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버려야 할까요?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9월에 발간된 <내게 맞는 일을 하고 싶어>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여진 씨는 '좋아하는 일'이라는 확신으로 수년간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불살랐는데 졸업을 앞두고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근무 환경이나 급여가 너무 열악했거든요.
예중, 예고, 예대… 미술에 투자한 10년 이상의 노력을 접어야 해서 눈앞이 캄캄했지만 맞지 않는 환경 속에서 소모적으로 일하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라푼젤>에서 라푼젤은 집을 떠나 처음으로 세상으로 나올 때 이런 걱정을 합니다. "난 18년간 꿈꿔왔어요. 상상과 다르면 어떡하죠?" 걱정하는 라푼젤에게 플린은 "나쁠 건 없어요. 새 꿈을 가지면 되니까요"라고 격려의 말을 건네죠.
헌 꿈이 아니라 새 꿈을 가지면 됩니다. 애쓰는 동안 가슴이 뛰었던 순간이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추억입니다. 오래될수록 빛나는 고가구처럼 꿈도 오래될수록 빛이 나면 좋겠지만 이루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남겨야 합니다.
아직도 끝을 알 수 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 자세히 보아야 합니다. 헌 꿈인가? 다른 대안, 새 꿈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혹시 매몰비용(투자비용)이 아까워서 재도전하고 있다면 이미 꿈의 빛깔은 퇴색되었을지 몰라요.
꿈은 왜 이렇게 내려놓기 어려운 걸까요? 마치지 못한 일이 기억 속에 계속 남아 있다는 자이가르닉 효과 때문입니다. A그룹은 정상적으로 일을 끝내도록 하고 B그룹은 일을 마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실험을 마친 후에 방해를 받은 B그룹이 그렇지 않은 A그룹보다 더 확실하게 일의 내용을 기억했습니다. 해내지 못한 일,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