각하셨나요? 그러셨다면 이 콘텐츠에 정말 잘 찾아오셨습니다.
분명 오늘 하루도 엄청 바빴는데 투두리스트는 그대로고, 매일 야근해야 겨우 하루 치 업무를 끝낼 수 있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산만함은 피하고, 방향성을 갖고 일에 몰입하는 일정관리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저자 이승국
넥슨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 신영증권에서 시장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던 중 이머징 마켓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인도네시아 및 동남아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스타트업 파이브잭으로 이직했습니다. 제품 관리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고, 현재는 퍼블리의 CPO를 맡고 있습니다.
일정관리, 운동처럼 근육을 키우는 일
굉장히 고민한 끝에 세션 제목을 '일정관리 근육 키우기'라고 지어봤어요. 예컨대, 헬스를 막 시작하는 사람이 바로 3대 500을 할 수는 없잖아요? 어느 정도 근육이 붙어야 할 수 있는 거죠.
운동할 때 근육이 필요한 것처럼 일정관리에도 근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현재 내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면서 작은 것부터 시작해 지속적으로, 조금씩 개선하는 게 중요하죠. 이번 세션을 따라오시면서 천천히 일정관리 근육을 키워봤으면 좋겠습니다.
일정관리는 왜 필요할까?
보통 일정관리를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으면 '투두리스트 만들기', '마감일에 맞춰 계획 짜기'라고 답하는 분들이 많아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일정관리의 정의는 '내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을 알고, 온전히 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에요.
결국 목적은 일을 더 잘하는 거죠. 일을 잘한다는 건 뭘까요? 저는 일을 효율적(efficient)으로, 효과적(effective)으로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 효율적으로: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
- 효과적으로: 더 중요한 일을 선택해서 수행하는 것
일정관리를 하면 내가 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지고, 더 중요한 일을 선택해서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예를 들어볼게요. 일 A는 100의 성과가 예측되고, 일 B는 10의 성과가 예측된다고 가정해볼게요. 여러분은 어떤 일을 선택하실 건가요? 보통은 성과가 높은 일 A를 택하실 거예요. 그렇다면, 아래와 같이 가정을 추가해보면 어떨까요?
- 일 A: 100의 성과 예측, 100시간 소요
- 일 B: 10의 성과 예측, 1시간 소요
소요 시간이라는 가정이 추가됐어요. 이래도 당연히 일 A를 하실 건가요? 두 가지 일 중 소요 시간을 고려한다면 일 B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처럼, 어떤 일을 할지 선택할 때 소요 시간을 예측하는 게 중요해요. 얼마나 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느냐가 주니어와 시니어의 큰 차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지식근로자가 결정권을 일부 가져야 하는 이유도 그 일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리소스가 필요한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본인이기 때문이에요.
* 미국 작가이자 경영학자. 지식근로자의 목표달성을 위한 지침이 담긴 <자기경영노트>의 저자다.
결론은, 일정관리를 잘하면 일을 효율적이고(내가 하는 일에 집중해 생산성을 높인다), 효과적으로(시간을 예측해 무슨 일을 할지 잘 선택한다) 할 수 있습니다.
몰입을 위한 일정관리 스텝 8개
처음부터 완벽하게 일정을 관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일정관리 스텝을 8개로 나눠봤어요. 본인의 상황에 따라서 후반부 스텝을 먼저 실천해볼 수도 있지만, 일단 스텝1과 2는 모두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step1] 내가 '한 일' 캘린더에 남기기
운동 전에 인바디로 몸 상태를 체크하는 것처럼 일정관리도 사전 진단 과정이 필요합니다. 내가 한 일을 모두 캘린더에 표시해서 내가 어떻게 시간을 쓰는지 알아보는 과정이죠. 캘린더에 한 일을 기록하면 내가 어디에, 얼마나 시간을 썼는지 트래킹할 수 있거든요.
저는 보통 구글 캘린더를 씁니다. 사용하기 편리하고 팀원들과 서로의 캘린더를 공유할 수도 있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캘린더를 통해 내가 무슨 일을, 언제 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방해받지 않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간단하고 쉬우면서도 중요한 스텝이라고 할 수 있어요.
[step2] 앞으로 '할 일' 캘린더에 넣어두기
내가 한 일을 모두 적었다면, 이제는 '할 일'을 넣을 차례입니다. 캘린더에 할 일을 넣을 때는 3가지를 꼭 지켜야 하는데요.
- 액션 아이템 형태로 추가하기
- 마감일은 넣지 않기
- 몇 시간이 걸릴지 예측하기
보통 팀별로 월 단위 혹은 주 단위로 프로젝트를 계획할 텐데, 이때 계획한 일들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액션 아이템으로 만들어서 캘린더에 할당해야 합니다. 여기서 액션 아이템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중요해요. 발레를 예로 들어서 설명해볼게요.
캘린더에 '발레 배우기'라고 적으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일이 될까요? 당장 발레를 할 순 없으니까 '발레 배우기'는 프로젝트에 해당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당장 할 수 있는 '가까운 발레 학원 찾아보기'로 쪼개야 액션 아이템이 되는 겁니다.
- 프로젝트: 발레 배우기
- 액션 아이템1: 동네 발레학원 알아보기
- 액션 아이템2: 전화로 방문 예약하기
- 액션 아이템3: 방문해서 시범 수업 들어보기
캘린더에 할 일은 이렇게 액션 아이템 형태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뭐가 좋을까요? '발레 배우기'로 캘린더에 넣어놨다면 '당장 뭘 해야 하지?'하며 허둥지둥할 겁니다. 하지만 '동네 발레학원 알아보기'로 넣어놓는다면 해당 시간이 됐을 때 그대로 실행만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