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자동차의 형태로 먼저 만나게 될 것이다

 

필요한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실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 이 인공지능이 그에 걸맞은 '몸'을 갖추게 될 때 그 활용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 몸을 갖춘 인공지능, 바로 로봇이다.

 

공장에서 사람을 대신하여 물건을 반복 조립하던 기계들을 '로봇'이라 불러왔으니 산업현장에서는 로봇이 꽤 오래전부터 쓰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스스로 학습/판단할 수 있게 되면서, 로봇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고정된 장소에만 머무르지 않아도 되고, 정해진 과업만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필요하다면 길을 찾아서 가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과업을 수정하여 수행할 수도 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스팟(Spot)은 울퉁불퉁한 산길을 걷거나 장애물을 피할 수도 있고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페치 로보틱스의 로봇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창고 내의 물건들을 관리하고, 로빈의 잔디깎이 로봇은 잔디관리의 주기를 스스로 판단한다. 하늘을 나는 로봇인 드론의 활용범위 역시 무궁무진해진다. 아마존과 알리바바와 같은 커머스 업체들은 상품 배송용 드론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의 배송용 드론, '아마존 프라임 에어 ⓒ 아마존

제한된 상황에서 제한된 목적으로만 운용되던 산업용 로봇을 논외로 하면, 사실 로봇이나 드론이라고 하는 존재는 그 형태나 용도가 아직 완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가장 용도가 뚜렷하며 연구개발에 투입할 자원을 가진 곳에서부터 로봇/드론이 개발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군사 분야다. 가뜩이나

 

더군다나, 로봇이나 드론이 등장하면 왠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창고관리 로봇이 일반화되면, 그간 창고를 관리하던 사람들의 자리는 없어지진 않을까. 상품 배달용 드론이 일반화되면, 택배 기사들의 일자리가 대번에 위협받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인해, 일단 로봇이라고 하는 일련의 무리들이 어째 꼭 적군인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그런 시기가 오려면 꽤 멀기도 했거니와 이는 기술발전이 일어나며 자연스레 생기는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방직기가 보급되며 당시 수공업으로 일을 하던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에 방직기를 부수는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로봇이나 드론 역시, 어떤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좀 더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이 두 가지가 아닐까?

1. 기존에 할 수 없던 일 중 로봇이 대신할 수 있는 것

2.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혹은 로봇이 대신하기 때문에
사람이 더 집중할 수 있는 일


 

아마도 '인공지능'은
자동차의 형태로 먼저 만나게 될 것 같다.

 

'몸을 가진 인공지능'이 가장 직접적으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례는 자율주행차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인공지능의 역할이 다양한 경로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맥락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대용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외부의 자극에 대해 가공해내는 것으로 이야기 한 바 있는데, 운전이야말로 이 인공지능에게 가장 적합한 행위 중 하나가 아닐까.

 

그리고 그 인공지능이 제어하게 될 몸의 측면에서도, 자동차는 하드웨어(차량)의 형태와 용도 그리고 운용 방식 모두 150여 년의 역사 속에서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왔다.

 

스마트폰이 '인터넷도 되는 휴대폰'으로만 규정할 수 없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듯이, 자율주행차량은 '혼자 돌아다니는 자동차'라기보다는,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스로 학습하는) 로봇'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특히 이바닥 업계에 있어 자율주행차량은 매력적인데, 자율주행차가 사람이 사는 가장 크고 무겁고 비싼  휴대용 컴퓨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휴대폰의 연장선상에 있는 스마트폰이 경량, 고효율, 저비용을 지향하여 발전해온 컴퓨터라면, 자율주행차량은 상대적으로 고성능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라고 생각하면 엄청 작다. 근데 컴퓨터라고 생각해보자. 엄청 크다. ⓒ 구글

인텔처럼 칩셋이나 하드웨어를 만드는 이들에게는 (조금 비싸고 크더라도) 초 고성능의 부품을 마음껏 탑재할 수 있는 플랫폼이고, 서비스를 만드는 이들에게는 컴퓨팅 성능을 엄청 많이 필요로 하는 시나리오도 시도해볼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

 

자율주행차 시장은 그 기기 판매만으로도 차량 제조사는 물론이고 칩셋 제조사, 자율주행 시스템의 개발사나 서비스 회사 모두에게 거대한 신세계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이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내놓는 것'에 모두가 군침을 흘리며 달려들고 있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 특이점을 예상보다도 앞당긴 시점에 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본 글은 오는 10월 21일 발행될 '실리콘밸리에서 미래를 엿보다 -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최종 리포트의 일부입니다. 전문을 읽고 싶으신 분은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세요. 펀딩은 10월 21일 금요일 오후 5시에 마감됩니다. - PUBLY

 

 

적당히 알아서 원하는 곳으로 이동해주는 자율주행차,
우리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자율주행차는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들렸다. 자율주행차가 가능하려면 아래의 내용들이 가능해야만 한다.

• 내가 어디로 어떻게 가면 되는지 (지도와 내비게이션)
  - 지리정보 (지형, 도로)
  - 장소정보 (관심지점(POI), 평판)
  - 교통정보 (실시간 교통량)
  - 경로정보 (내비게이션)

• 지금 내가 어디 있고,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센서)
  - 실시간 시각데이터 수집 (주변 차량과의 거리,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애물의 인식)
  - 주변 환경 인식 (기후, 주변 차선의 교통량, 단속/교통사고 등 돌발상황에 대한 정보)

• 차량을 어떻게 운전하면 되는지에 대한 의사결정 모델 (알고리즘)

• 실제 차량을 제어하는 것 (커널)

각각의 항목들은 오래전부터 진행 중이기는 했다. 그리고 각각의 항목들에 대해서는 나름의 성취를 이루어낸 곳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언가 특이점에 도달한 듯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갑자기 비약적인 발전들이 나타났다.

 

고급 세단들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 있던 무인 주행 모드를 테슬라는 전격적으로 채택해서 '자율주행'의 경험을 크게 보급했다. GM은 크루즈를 인수하여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우버는 내부적으로 자율주행차를 연구하는 조직을 신설한데 이어 자율주행 트럭을 만드는 오토(OTTO)를 인수했고,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차량을 실 서비스에서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MOOC* 서비스 유다시티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위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온라인 공개수업. 웹 서비스를 기반으로 상호가 참여한, 큰 규모의 교육을 의미한다. - PUBLY

우버는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차량을 실제 서비스에서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 우버

여러 층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이 자율주행차의 핵심은, 역시 이 차량을 제어하는 인공지능의 질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인공지능의 질은 그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과 질에 비례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 내비게이션 데이터와 차량의 실제 주행 데이터가 이 시장의 열쇠라고 할 수 있겠다.

 

작년 7월, 구글 지도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여겨지던 노키아의 지도,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히어(Here)를 아우디, BMW, 다임러가 공동으로 27억 불(약 3조 원)에 인수한 것도, 우버가 지도 서비스를 갖기 위해 그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차량의 주행 데이터는 그동안 도로 테스트를 해왔던 구글 정도만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데이터를 쌓고 있었다.

 

하지만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나 리프트가 등장하면서, 주행 데이터를 쌓는 것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 같다. 우버나 리프트, 디디와 같은 서비스에는 그 어떤 실험으로도 쌓을 수 없을 수준의 데이터가 쌓인다. 이들 서비스들은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한 회사가 되어간다.

 

볼보는 우버와, GM은 리프트와 손을 잡았다. 애플은 올 5월 중국의 디디추싱에 10억 불을 투자했다.

리프트(Lyft)는 2020년을 즈음으로 자율주행차가 메이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리프트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언제 올지 아직 섣불리 예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러 업체들이 앞다투어 진행 중이니만큼 그 흐름은 가속화될 것이라 생각된다. 포드는 2030년이면 자율주행차의 판매량이 자사 판매량의 20%를 넘을 것이라 예상했다.

 

리프트(Lyft)의 창업자 존 짐머는 이보다 더 이른 시점, 2021년이면 자율주행차가 과반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미국 정부는 자율주행차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그 시대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자율주행차량의 등장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

 

자율주행차는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큰 시장이지만, 관련 업계에 미칠 변화는 이보다도 클지 모른다.

우선, 물류를 다시
정의내려야 할 것이다.

지금도 우버는 단순히 교통서비스에만 그치진 않는다. 우버는 샌프란시스코나 뉴욕과 같은 곳에서는 식당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우버잇츠(UberEATS)를 정식 서비스하고 있으며, 워싱턴 등 몇 개 도시에서는 생필품을 구매대행하는 우버에센셜(UberESSENTIALS)이나 퀵서비스 우버러시(UberRUSH)와 같은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부르면 오는' 맥락을 중심으로 마치 모세혈관처럼 도시 곳곳의 물류가 되어가는 중인 것이다. 아직은 운행 효율의 문제로 인해 본격적인 확장은 하지 못하는 중인데,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어(기사를 없애서) 1회 운행의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면 이 '물류의 재정의'는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차량의 구매행태도 바뀔 수 있다.

이미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는 차량을 소유하고자 하는 니즈가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우버를 저렴하게 쓸 수 있다면야 굳이 비싼 비용을 치르고 차를 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당장 차량을 소유하는 시대가 끝날 것이라 예견할 수는 없지만, 적지 않은 부분이 B2B 형태로 이전될 거라 예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소비자 대신 이 차량들을 구매하는 '큰손' 업자들은 누가 될까. 우버나 리프트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들일까. 어차피 '소유'의 니즈가 줄어든다면, 항공사가 항공기를 구매하지는 않듯이 우버나 리프트도 차량을 구매하기보다는 장기 임대(Lease)를 하지 않을까.

 

혹은 중장비 시장처럼 우버나 리프트에 B2B로 차량을 빌려주는 전문업체가 생겨날까. 그렇다면 세차나 정비 서비스도 B2B 비즈니스로 바뀌게 될까. 차량보험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마지막 하나는
차량 내의 엔터테인먼트다.

운전으로부터 해방된다는 것은, 운전에 쏟던 시간을 다른 데에 쏟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메리 미커 리포트 157페이지에 따르면, 직장인이 통근을 위해 차에서 보내는 시간은 월 평균 19시간이라고 한다. 이는 인스타그램이나 스냅챗의 체류시간보다도 50%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 엄청난 시간을 쓸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앞서 자율주행차는 기존에 없던 고성능 컴퓨팅이 가능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자율주행차에서 새로운 미디어의 기회를 열 수 있을지 않을까.

 

 

 

고민해야 할 사회적, 윤리적인 이슈 역시 많아진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율주행차는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자동차를 대체하게 된다. 150년간 우리 생활 속 아주 깊숙이 들어와 있었던 전통적인 자동차가 사라진다는 것은 엄청나게 큰 변화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의 등장보다도 더 큰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있을 정도다.

 

일단 운전면허의 개념이 바뀌게 된다. 소프트웨어로 제어되며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은 기계장치에 대한 운전기술이 없는 사람도 다룰 수 있게 된다. 기존의 면허 없이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미성년자도 이젠 차량을 운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또한 매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이는 120만 명에 이르는데, 이 중 90%가량이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고라고 한다. 자율주행차가 보급된다면 이 숫자가 크게 감소할까.

1950년대의 아틀란타 © 조지아 주립대학 도서관

도시의 지형 역시 크게 바뀌게 될 것이다. 도심에서의 주차장이 사라진다. 차가 스스로 이동할 수 있다면, 차주가 도심에서 일을 보고 있는 동안 외곽의 주차장에 스스로 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호출이 있을 때 짜잔 하고 등장하면 된다. 이제 자신 있게 강남역에 차를 몰고 가도 되고, 결혼식장에서도 주차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동안 차를 위해 양보했던 공간들이, 다시 사람에게 돌아오게 되는 셈이다. 모든 차가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으로 제어된다면, 도로의 효율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교통정체는 대폭 감소하게 될 것이다.


새롭게 대두되는 윤리적인 이슈 역시 있겠다. 운전으로 직업활동을 하던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교통사고가 발생한다면, 누구의 책임일까? 자율주행차량은 교통사고 상황에서 차주인을 보호해야 할까 보행자를 보호해야 할까? 음주운전이란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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